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 23일 북한적십자 명의로 위로 전통문 보내와
2일에만 하루 25발 탄도미사일에 100여발 포탄 역대 최대
NLL 침범에 3일까지 尹정부 들어 19번째 미사일 도발 감행
박원곤 “속도전 통한 벼랑끝 전술” 양무진 “핵실험 막아야”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이 3일 이틀째 단거리탄도미사일 27여발에다 100여발의 포격을 감행한데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1발을 시험발사하는 도발을 이어갔다. 한미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스톰’에 대응 차원이라고 하지만 지금은 ‘이태원 참사’에 따른 국가애도기간 중인 만큼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하는 등 고강도 도발을 거듭하는 북한에 대해 정부는 물론 야당도 “인륜에 반하는 파렴치한 행위”라고 규탄했다.

북한은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에는 위로 전통문을 보냈다. 그해 4월 23일 북한적십자 중앙위원장 명의로 보낸 전문에서 북한은 “지난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발생한 여객선 ‘세월호’ 침몰사고로 어린학생들을 비롯한 수많은 승객들이 사망하거나 실종된데 대해 심심한 위로의 뜻을 표한다”고 했다. 하지만 북한은 3일까지도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서 어떤 입장도 표명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북한은 연례적으로 한미가 실시해오는 방어적 훈련에 반발하며 오히려 자신들의 무력도발에 대한 책임을 한미에 전가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한미연합훈련의 강도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북한이 9월 핵무력정책을 법제화하고,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남한을 향한 선제타격 가능성을 시사한 것에 대한 대응이다. 게다가 북한은 NLL 침범과 9.19 남북군사합의 위반으로 선을 넘고 있다.

북한은 윤석열정부 들어 3일까지 모두 19번째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올해에만 탄도미사일을 26차례 쏘았고, 순항미사일을 3차례 발사했다. 특히 북한은 2일 하루에만 25발의 탄도미사일을 쏘면서 역대 최대 도발을 기록했다. 동·서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쏘면서 그 중 한발을 울릉도를 겨냥해 속초 앞 57㎞ 지점에 떨어뜨렸다. 

이처럼 북한은 최근 들어 주로 실전화된 무기를 사용한 훈련을 통해 도발을 이어왔으나 3일 돌연 ICBM 발사를 추가해 일종의 ‘의도 섞기’ 행태를 보였다는 평가도 나왔다. 특히 이 ICBM은 2단 분리 후 정상 비행하지 못하고 발사에 실패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 방위성은 이날 “일본 열도를 넘지 않고 일본해(동해) 상공에서 소실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 북한이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호'가 동원된 한미연합훈련에 대응해 장거리포병구분대들과 공군 비행대의 합동타격훈련을 6일과 8일에 실시했다고 노동신문이 10일 보도했다. 2022.10.10./사진=뉴스1

이에 따라 북한이 이번 도발의 정점을 ICBM으로 찍고 미국에 경고를 보낼 계획이었으나 실패한 만큼 추가 연쇄 실험 가능성도 제기됐다. 게다가 한미도 이날 기한없이 비질런트 스톰을 연장시켰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은 올해 2~3월 실험 때에도 3~4기 미사일을 만들어놓고 7~10일 간격으로 연속 실험했다”면서 “이번에도 실험 목적이라면 11월 중 일정 간격의 연쇄 실험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2일 북한이 미사일과 포탄 퍼붓기를 하자 우리군도 공대지미사일 정밀타격으로 대응에 나섰다. 이때 우리공군 F-15K와 KF-16의 정밀 공대지미사일 3발을 동해 NLL 이북 공해상에 발사했다. 이 밖에 남한에서 6년 9개월만에 울릉군에 공습경보가 울렸고, 전군 경계태세를 격상한 상황에서 우리군의 북한에 대한 즉각 도발 중단에 관한 경고통신도 실시됐다. 

북한이 남한의 국가애도기간도 고려하지 않은 채 하루 역대 최대 도발 등으로 최고조로 긴장수위를 끌어올리는 행태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면전환 시도를 예상하는 분석도 나왔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 행태를 ‘속도전을 통한 벼랑끝 전술’로 평가하면서 “북한이 속도전식 도발을 통해 국면을 전환하려는 의도로 읽힌다”면서 “‘북한 비핵화’를 비현실적인 목표로 만들어서 핵보유국으로 암묵적 인정을 받은 상태에서 미국과 핵군축 담판을 모색하려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런 한편, 지금은 북한의 7차 핵실험을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이를 위해 중국을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먼저 북한 7차 핵실험에 대해 “최근 북한이 전술핵을 강조하면서도 ICBM을 발사한 것으로 볼 때 다음 핵실험은 15㏏ 내외, 100㏏ 이상 등 2가지의 폭발력 시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핵실험을 막는 것이 급선무이며, 이를 막을 나라는 중국밖에 없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남북한을 동시 방문한다면 4자회담 또는 6자회담 재개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에 다시 시동을 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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