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정신 실종·노동시장 경직화·규제 덫·상속세 폭탄
자유경제원(원장 현진권)은 18일 오후 한국의 기업수명과 기업환경을 조명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기업하기 힘든 나라, 한국’이란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는 임병인 충북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발표를 맡았으며,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류두진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이 토론자로 나섰다.

토론자로 나선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은 “국가의 경쟁력은 결국 기업에서 나오며 따라서 국민들이 조금이라도 더 윤택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기업에 대한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자유로운 경영환경에서 시업은 자신들의 경쟁력을 올리고, 기업의 수명을 연장시킨다. 그리고 이는 우리 사회의 풍요함을 높인다” 고 주장했다.

아래는 최 부원장의 토론문 전문이다.

 

   
▲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작은 노란종이갑에 들어있던 필름을 기억하는가? 코닥(KODAK). 한때 전 세계 카메라 산업을 주름잡던 카메라 및 필름회사였다. 하지만 오늘날의 청소년들은 코닥이 어떤 회사였는지 잘 모른다. 20세기 사진의 대명사로 군림하며 영광을 누려온 코닥은 세계 최초로 디지털카메라를 발명하는 등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데도 세상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현재에 안주한 탓에 쇠망의 길로 들어서고 말았다.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어도 망할 수 있는 것이 기업의 세상이다. 국내, 해외기업들 중에서도 이런 예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즉, 패러다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한다. 기업은 영원하지 않다.

생존한 기업과 사라진 기업

GM, 노키아, 모토로라, 아이리버, 소니. 위 기업들은 공통점이 있다. 한때 전 세계적으로 잘 나가다가 현실에 안주하여 도태되었다는 점이다. GM은 중대형차 위주의 미국시장용 제품개발에 집중하고, 소형승용차를 앞세운 일본기업을 경쟁자로 생각하지 않은 결과로 자국시장에서도 수세에 몰리는 상황에 직면했다. GM은 위기 때마다 정면돌파를 회피하고 과거 성공모델에 안주하여 자기혁신 노력을 게을리 했다.

노키아는 과거에는 삼성, 애플보다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이 높았으나, 모바일 시장 내 패러다임 변화를 읽지 못하고 기존 제품생산에만 매달리다 몰락의 길을 걸었다. 뒤늦게 MS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저가 스마트폰생산으로 전략을 돌렸으나, 이 역시 중국의 ZTE나 화웨이에 밀리고 있다.

모토로라는 RAZR 이후 시장을 선도할 ‘대박상품’을 개발해내지 못했다. 모토로라는 너무 많은 것을 한꺼번에 하려고 했기 때문에 시장대처 능력이 떨어졌고, 휴대전화의 원조인 모토롤라가 몰락하는 데는 1년으로 충분했다. 그리고 세계 최초로 휴대전화를 만든 모토로라가 휴대전화 사업을 접을지도 모른다는 뉴스를 접했다.

반면, 기업가 정신이 뛰어난 기업은 생존한다. 아이리버는 10년 전 빌 게이츠가 극찬했고 뉴욕에 사과(애플)를 베어 무는 광고를 낼 만큼 승승장구했었다. 그러나 2007년 아이폰의 등장으로 한순간에 몰락하고 만다. 아이리버는 MP3 대신 전자사전 전자책 등 온갖 것에 손댔지만 결과는 5년 연속 적자였다. 그랬던 아이리버가 6년 만에 흑자를 냈다.

   
 

1000원대까지 내려갔던 주가도 7000원대다. 부활 비결은 단순하다. 가장 잘할 수 있는 부문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 것이다. 2012년 선보인 고음질 음악 플레이어 ‘아스텔앤컨(A&K)’ 시리즈가 부활의 원동력이다.

첫 제품이 68만원, 현재 주력제품은 278만원의 고가임에도 없어서 못 판다. 해외 찬사도 쏟아진다. 최상의 음원 재생을 위해 사람이 직접 오디오 금형을 깎고 전문가의 귀로 튜닝한 노력의 결실이다. 이는 아이리버가 점점 더 질적인 면을 추구하는 고객들의 수요를 읽고 시장에 적응하여 다시 부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 기업수명은 너무 짧다. 세계 500대 기업의 평균수명은 40~50세 정도이고, 미국의 경우 매년 50만개의 기업이 탄생하나 10년 후에는 그중 4%만 살아남는다고 한다. 일본의 경우 10년 후 기업생존률이 18.3%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기업수명은 어떨까?

대한상공회의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코스피 상장기업 686개의 평균수명은 약 32.9세로, 하나의 기업이 탄생해서 생존하는 기간이 약 33년이라고 한다. 2011년 기준 코스피 상장기업의 수명 별 대상 기업 수는 다음과 같다.

10년 이내 소멸하는 기업은 107개, 10~19년의 수명을 가지는 기업은 64개, 30~39년의 수명을 가지는 기업은 182개, 40~49년의 수명을 가지는 기업은 154개, 50~59년의 수명을 가지는 기업은 131개, 60~69년의 수명을 가지는 기업은 40개, 70~79년의 수명을 가지는 기업은 9개, 80~89년의 수명을 가지는 기업은 3개, 90년 이상의 수명을 가지는 기업은 16개이다.

통계청 기업생멸통계자료에 따르면 2013년 처음으로 활동 기업수가 감소하였다. 새로운 기업이 생기는 비율(이하 신생률)은 하락하고, 기존기업이 소멸하는 비율(이하 소멸률)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생존율 측면을 살펴보면, 기업의 1년 생존율은 2008년 61.8%에서 2012년 59.8%로 하락했으며, 5년 생존율은 30.9%에 불과했다. 특히 개인 사업자 평균생존기간은 3.4년, 3년 생존비율은 24.6%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이러한 통계는 해외사례와 비교할 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제적으로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높은 신생률과 소멸률을 보인다. 또한 5년 생존율 역시 해외에 비해 20% 가량 낮다.

   
▲ 과거 삼성이나 애플보다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이 높았던 회사도 모바일 시장 내 패러다임 변화를 읽지 못하고 기존 제품생산에만 매달리다 몰락의 길을 걸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쳐

우리나라 기업의 생존율이 낮다는 점은 분명 문제다. 전반적으로 자영업자의 비중이 높고 서비스업에서 부가가치율이 낮다는 등의 특징이 기업 생존율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낮은 기업생존율은 자본과 기술의 축적을 더디게 만들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가장 바람직한 모습은 역동적인 기업생태계를 유지하면서 안정적인 기업활동의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다.

기업의 수명을 늘리는 방법

그렇다면 기업의 수명을 늘리는 방법은 무엇일까? 답은 기업가정신의 확산, 기업이 쉽게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노동시장 유연화, 불가피한 규제를 철폐하며 기업하기 좋은 경영환경을 조성하는 것, 마지막으로 경영권 상속을 쉽게 하는 상속세의 폐지 등이 있다.

우리나라의 기업가 정신은 예전 같지 않다. 세계 기업가 정신지수를 살펴보면 대한민국의 기업가 정신지수는 6.6%로 유사한 소득수준의 나라들과 비교할 때 매우 낮다. 2001년 12.3%였던 것과 비교하면 13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이러한 한국의 기업가 정신이 자취를 감춰가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국가차원에서 기업가 마인드를 양성하기 위한 지원과 제도가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에게도 희망이 있다. 기업가정신이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지만, 우리에게는 여전히 모범이 되었던 기업들의 위대한 교훈이 남아있다.

노동경직성에 대한 처방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비정규직을 자유롭게 채용할 수 있도록함으로써 일시적으로 고용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볼 수 없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이분화가 심해지고 양극화라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또한 고용안정성이 낮아짐에 따라 고용보호가 강한 공기업, 공무원 등으로 우수 인재가 몰리는 상황이 나타난다.

다른 하나는, 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보호 수준을 낮추는 것이다. 즉, 기업입장에서 근로자들의 해고를 쉽게 함으로써 기업들이 더 많은 노동력 수요를 꾀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 방법이 올바른 처방이며 앞으로 우리나라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다. 이러한 노동시장의 유연성 강화는 기업의 경쟁력을 장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다음으로, 기업들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불필요한 규제를 철폐하는 것이다. 정부의 인위적 개입이 없을 때 시장은 보다 효율적인 성과를 낸다. 여행업을 예로 들어보자. 호텔, 비행기, 경비 모두 똑같은 금액을 내고 가지 않는다. 개개인의 목적지에 따라, 일정에 따라 싸게도 비싸게도 여행 할 수 있다.

가격형성을 시장에게 맡기면 가격은 천차만별로 결정된다. 만약 정부가 획일적으로 가격과 상품을 규제한다면 시장은 오히려 혼란에 빠지고 모두가 불만 속에 빠진다. 경쟁이 이루어지고 창의성이 창출되는 사회가 되려면 정부의 불필요한 간섭과 규제가 없어야 한다. 즉 사람들을 위해 제정된 법이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게 되면 곤란하다.

불필요한 규제철폐 뿐만 아니라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주는 정책도 필요하다. 기업생태계는 ‘창업-성장-실패 및 재도전’이라는 순환구조를 가지는데, 우리나라는 창업 위주로 지원정책을 실시하는 경향이 있다. 지원정책보다 각 단계별로 기업이 환경에 적합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경영환경을 유연하게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파산절차의 간소화, 창업자본 조달을 용이하게 하는 연대보증제 폐지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상속세의 폐지가 있다. 재산의 상속에 대해 매겨지는 상속세는 가족의 상속 기능을 직접적으로 방해하므로 근본적으로 비윤리적이다. 거대한 부의 상속은 늘 부러움과 비판을 부르고, 상속된 재산에 대한 무거운 세금은 부의 세습을 줄여서 세상을 보다 평등하게 만든다고 흔히 여겨진다, 하지만 상속세는 여러 가지 실제적 문제들을 가진다.

먼저, 상속세는 개인들의 일하려는 의욕을 저해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식들에게 재산을 물려주려고 열심히 일한다. 모은 재산의 큰 부분이 세금으로 나가면, 일할 의욕은 줄어들고, 그런 의욕 저하는 사회적으로 해롭다.

둘째, 상속세는 사람들의 경제 행태를 크게 왜곡시켜서 비효율을 부른다.

셋째, 기업들의 활동에 지장을 준다. 기업들의 소유자들은 상속세 때문에 경영권을 유지하기 힘들어서 주된 소유자가 사망할 때마다 기업은 어쩔 수 없이 흔들린다.

넷째, 상속세는 성공과 절약을 벌하고 낭비와 소비를 포상한다. 특히 나이 든 사람들이 죽기 직전에 재산을 빨리 쓰도록 해서 무의미한 소비를 부추긴다.

다섯째, 이미 소득세를 낸 재산에 다시 세금을 매기므로, 상속세는 이중 과세다. 현실적으로 상속세는 세수에 비해 관리비용과 사회적 손실이 아주 큰 세금이다. 상속세가 총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OECD국가들에선 0.5%에도 못 미친다. 그러나 상속세 징수에 드는 사회적 비용과 손실은 훨씬 크다. 상속세의 문제들이 이처럼 많고 중대하며 제도 자체가 비현실적이므로 점차 상속세를 폐지하는 움직임이 세계적으로 뚜렷해졌다.

국가의 경쟁력은 결국 기업에서 나온다. 따라서 국민들이 조금이라도 더 윤택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기업에 대한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자유로운 경영환경에서 기업은 자신들의 경쟁력을 올리고, 이는 기업의 수명을 연장시킨다. 이는 우리 사회의 풍요함을 높인다.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