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슬로바키아 순방 정의선, EU판 IRA 대비하나
양국 총리 만나 '현대차‧기아 공장 전기차 전환' 협력방안 논의
EU, 美 IRA와 유사한 제도 도입시 신속 대응 위한 사전 포석 관측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전기차 격전기가 된 유럽시장 공략의 리스크를 최소화 하기 위해 체코와 슬로바키아 등에서 고위급 인사들을 만나는 등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차적인 목적은 부산 엑스포 유치와 관련된 업무지만 자동차 최대 시장인 미국과 중국에서 제약을 받으면서,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전기차 최대 격전지로 떠오른 유럽시장을 사수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체코 프라하 총리실에서 (왼쪽부터)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페트르 피알라(Petr Fiala) 체코 총리를 만나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지지 요청과 현대차 체코공장의 전동화 체제 전환 등 상호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현대차그룹 제공

1일 관련업계와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의선 회장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체코를 방문해 페트로 피알라 체코 총리를 예방한 데 이어, 28일에는 에두아르드 헤게르 슬로바키아 총리를 만났다.

정 회장은 체코와 슬로바키아 총리에게 공통적으로 현대차‧기아 공장의 '전동화 체제 전환'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이는 양국 총리에게 반가운 화두이기도 하다.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급격히 전환되는 상황에서 글로벌 완성차 기업 해외 공장의 전기차 전환은 해당 국가에서 사업의 지속성 여부를 판가름하는 기준점이 된다. 우리나라가 제너럴모터스(GM)와 르노그룹의 국내 공장 전기차 생산 여부에 촉각을 기울이는 것과 마찬가지다.

체코 오스트라바시 인근 노소비체에 위치한 현대차 체코공장은 2008년 가동 이후 지난달까지 누적 390만 대 이상을 생산하며 현대차의 유럽 시장 공략 전초기지 역할을 톡톡히 했을 뿐 아니라 체코에도 막대한 경제적 효과와 고용을 창출해줬다.

슬로바키아 질리나 지역에 위치한 기아 오토랜드 슬로바키아 역시 2006년 가동 이후 지난해 누적 생산 400만 대를 달성한 만큼 기아차와 슬로바키아에 중요한 공장이다.

이들 공장이 전기차 시대에도 순조롭게 경제적 효과와 고용을 유지해주려면 전동화 체제 또한 순조롭게 이뤄져야 한다.

현대차‧기아차는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를 결정한 EU의 규제에 맞춰 이때부터 유럽에서 100% 전동화 전환을 달성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으며, 체코와 슬로바키아 공장도 그 스케줄에 따라 전동화 체제를 구축할 예정이었지만, 최근 변수가 생겼다.

미국 정부가 북미에서 조립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시행했기 때문이다. 이는 보호무역의 일환으로 미국이 자국의 기업들을 지키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에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의 업체들도 피해가 발생했고, 이에 맞서 글로벌 기저가 보호무역 주의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에 EU 역시 비슷한 제도를 도입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정의선 회장은 유럽시장의 보호무역주의 리스크 해소를 위해 유럽의 생산기지를 방문해 고위급들과 미래상생 방안을 논의하는 등의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지난달 6일 '긴급 주요시장별 무역대책 회의'에서 "EU는 미국의 IRA상 전기동력차 보조금 제도와 유사한 제도 도입 가능성도 있다"며 "현지 진출 기업이나 정부기관 등과 협력해 모니터링 강화 등 선제 대응해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전기차 글로벌 격전지로 떠오른 EU, 선제 대응 나서

미국 정부가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전기차 전용 공장이 가동되기 전에 IRA를 시행하며 당장 현대차‧기아의 발등의 불이 떨어진 것처럼 EU 역시 현대차‧기아 체코, 슬로바키아, 튀르키예 공장의 전동화 전환 스케줄보다 앞서 IRA와 비슷한 제도를 도입한다면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정의선 회장은 양국 총리와의 이번 만남에서 현대차‧기아의 현지 공장들이 유럽에서 주요 전기차 생산기지로 성공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체코와 슬로바키아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전동화 전환 스케줄을 기존보다 앞당기거나 전기차 공장을 추가로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향후 시장 상황이나 EU의 정책 변화가 있을 경우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각국 정부의 협조를 이끌어낼 여건을 마련해 놓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재 완성차 업계들에게 글로벌 전기차 시장 중 가장 큰 격전지로 꼽히고 있는 곳은 EU다. 친환경차 보조급 정책이 적극적인 부분도 있지만 아직까지 특별한 규제가 없이 무한 경쟁을 벌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에게 있어 미국은 IRA, 중국은 여전히 잔존하는 반한감정 등으로 최대 시장 두곳에 큰 리스크가 존재한다. 그렇다고 이제 커가고 있는 인니시장의 친환경차 시장으로 보기에는 인프라구축 등의 문제가 있어 미래가능성은 있지만 격전지로 볼 수 는 없다. 

하지만 EU의 경우 환경규제가 강화돼 있고 보조금 제도 역시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어 다양한 글로벌 완성차들의 차기 시장으로 꼽히는 곳이다. 이에 현대차와 기아 역시 EU의 친환경차 시장에 선제대응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에 이어 EU까지 IRA와 유사한 제도를 도입할 경우 전기차 판매에서 양대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큰 현대차그룹으로서는 타격이 심각할 수밖에 없다"면서 "상황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놓는 게 현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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