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미경 기자] 18일 서울에서 약 1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경기도 평택시 소재 1호선 서정리역 부근에 위치한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단지 공사현장을 찾았다.

'님비현상(NIMBY, 공공의 이익은 되지만 자신이 속한 지역에는 이익이 되지 않는 일을 반대하는 행동)'으로 반도체 단지까지 연결하는 전력공급에 차질을 빚을 그곳의 사정을 들어보기 위해서다. 한창 단지를 짓기위한 공사는 분주한 모습이었다.

   
▲ 지난 7일 착공이 시작된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단지 부지 공사 현장 모습/미디어펜

삼성 평택 반도체단지는 세계 최대규모의 반도체 생산라인을 구축해 평택 반도체 시대를 맞이하도록 총 면적 289만㎡으로 축구장 40개가 들어갈 수 있는 대규모 부지다. 삼성전자는 79만㎡(23만8000평)의 공장 부지에 1단계로 역대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라인 1기와 해당 인프라를 건설한다. 오는 2017년까지 1단계로 총 15조6000억원의 투자를 집행할 예정이다.

이 곳 인프라와 공장 건설에만 5조6000억원 투자하며 반도체 설비에는 10조원이 투입된다. 이를 통해 삼성과 경기도는 41조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15만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건설과 가동과정에서 각각 15조원, 26조원의 유발 효과를 예상되며 고용창출은 건설과정 8만명, 가동 과정 7만명 가량의 기대효과가 예상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7일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단지 기공식에 참석해 "우리 기업들의 미래를  내다보며 과감한 투자를 확대해주길 바란다"며 "일자리를 만들고 내수경기를 활성화하는 것이야 말로 결국 기업의 투자가 되며 기업 경쟁력도 높아질수 있다"고 격려했다.

정부 역시 반도체단지의 핵심 인프라인 전력이 차질없이 공급될 수 있도록 내년 말가지 관련 인프라를 구축키로 했다. 또 안정적인 산업용수 공급 방안도 마련하고 각종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해 조기 착공을 지원키로 했다.

가뜩이나 내수침체에 각국의 환율전쟁으로 수출장벽이 높아져 벼랑 끝에 선 한국경제의 단비와 같은 소식이다. 기업들의 투자를 통해 경제유발 효과와 고용창출로 소득증대로 내수를 살릴 수 있는 기회로서 박근혜 정부가 강조하는 창조경제의 본보기를 보여준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 반도체단지를 가동하기 위한 전력공급 계획이 삐긋거리고 있다.

이 곳의 생산설비가 모두 완공되면 200만kw의 전력이 필요하다. 한국전력은 1기 라인 등 초기 전력 수요 50만kw는 임시설비 등을 통해 공급한다. 나머지 150만kw는 서안성~고덕 송전선로 건설을 통해 공급할 계획이다. 

삼성 반도체 평택단지의 조기 착공을 위해 2021년 6월 완공 예정이던 송전선로 건설을 2년 앞당기는 계획이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제자리에 멈춰서 있다. 안성 서안성변전소에서 평택 고덕산업단지 인근 고덕변전소를 연결하는 송전선로의 경과지를 결정할 예정이었다.

지난 14일 경기 용인 명지대용인캠퍼스에서 입지선장위원회 5차 회의를 열어 이같은 계획에 동의를 묻을 계획이었지만 주민대책위원회가 반대시위를 열기로 해 회의 자체가 무산됐다.    

현재 삼성 반도체 평택단지는 트럭과 굴착기 등이 움직이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뿌연 흙먼지를 뿌리며 공사가 한창인 모습이다. 다른 공사현장과 사뭇 다르지 않았다. 막상 이곳저곳 돌아본 결과 현장 분위기와 달리 근심이 숨겨져 있었다.  

삼성 평택 반도체 라인에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송전선 건설이다. 반도체 공장을 가동하기 위해 필수요건인 전력이 계획대로 뒷받침 못한다면 공염불에 불과하다.  

기자는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단지를 비롯해 송전선 구축 라인인 안성 서안성변전소에서 평택 고덕변전소가 이어지는 예상 경로의 안산시 양성면 장서리를 찾았다.

현장에서 송전선 건설를 반대하는 냉랭한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장서리의 길가에는 '지역사회 다 죽이는 송전철탑 절대반대', '자연경관 파괴되는 송전철탑·송전선로 설치 결사반대' 등 송전선 건설을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눈에 띄었다.

안성 양성면에서 만난 시민들은 송전선과 관련된 질문에 하나같이 "반대", "싫다"라는 반대의견이 많았다.

한 안산시민은 "안성은 변전소가 가장 많은 곳 중에 하나다. 이미 많이 세워졌는데 또 건설한다는 것은 지역 주민들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라며 "삼성 반도체 라인이 구축돼서 이익을 얻는 것은 평택시일 뿐, 안성 시민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건강악화"라고 질타했다.

평택시 ‘적극적’, 안산시 ‘무덤덤’…답답한 삼성전자·한국전력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유치한 경기도 평택시 지원은 적극적이다. 평택시는 신성장경제도시로서의 수직 상승 할 수 있는 도약의 발판이 마련됐다고 판단아래 모든 역량을 동원하고 있다.

평택시는 "삼성전자 평택공장이 조기 정착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활동을 펼쳐나가겠다. 삼성은 세계 각국에 사업장을 가동하고 있고 세계 모든 국가와 국내 자치단체에서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도입 가능한 제도와 기능은 과감히 도입, 기업의 안정적 자리 매김과 투자확대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경기 안성시에 '지역사회 다 죽이는 송전철탑 절대반대', '자연경관 파괴되는 송전철탑·송전선로 설치 결사반대' 등 송전선 건설을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미디어펜

이와 반대로 송전선 구축이 진행돼야 하는 안산시는 무덤덤한 반응이다. 주민들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처지여서 절차대로 진행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여기에 정치적인 논리가 개입되면서 반대여론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난감한 건 삼성전자와 한국전력이다.

한전은 안성 서안성변전소~평택 고덕산업단지 인근 고덕변전소'  송전선로의 구축은 평택반도체 전력공급 계획 중 하나이기 때문에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전 관계자는 “송전선을 꾸리기 위한 최적의 지역으로 안성을 유력지역으로 선정했지만 일부 안성 시민들의 반대가 있다”며 “타협점을 찾기 위해 안성 시민들의 의견을 듣고 있으며 아직 정확하게 결정 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국가와 기업이 빠르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골든타임’도 굉장히 중요하다. 삼성전자의 과감한 투자와 정부의 규제 완화 덕분에 처음 계획했던 기간보다 1년 앞당겨 만들어낸 기회를 지역이기주의로 놓칠 수도 있다.

개별적인 이해타산도 중요한 판단근거지만 과도한 님비현상은 국가와 기업의 경제 성장의 ‘벽’이 될 수도 있다.

우리 경제는 골든타임의 절박함이 묻어있다. 도약과 정체의 갈림길에서 과거부터 누적되어온 잘못된 제도와 관행을 근본적으로 바꿔 우리 경제의 체질을 혁신해야 한다. 새로운 성장능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세계 속에서 경쟁할 수 밖에 없다.

정부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통해 직면한 구조적 문제를 구조개혁에 박차를 가해 기초가 튼튼한 경제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창조경제의 최고의 결실은 국민 모두가 열심히 땀흘린 대가를 받을 수 있는 고용과 소득의 가득한 국민행복시대를 여는 것이다.

송전망에 가로막힌 지역이기주의는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단지뿐만 일이 아니다. 전북 군산~새만금 송전망, 북당진 변전소 송전망 문제가 있다. 지역이기주의는 송전망을 넘어서 호남선 KTX 개통, 동남권 신공항 논란 등 전국 곳곳에서 만연 돼 있다.

혁신은 정부만의 것이 아니다. 한국경제를 함께 헤쳐나가야 하는 이해 관계자들의 공통된 몫이다. 하지만 서로간 이기주의 팽배와 마찰로 인해 원칙과 방향을 찾지 못한채 멈춰서고 있다. 사회적 대타협의 합의를 위한 상생의 용기와 노력이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