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잔고 전년대비 두자릿수 증가율
방산에서도 기대되는 한국 생산성…향후 추가 수주 가능성↑
[미디어펜=김태우 기자]한국을 대표하는 방위산업업체의 지난 3분기 실적은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앞으로 당분간은 해당 분의 글로벌 선전이 기대된다.

LIG넥스원과 한국항공우주(KAI)의 지난 3분기 실적은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간 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방산 사업 부문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크게 감소했다. 다만 방산 3사 모두 향후 매출로 인식될 수주 잔고가 넉넉한 상황이어 당분간 선전하는 K방산의 모습을 기대하도 좋을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특히 제조업 강국이라는 한국의 특수성과 함께 글로벌 방산시장에서 시너지를 발휘하며 추가 수주까지도 예상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앞으로도 K방산의 선전이 기대되고 있다. 

   
▲ 한화디펜스 AUSA 전시부스 전경. /사진=한화티펜스 제공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IG넥스원, KAI의 수주잔고는 전년동기대비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우 3분기 수주 잔고를 공개하진 않았지만 전년동기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방산 3사 중 가장 견조한 성장세를 기록한 곳은 LIG넥스원이었다. 지난 3분기 LIG넥스원은 매출액 6955억 원, 영업이익 583억 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51.6%, 64.4% 증가했다.

매출액의 절반(50.7%)은 정밀타격(PGM) 부문에서 나왔다. PGM 사업부문 매출액은 3526억 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5.7% 증가했다. 

이는 지난 2월 2조6000억 원 규모의 천궁-II 수출 계약이 3분기부터 본격 반영됐기 때문이다. 통상 방산업계는 계약 이행 상황에 따라 매출을 단계별로 인식하고 있다. 다만 아직 초기 단계인만큼 그 규모가 크진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UAE M-SAM(천궁-II) 프로젝트 등이 반영되면서 수출 매출 비중이 32%까지 확대됐다"며 "수출 프로젝트의 수익성이 양호했고 환율 상승효과를 누렸다"고 분석했다. 

KAI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3분기 KAI는 매출 6099억 원, 영업이익은 305억 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36.8%, 979.5% 증가했다. 다만 매출과 영업이익 규모가 3사 중 제일 작았다.

이한결 키움증권 연구원은 "소형민수헬기(LCH) 닥터헬기 판매로 추가 설정된 일회성 손실충당금 52억 원을 제외하면 영업이익은 사실상 시장 기대치를 소폭 상회했다"며 "주요 사업은 차질 없이 진행됐으나 완제기 수출 부문에서 이라크 기지 재건 사업의 공사가 재개에 어려움을 겪으며 매출 공백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만 유일하게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감소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644억 원으로 전년동기대비(841억 원) 23.4% 감소했다. 이 기간 매출은 1조3977억 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 소폭 상승했다. 

방산 사업 부문으로 떼놓고 보면 영업이익 감소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그룹 내 방산 사업 부문인 한화디펜스, 한화시스템의 실적이 포함된 실적이다. 

K9 자주포 등을 생산하는 한화디펜스의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은 92억 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2.5% 감소했다. 개발비와 판관비가 증가함에 따라 영업이익이 감소했단 설명이다. 다만 이 기간 매출은 3515억 원으로 전년동기대비 9.2% 증가했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디펜스의 경우 수출 비중이 20% 달했음에도 영업이익률이 2.6%로 부진했다"며 "개발비 추가 재료비, 판관비 증가 등의 일회성 비용이 150억 원 반영된 탓"이라고 말했다. 

전술통신장비, 조준경 등을 생산하는 한화시스템의 지난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594억 원, 5억 원을 기록했다. 작년 3분기와 비교했을 때 매출은 17.6%, 영업이익은 98.8%씩 감소했다. UAM(Urban Air Mobility·도심항공모빌리티) 등 신사업 확장으로 인한 투자 비용이 증가한 영향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오는 4분기부터 실적이 반등할 것으로 전망 중이다. 지난 8월 폴란드와 체결한 3조2000억 원 규모의 K-9 자주포 수주 실적이 일부 반영되면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지난달 31일 컨퍼런스콜을 통해 "100% 자회사인 한화디펜스의 실적은 4분기에 집중될 것"이라며 "10월 폴란드에 출하한 K9 자주포의 초도 물량 매출도 4분기부터 실적에 반영될 예정"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폴란드와 K9 자주포 계약은 2026년 9월까지 물품을 인도한다"며 "10월 폴란드 정부와 천무 발사대 계약을 체결한 부분은 향후 공급 시기, 품목, 수량 등 구체적인 사항을 추가 협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산 3사 모두 3분기 수주잔고가 전년동기대비 크게 증가했다.

KAI의 수주잔고가 가장 넉넉한 상황이다. 이 회사의 지난 3분기 수주잔고는 20조6658억 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6.8% 증가했다. 지난 8월 폴란드와 체결한 3조4710억 원 규모의 FA-50 공급 계약이 수주잔고에 반영되면서다. 

   
▲ IDEX 2021에서 LIG넥스원 담당자가 UAE 군 관계자에게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천궁-Ⅱ를 설명하고 있다./사진=LIG넥스원


LIG넥스원의 3분기 수주잔고는 7조9556억 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7.7% 증가했다. 지난 1월 UAE와 체결한 2조6000억 원 규모의 천궁-II 계약이 수주잔고 상당분을 채우고 있다. 다만 전분기와 비교했을 땐 1.9% 감소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방산부문의 3분기 수주잔고는 공개하고 있지 않고 있다. 다만 추정은 가능하다.

지난 상반기 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방산 부문 수주 잔고는 7조1847억 원에 달한다. 지난 8월 3조2000억 원 규모의 K9 자주포 계약을 포함하면 약 10조3800억 원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듯 올해 들어 우리나라의 방산업체들의 해외수출사례가 늘어나며 새로운 수출 산업으로 K방산이 주목받고 있다. 올해 맺은 계약의 평가액만 해도 40조 원대고 추가로 계약성사 소식이 꾸준히 전해지고 있다. 국산 무기 수출 역사상 최대 규모다.

이같은 방산분야의 희소식은 한국산 전차, 전투기가 처음으로 유럽 시장에 진출한 것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아시아와 북미 중심에서 유럽으로 수출 시장을 확대, K방산의 세계화가 본궤도에 오른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의 인수 후 육·해·공 방산분야에서 활약이 기대되며, 한국형 록히드마틴이 될 것이라는 기대까지 나오고 있다. 

위에서 언급된 방산업체들 이외에도 현대로템도 방산분야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며 새로운 수익창출과 기새회생을 위한 작업에 들어갈 전망이다. 음지에 가려져 있던 방산분야가 기업의 새로운 미래먹거리로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업계 내 한 관계자는 "제조업 강국인 한국에서 생산되고 있는 방산분야의 제품들이 유럽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며 "잇따른 해외 수출이 신규 투자와 고용, 첨단 기술 혁신으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국내 제조업이 새로운 방산분야에서 재도약을 맞을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한편, 폴란드의 한국산 무기 수입은 기대외의 성과였다. 글로벌 방산업계에 따르면 폴란드 정부는 당초 미국 방산업체들을 통해 대규모 무기체계를 도입할 예정이었다.

실제 폴란드는 미국산 다연장로켓무기인 HiMARS(하이마스) 500문을 구입하기 위해 미국 국방부와 관련 방산업체들과의 협의한 바 있다. 하지만 방산업체들이 폴란드가 원하는 생산일정을 맞출 수 없다고 하자 한국산 다연장로켓인 천무를 주목했고 이같은 대량수주로 이어졌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