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민주당 입장차이로 '2년 유예' 불투명…'선진국형 과세' 지적도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최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유예 문제가 다시금 증권업계의 화두로 떠오르며 논란이 과열되는 모습이다. 윤석열 정부는 당초 공언한 대로 ‘2년 유예’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국회 다수를 점하고 있는 민주당이 제동을 걸면서 대결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일각에선 금투세가 고액자산가들의 시장 이탈과 주가 폭락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금투세가 ‘선진화된 제도’라는 반론도 함께 나온다.

   
▲ 주식·편드·채권 등 금융투자로 얻은 수익에 세금을 매기는 금투세 논란이 최근 다시 점화된 모습이다. /사진=KB국민은행


9일 정치권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식·편드·채권 등 금융투자로 얻은 수익에 세금을 매기는 금투세 논란이 다시 점화된 모습이다. 논란의 발단은 윤석열 정부가 내년 1월부터 도입 예정이던 금투세를 ‘2년 유예’하겠다고 공언하면서부터다. 국내외 주식시장이 침체기를 겪으면서 세금도 일정기간 유예하겠다는 입장을 낸 것이지만, 문제는 현재의 정국이 정부 마음대로 뜻을 펼치기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우선 금투세의 내용을 보면, 주식을 비롯한 금융상품 투자로 얻은 수익이 연간 5000만원을 넘을 경우 수익의 20%(3억원 초과분은 25%)를 세금으로 납부한다는 내용이다. 지난 2020년 12월 여야 합의로 관련법이 통과돼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출범 직후의 윤석열 정부가 제동을 걸었다. 정부는 지난 7월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금투세 도입 시기를 2025년으로 유예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공약과도 일치하는 내용이다. 이후 기획재정부는 금투세 도입을 유예하는 내용의 세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금투세 유예를 주장하는 정부의 논리는 ‘주식시장 활성화’에 코드가 맞춰져 있다. 금투세 도입 얘기가 나왔던 2020년의 ‘주식열풍’과 지금은 상황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게 유예론의 핵심이다. 

이 논리에는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올해 국정감사에서 동의의 뜻을 밝혔다. 그는 지난달 24일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에서 “경제가 불안하고 주가 쪽에서 여러 어려움이 있어 최소한 유예는 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와 금융당국이 유예를 하고 싶어도 국회의 동의가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제21대 국회 300석 중에서 169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은 ‘즉시 도입’ 주장을 밀어붙이고 있다. 민주당의 반대 논리는 미국이나 한국에서 흔히 불거지는 감세론 비판과 궤를 같이 한다. 즉, 금투세 유예가 ‘부자들만을 위한 세금감면’이라는 논리다.

금투세 과세가 사실상 고액 자산가들에게 초점이 맞춰지는 것은 사실이다. 한 해 투자수익이 연간 5000만원을 넘긴다는 조건 자체부터가 그렇다. 금투세 납부 조건에 해당하는 사람은 전체 주식투자자의 0.9% 비중에 불과하다는 통계도 나와 있다.

하지만 사람 숫자가 적다고 해서 그들의 영향력까지 미미하다고 볼 순 없다. 이미 대형 주식카페 게시물이나 주식 유튜버들의 콘텐츠 등에서는 ‘고액자산가들이 금투세 때문에 주식투자를 중단하고 자금을 회수할 경우 일반 개미들까지 주가 하락의 충격을 받게 될 것’이라는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지난달 12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금융투자소득세를 예정대로 유예해 달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와 2주 만에 5만명 넘는 동의를 받게 된 데에는 바로 이런 맥락이 존재한다. 오히려 고액자산가들보다도 일반 투자자들이 반대하는 제도로 자리를 잡는 양상이다.

다만 ‘슈퍼개미 이탈’이라는 일각의 시나리오가 정말로 현실화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증권업계 역시 당초 계획대로 금투세를 내년 1월부터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업계의 입장은 지난 7월 나재철 금투협회장의 기자간담회 발언에서도 잘 드러난다. 나 회장은 당시 금투세에 대해 “금융투자소득세는 선진화된 과세제도”라고 정리하면서 “거래세를 없애고 금융투자소득세로 양도차익을 과세하는 게 과세원칙에 맞고, (금투세는) 개인투자자들에게 불리한 과세체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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