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이름 문제가 아닌 공공분양·민간분양 질적 차이 줄여야
   
▲ 건설부동산부 이다빈 기자
[미디어펜=이다빈 기자]국토교통부가 '공공분양주택 50만호' 정책의 브랜드 이름을 국민제안으로 결정한다. 공공분양 아파트 이름짓기 수난사가 반복될 것 같아 우려가 앞선다. 

다행인 것은 이번에 결정하는 브랜드는 개별 아파트의 이름이 아니라 향후 5년간 공공분양주택 50만가구를 선택형·나눔형·일반형 세 가지 유형으로 공급하는 정책을 통합적으로 지칭하는 용도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정책 이름 자체가 정책 수혜자들을 폄하하는 낙인으로 불리게 될까 우려스럽다.  

브랜드 이름에서 기인한 공공분양 아파트나 임대주택 거주자들의 차별의 역사는 최근 일이 아니다. 이들을 향한 '휴거(휴먼시아+거지)', '엘사(LH 주택에 사는 사람)' 등 원색적인 차별은 과거부터 이어져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서민 아파트' 이미지를 벗기 위해 지난 2020년 5억원을 들여 새 아파트 브랜드 '안단테'를 내놓았다. 음악에서 악곡의 빠르기 중 '느리게'를 뜻하는 말로 어감이 부드럽고 고급스럽다. LH는 안락하다의 '안'과 단단하다의 '단', 크다라는 뜻의 '태'를 결합한 합성어라고 설명하며 의미도 그럴 듯하다. 하지만 안단테는 적용 후 수요자들에게 '안산대', '안살래' 등의 별명을 얻었다. 

대부분은 차별 가해자들의 도덕성을 비난한다. 자녀들이 학교에서 임대 아파트에 거주하는 급우를 따돌린다는 뉴스에 '부모가 집에서 뭐라고 말을 했으면'이라고 비난하는 식이다. 그렇다면 그 부모들은 어째서 그런 이야기를 꺼냈을까.

   
▲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우선, 사익을 추구하고 경쟁하면서 남과 비교해 우위에 서려는 인간의 이기적인 본성을 탓하기에는 육안으로 식별 가능한 공공분양 및 임대주택의 특징이 차별의 표적이 되기 너무 쉽다. 

그동안 임대주택은 더 많은 입주자들을 받겠다는 취지로 건폐율을 높이며 동간 거리가 협소하게 설계돼 '닭장 아파트'로 불리곤 했다. 고급화를 앞세워 문주부터 대학교의 정문이 연상될 정도로 화려하게 포장하는 민간 아파트와 비교된다. 단지 안에 커뮤니티 시설도 상황이 비슷하다. 임대주택의 좁은 면적에 대한 지적도 아직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일 이한준 LH 신임 사장이 취임했다. 이 사장 취임 직후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보낸 메세지는 "공공임대 아파트 품질을 높이기 위해 마감재 질 제고, 평수 확대, 커뮤니티 공간 확충 등을 포함한 근본적인 방안을 고민해달라"는 요청이다. 입주민들이 원하는 아파트 명칭을 사용하게 하는 등 입주민 중심 주거 서비스와 소셜믹스 강화 방안을 마련해달라는 주문도 덧붙였다. 

원 장관이 당부한대로 공공임대 아파트 품질 제고가 시급한 상황이다. 브랜드 이름이 문제가 아니라 결국에는 공공분양 아파트와 민간분양 아파트의 품질 차이가 줄어들어야 한다. 

먼저 공공분양 및 임대주택의 품질이 민간분양 아파트와 식별이 되지 않아야 도덕성 문제를 들며 차별 가해자들을 비난하고 임대 차별의 역사와 공공분양 아파트 이름짓기 수난사를 끝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임대주택 거주자들의 상처가 커지고 있다. 정부와 새롭게 취임한 이한준 LH 사장에 거는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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