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 부회장, 글로벌 현장경영 박차

[미디어펜=이미경 기자] 이건희 삼성 회장이 쓰러진 1년이 지난 지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중국·일본·미국 등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만들어 낸 ‘현장 경영’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 이재용 부회장이 해외 곳곳을 누비며 글로벌 현장 경영을 강화하며 '이재용 체제'를 완성해 나가고 있다./연합뉴스

이 부회장은 해외 곳곳을 누비며 글로벌 현장 경영을 강화하며 '이재용 체제'를 조금씩 완성해 나가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해외를 다니며 글로벌 기업과 유력인사들을 만나 인맥을 쌓고 현지 사업자를 방문해 개별 국가 차원의 고도의 현지화 전략을 높여나가고 있다.

올해 이재용 부회장의 행보는 지난 1월, 2월 삼성의 중국 법인과 일본 법인을 잇달아 방문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이재용 부회장은 일본 도쿄 시내 번화가인 롯폰기에 있는 일본 삼성(삼성 일본 법인) 본사 건물을 매각, 이다바시 지역으로 이전했다.

또 이재용 부회장은 전용기를 타고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경영진들과 함께 미국 새너제이로 떠나 주요 고객사들과 만났다. 미국 출장의 가장 큰 이유는 삼성이 '갤럭시S5'의 실패 이후 초심으로 돌아가 완성해 낸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S6'와 '갤럭시S6 엣지'의 시장반응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다.

미국 출장에는 권오현 DS부문 대표이사(부회장),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 메모리사업부장 사장, 전동수 삼성SDS 사장(전 DS부문 메모리사업부장), 이인종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부사장 등 주요 임원 10여명이 동행했다.

3월 말에는 이재용 부회장이 베이징으로 출국해 현지 삼성사업장을 둘러보고 하이난(海南)성 보아오(博鰲)에서 막을 올렸던 ‘중국판 다보스포럼’에 참석했다.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인 보아오 포럼은 형식적으로는 비정부 기구인 보아오 포럼 사무국이 주최하는 행사지만 실질적으로는 후원자인 중국 정부가 자국 주도의 국제 여론 형성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보아오포럼 참석하기 전 중국 베이징에서 CITIC(중신)그룹 창쩐밍 동사장(董事長)을 만나 삼성과 CITIC그룹간 금융사업 협력 확대 방안에 대해 협의하면서 중국 내 금융 사업을 확대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재용 부회장은 양 그룹간 협력을 자산운용의 ETF 사업 제휴 등 다양한 금융분야로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고, CITIC그룹 창쩐밍 동사장은 적극적인 동의를 표시하며 양측의 협의 창구를 지정해 보다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 12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탈리아 투자회사 엑소르(Exor) 이사회 참석과 유럽지역 사업 점검을 위해 유럽으로 출국하면서 발로 뛰는 현장경영을 더욱 공고히 해 나가고 있다.

엑소르는 이탈리아의 자동차 제조 기업인 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의 지주회사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2012년 5월부터 엑소르 사외이사로 활동했고 최근 3년 임기의 사외이사로 재선임 추천을 받았다.

이재용 부회장은 엑소르 이사회 참석 이후 폴란드에 있는 삼성전자 가전 생산공장인 SEPM(Samsung Electronics Poland Manufacturing)을 방문해 유럽 현지 사업을 점검하고 현지 가전 사업을 강화해 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밖에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자계열사 CEO들을 대상으로 일주일씩 해외 사업장에서 의무적으로 근무케 하는 글로벌 현장경영을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방안이 결정되면 CEO들은 미국·유럽 등의 해외 사업장에서 2~3개월에 한 번씩 약 1주일 동안 근무하게 된다.

이러한 결정들은 이재용 부회장이 강조한 글로벌 현장경영 방침에서 나왔다. 이재용 부회장이 생각하는 글로벌 경영은 CEO의 체질 전환인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을 시작하면서 인사, 조직 등에서 큰 변화의 움직임은 없었기에 내부적으로는 큰 동요를 격지 않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움직이는 현장 경영은 그룹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15일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의 신임 이사장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선임되면서 사실상 '이재용의 시대'가 개막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취임은 창업주인 이병철 선대 회장이 초대 이사장을 지냈고 부친 이건희 회장이 맡았던 자리를 이재용 부회장이 물려받는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담고 있다.

삼성을 경영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풀어야할 숙제들은 많지만 이건희 회장과는 또 다른 경영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인 만큼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더욱 우뚝 설 수 있게 만들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