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정치국장 겸임 안하자 “군부 내 정치세력 없애자” 불만 속출

[미디어펜=김소정 기자]현영철 북한 인민무력부장의 숙청과 관련해 군 총정치국의 등장으로 비롯된 군부 내 갈등이 주목받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선군정치’를 내세워 도입한 총정치국은 우리의 국방부장관에 해당하는 무력부장의 군 지휘권을 사실상 제거했다. 이 때문에 북한 군부에서는 오래 전부터 총정치국을 없애자는 주장이 있었고, 김정은 체제 들어 더욱 불거지고 있다.

북한에 정통한 소식통은 15일 “김정일이 선군정치를 내세워 총정치국을 만들었지만 당초 무력부장을 겸하던 총정치국장에서 무력부장 겸직을 없앤 군 총정치국장으로 바꾸는 바람에 군부파의 갈등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초대 총정치국장인 오진우의 경우 무력부장을 겸했고, 당시 서열이 국방위원장 다음으로 꼽히는 사실상 2인자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 김정일은 총정치국장을 군 총정치국장으로 이름을 바꾸고, 무력부장에게 있던 군 지휘권을 이관시켰다.

   
▲ 현영철 북한 인민무력부장의 숙청과 관련해 군 총정치국의 등장으로 비롯된 군부 내 갈등이 주목받고 있다./사진=MBC 화면 캡처
소식통은 “총정치국장은 군대 내 당 조직만 담당했고, 무력부장의 자격으로 군을 통솔했지만 군 총정치국장이 만들어지면서 무력부장은 후방국, 건설국, 외사부 등 부차적인 부서를 관할하도록 힘을 빼버렸다”고 했다.

지금 군 총정치국장은 우리의 예비군에 해당하는 노동적위대 교도대 등 민간 무력까지 통솔해 북한의 전군을 지휘하고 있다.

소식통은 “총정치국장이 지휘하는 ‘정치지도원’ 혹은 ‘정치위원’이 군인들의 인사를 담당하고 훈장 수여나 입당 여부까지 쥐고 있으니 군사지휘관은 할 일이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군 간부들 사이에서는 정치지도원의 직제를 없애자는 주장이 오래 전부터 나왔다”고 했다.

실제로 무력부장의 평균 재임 기간은 평균 8개월로 드러났다. 김영춘, 김정각, 김격식, 장정남이 단명한 데 이어 현영철도 지난해 6월 임명된 지 10개월만에 숙청됐다.

권한도 없는 무력부장에 올랐던 인물들을 꼽아보면 김일철, 김영춘, 김격식, 장정남, 현영철 등이다. 김일철의 경우 무력부장에서 부력부 1부부장 겸 제2자연과학원 원장으로 좌천됐다가 1~2년만에 이 자리에서도 해임돼 권력에서 멀어졌다.

김격식은 인민무력부장에 임명됐다가 5개월만에 총참모장 자리에 올랐지만 2013년 9월 군단장으로 밀려난 상태에서 지난 10일 사망한 것으로 북한 매체에서 보도됐다.

최근 숙청에 처형까지 된 것으로 알려진 현영철도 차라리 군단장을 할 때 권한이 더 컸지 막상 무력부장으로 승진하고 보니 군단장 권한보다 못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오랜 야전 사령관 출신으로 군부파로 분류되는 현영철도 무력부장이 된 이후 체감한 불만을 드러냈을 것이고, 이런 불평이 감지되고 김정은에 보고되면서 ‘불경죄’로 몰렸을 가능성이 커보이는 대목이다.

과거 김정일은 군부의 불만을 들어도 잠시 해임시켰다가 다시 등용하기도 했다면 김정은은 가차없이 숙청에 처형까지 일삼으며 군부를 길들이려고 하는 점에서 리더십을 갖추지 못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앞으로 군 간부들은 무력부장으로 임명받는 것을 꺼리는 것과 동시에 자신의 세력 구축을 위한 종파 형성에 몰두하는 경향을 보일 수 있다. 동시에 지금으로서는 불가능해보이는 군사 쿠데타가 북한에서 언젠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