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면피성 발언·현장 대응 미흡 도마 올라
수습 먼저→책임 추궁 역량 이동…“진상 규명은 '별개'”
정치구호 배제 불구 '대장동 특검' 재등장 정쟁화 우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이태원 참사 수습에 ‘초당적 협력’을 강조했던 여야가 수습보다 책임 추궁 문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비극적 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사망자들의 발인이 채 끝나지 못한 상황에서 책임 소재를 따지는 모습에 참사가 정쟁 요소로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여야는 2일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사고 당시 현장 대응이 미흡했다며 경찰과 정부를 질타했다. 

이날 여야는 ‘(현장에서) 충분한 조치가 이뤄지지 못했다. 온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책임 추궁에 한 목소리를 냈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이태원 압사 사고 전후 경찰의 현장 대응이 미흡했다는 것을 인정함에 따른 질책이다. 

   
▲ 이태원 참사 수습에 초당적 협력을 강조 했던 여야가 11월 2일 진상 규명 시기에 이견을 보여 사고 수습을 위한 협력이 사흘 만에 무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앞서 윤희근 청장은 전날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브리핑에서 “사고가 발생하기 직전 심각성을 알리는 112 신고가 다수 있었던 것을 확인했다”며 미흡한 조치로 사고를 예방하지 못했다고 대국민 사과했다.

이어 경찰청을 통해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경찰은 핼러윈 행사가 진행된 이태원 일대에서 압사 사고를 우려하는 신고를 수십 차례 접수하고도 대응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이태원 참사가 막을 수 있었던 ‘인재’였다는 것이다. 

이는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사고 원인을 ‘제도 미비’라고 강조했던 것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찰력 배치에 문제가 없었다’는 발언에 반하는 사실로 정부가 책임 면피에 급급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문제는 정부의 미흡한 대처가 도마에 오르자 사고 수습이 채 끝나지도 못한 상황에서 ‘초당적 협력’이 무산될 위기라는 것이다.

여야는 경찰 책임론이 부각되자 사흘 만에 ‘진상 규명’ 시기를 두고 마찰을 빚고 있다.

여당은 초당적 협력을 바탕으로 책임 추궁보다 애도와 사고 수습에 우선하자는 입장이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애도기간이 끝나는 즉시 여야와 정부 그리고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이태원사고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며 진상 규명은 애도와 수습 뒤 진행하자고 강조했다.

반면 야권은 여당이 애도를 강조하는 것은 면피 시도의 연장선이라고 반발하며 시급한 진상 규명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여당이 애도를 강조하면서도 ‘글자 없는’ 검은 리본 패용, 참사와 희생자라는 표현 대신 ‘사고’·‘사망자’로 용어를 통일하라고 지침을 내리는 등 초당적 협력을 방패 삼아 책임 축소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애도만 하라는 것이, 정상적인 정부의 태도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진상 규명에 나서야 한다고 반발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사고 수습 먼저라는 여당의 주장에 “국민들의 분노를 줄이고 자신들 책임 경감하기 위한 꼼수”라며 “고통 속 오열하는 국민 앞에서 이런 꼼수를 쓰면서 유족과 피해자들을 우롱해서 되겠냐”면서 진상 규명과 정쟁은 별개로 책임 추궁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민주당 또한 정부 책임론을 주장하면서 ‘대장동 특검’ 촉구 논평을 재개하는 등 정치적 메시지를 원위치하고 있어, 국민적 공분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에 비극적 사건이 여야의 정치적 목적에 맞춰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