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SSG 랜더스가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역대급 역전 드라마를 썼다. 이 경기 전 재계약 통보를 받은 김원형 감독이 역전극을 이끌어냈으니, 한 편의 '각본 있는(?) 드라마'와 같았다.

SSG는 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키움 히어로즈에 5-4로 역전승을 거뒀다.

   
▲ 김강민이 9회말 역전 끝내기 홈런을 날린 후 김광현 등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SSG 랜더스 홈페이지


흔한 역전승이 아니었다. 0-4로 끌려가던 8회말 최정이 투런홈런을 터뜨려 추격을 시작했고, 9회말 40세 김강민이 대타로 나서 역전 끝내기 3점홈런을 쏘아올려 완성한 극적인 역전승이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SSG 구단은 상당히 이례적인 '김원형 감독 재계약' 발표를 했다. 김원형 감독은 2년 계약이 이번 시즌을 끝으로 만료된다. 정규시즌을 사상 최초의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으로 이끌며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따낸 김원형 감독은 재계약이 유력했다.

하지만 재계약 발표 시점이 묘했다. 한국시리즈가 한창 진행 중이고, 4차전까지 2승2패로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 그것도 가장 중요할 수 있는 5차전 경기 당일 갑작스럽게 김원형 감독 재계약 방침을 발표했다.

SSG는 이번 한국시리즈 결과와 상관없이 김원형 감독에 대한 신뢰를 나타내며 계속 팀을 맡기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날 구장을 찾은 정용진 구단주는 구단 측의 요청에 흔쾌히 김원형 감독 재계약을 재가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같은 행보는 큰 경기를 앞둔 감독에게 부담을 주고, 선수단 분위기에 영향을 줄 수도 있었다.

경기가 시작되고 SSG가 7회까지 0-4로 끌려가며 패색이 짙어지는 우려스러운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최정, 김강민 두 베테랑 타자의 반전을 이끈 홈런이 경기 막판 잇따라 터져나와 짜릿한 역전승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물론 SSG의 역전승은 김원형 감독의 경기운영이 이끌어낸 결과이기도 하다. 믿었던 에이스 김광현이 1회와 2회 2실점, 1실점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6회 구원등판시킨 문승원이 추가 1실점했으나 중반 싸움에서 구위 좋은 투수를 내보내는 것도 당연한 수순이었다.

   
▲ 재계약 통보를 받고 한국시리즈 5차전 역전승을 이끈 SSG 김원형 감독. /사진=SSG 랜더스 홈페이지


김원형 감독은 0-4로 뒤진 상황이었지만 김택형을 7회 마운드에 올려 2이닝을 맡기며 역전 희망을 버리지 않았고, 2점 차로 뒤진 9회말 무사 1, 3루에서 아껴뒀던 대타 김강민 카드를 꺼낸 것도 최고의 타이밍이었다.

5차전 승리로 SSG는 3승 2패로 앞서며 한국시리즈 정상을 눈앞에 뒀다. 김원형 감독은 구단의 '재계약' 선물에 우승으로 응답할까.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4차전까지 2승 2패로 맞선 후 5차전을 이긴 팀이 우승한 경우가 총 10번 가운데 8번이나 된다. 김원형 감독과 SSG는 우승 확률 80%를 잡았다.

SSG는 김원형 감독의 재계약을 발표하면서 계약 조건은 한국시리즈가 끝난 후 논의하겠다고 했다. 김 감독 입장에서는 '통합 우승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재계약을 할 경우와, 한국시리즈 패장이 된 후 재계약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SSG는 남은 두 경기 가운데 한 경기만 이겨도 우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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