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퇴역자들 끼리끼리 모이는 '평양의 탑골공원'이 무려

   
▲ 김소정 기자
북한이 현영철 북한 인민무력부장의 숙청 사실을 공개한 남한을 맹렬히 비난하면서도 19일까지 부인도 하지 않아 현영철의 숙청과 처형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이다.

3대세습으로 집권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리영호 전 총참모장, 고모부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에 이어 세 번째 최고위 간부인 현영철을 제거됐다. 모두 젊은 집권자의 후견세력으로 일컬어지던 인물이다.

김정은이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보다 더 잔악한 ‘공포 정치’를 이어가는 것은 그만큼 간부들과 주민들 사이에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분석이 많다.

북한에 정통한 대북소식통도 “김정은은 그동안 마식령 스키장 건설과 경마장, 유희오락시설들을 새로 건설하고 확장하는 데만 주력해 간부들과 주민들 사이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많다”고 전했다.

2009년 화폐개혁 실패의 책임을 지고 처형된 박남기 노동당 계획재정부장의 사례가 있듯이 북한에서 자행되는 숙청은 대개 통치자의 실수를 특정 간부에게 뒤집어씌우고 주민들을 기만하기 위한 것으로 평가된다.

   
▲ 평양시에도 평천구역과 서성구역 등 군과 당의 퇴역자들이 모이는 '평양의 탑골공원'이 있다. 사진은 삼삼오오 시민들이 모여 있는 평양시 대동강변 풍경.
현영철 역시 김정은의 실수를 뒤집어쓰고 권력 강화를 위한 수단으로 희생된 측면이 클 것으로 보이는 일화가 있다.

현영철의 숙청 소식 이후 그의 오랜 군단장 시절 행적도 조명되고 있다. 대북소식통이 전한 바에 따르면, 현영철은 8군단장으로만 8년여 복무할 정도로 야전에서 뼈가 굵은 인물이다.

그는 북중 국경지대를 지키는 8군단장 시절 주민들이 생계를 위해 일삼는 불법 무역거래를 눈감아주는 대신 적은 금액의 세금을 걷어서 병사들의 식량을 충당한 일화가 있다고 한다. 적어도 8군단 산하 초소들에게는 단속을 하더라도 세금만 조금 받고 눈감아주라고 지시한 것이다.

소식통은 “현영철이 처음에는 부정 축재 의혹도 받았지만 얼마 못가 우직한 성품을 인정받았고, 이 때문에 군단장 이상으로 출세하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도 있었다”며 “리영호가 숙청당하면서 총참모장에 올랐을 때 모두 깜짝 놀랐고, 현영철을 발탁한 김정은에 대한 기대감도 잠시 있었다”고 전했다.

만약 현영철이 총참모장이나 인민무력부장에 오르지도 못했고, 군단장으로서 만기 제대했더라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노년 시기를 보낼까.

대북소식통은 “북한에서 연대장으로 퇴역해도 한 달에 북한 돈 2500원과 600g 정도의 곡식 배급이 전부이니 전전긍긍하며 살고 있다”며 “56세의 나이로 군대를 제대하면 살 집은 나오지만 평생 작전지도만 들여다보던 퇴역 군인으로서 사회에 적응하기 힘들다”고 했다.

이 때문에 평양시에도 군과 당의 퇴역자들이 모이는 ‘평양의 탑골공원’이 있다. 우선 중앙당 퇴역자들이 주로 모이는 곳은 평양 평천구역에 위치한 ‘봉지공원’이다. 서성구역의 ‘상흥공원’에는 무력부 퇴역자들, 대성구역의 ‘룡흥공원’은 보위부 퇴역자들, 서성구역 ‘연못공원’은 보안부 퇴역자들이 모이는 곳이다.

공원에 모인 이들 사이에서는 북한 속담으로 ‘성 쌓고 버린 돌’이라는 말이 유행한다고 한다. 평생을 독재정권을 유지하는 데 바쳤지만 퇴직 이후 보장되는 것이 전혀 없으니 나오는 인지상정의 말이다.

북한의 간부들과 주민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질 기미가 보이자 김정은은 ‘고난의 행군’ 시절 김정일도 풀지 않았던 2호 사업부(전쟁준비 물자를 보관하는 중앙당 부서)의 식량을 풀어 주민들의 민심을 사보려 했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