일대일로 확장에 ‘전랑 외교’ 기조 유지…왕이·친강 외교 투톱
김흥규 “한중 모두 이중 헤징에 걸려, 먼저 움직이면 파탄 책임”
외교부 “상호 호혜정신으로 더 성숙한 관계 발전에 노력할 것”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중국 공산당의 20차 당대회가 22일 폐막하면서 시진핑 집권 3기가 막을 올렸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24일자 1면에 당 총서기 겸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으로 선출된 시 주석의 얼굴을 큼지막하게 실었다. 중국에서 마오쩌둥 사후 15년 이상 집권하는 첫 번째 지도자가 탄생한 것으로 특히 최고지도부가 모두 시진핑계로 채워지면서 ‘1인 지배체제’가 공고화될 전망이다.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구축된 집단지도체제는 와해됐고, 사실상 시 주석의 장기집권체제가 시작된 만큼 막강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앞세워 상대국을 압박하는 ‘전랑(늑대전사) 외교’ 기조가 유지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당장(黨章)에 ‘대만 독립을 결연히 반대하고 억제한다’는 내용을 포함시켜 미중 간 갈등을 심화시킬 것이란 전망도 있다. 

2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공산당 20기 중앙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1중전회)를 열어 확정된 최고지도부인 7명의 신임 상무위원단 명단에는 시 주석을 비롯해 리창 상하이 서기, 자오러지 중앙기율검사위 서기, 왕후닝 중앙서기처 서기, 차이치 베이징 서기, 당쉐샹 중앙판공청 주임, 리시 광둥성 서기가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리창 서기가 차기 국무원 총리로 거론된다. 

외교 분야에서는 시진핑 집권 1기부터 외교부장을 맡아온 왕이가 양제츠를 이어 차기 외교사령탑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과 마찬가지로 올해 69세인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7상8하’(七上八下·67세까지는 상무위원 가능, 68세 이상은 퇴임) 관례대로라면 물러나야 하지만 이번에 24명의 정치국 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신임 외교부장은 친강 주미 중국대사가 거론된다. 

앞으로도 중국이 미국과 대립구도에서 강경한 자세를 보이는 것은 물론 자신들의 입장과 이익에 배치되면 거친 말폭탄과 보복 조치를 쏟아내는 강압 외교를 지속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특히 시 주석이 당대회 개막 연설에서 강조한 것은 ‘중국식 현대화’이다. 이를 놓고도 중국이 경제력에 기반한 ‘일대일로’(一帶一路 : 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정치, 이념 분야로 확장할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과 중국 관계는 상호 헤징(Hedgin·위험 회피)에 걸려 있는 만큼 먼저 움직이는 쪽이 관계 파탄의 책임을 뒤집어쓰게 되는 구조라는 전문가 진단이 나왔다. 중국은 지금을 100년만에 닥친 초유의 변혁기로 보고 신중하게 대응할 것이므로 당장 한중관계에서 급격한 변동은 없을 것이란 분석을 바탕으로 한다.

   
▲ 시진핑(習近平) 중공 공산당 총서기를 비롯한 최고지도부가 2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2022.10.23./사진=신화망

김흥규 아주대학교 미중정책연구소장은 25일 “시 주석의 고위간부를 대상으로 한 연설이나 20차 당대회 보고서 내용의 기본 흐름은 자신들의 내구력 강화를 위해 대단히 신중한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일각의 우려처럼 중·러 대 한·미·일의 신 냉전체제 지향보다 중국은 러시아와의 협력에서나 북한 지원에서 신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남북한 사이에서 헤징하고 있고, 한국은 미중 사이에 놓여있으므로 누가 먼저 어느 한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파탄 난 관계에 대한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게 돼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한국이 완전히 미국 편향으로 중국을 적대시하는 정책으로 돌아섰다는 평가가 없는 상황에선 중국도 일방적으로 북한을 지원하는 일은 없을 것이고, 한국과 관계를 여전히 중시하면서 잘 관리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지금 윤석열정부는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한국이 처한 외교·안보 및 경제 상황을 풀어나가려고 하고 있으므로 한중관계가 최대 도전적 요인이 될 것이고, 결국 한중관계가 파탄나지 않게 잘 관리하는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지금 많은 주요국가들이 전략적 조정과 여러 준비를 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도 외교의 주요 공간에 대한 재설정 및 대응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리뷰가 필요하다”면서 “다만 많은 변수들이 동시에 움직이고 있으므로 미리 답안을 내거나 솔루션을 전제하는 것은 정답이 아닐 수 있다. 오히려 스스로 외교 공간을 제한하고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시 주석이 다음달부터 본격 대외활동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11월 초 경제사절단과 함께 중국을 방문할 것으로 예고됐다. 이어 시 주석은 다음달 15~16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18~19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계기에 시 주석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첫 대면 정상회담을 가질 가능성도 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25일 정례 브리핑에서 시 주석의 집권 3기를 맞아 한중관계에 대한 정부 입장을 묻는 질문에 “우리정부는 중국의 새로운 지도부와 올해 수교 30주년을 맞이하는 한중관계가 상호존중과 호혜정신을 기반으로 더욱 건강하고 성숙하게 발전해나갈 수 있도록 긴밀히 노력해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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