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실험 일삼는 무책임한 행태 반복…교육자치권 확립돼야

   
▲ 홍진표 시대정신 상임이사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의 공직선거법위반 1심 판결을 계기로, 우리는 교육감 직선제의 결함을 재확인 할 수 있었고, 제도 변화 요구의 정당성을 더 확신하게 되었다.

교육감 선거는 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하는 그 시기, 선거비용이 크게 드는 선거운동 방식, 후보들의 진영에 따른 색깔 표시, 심지어 정치권을 모방한 진영후보 단일화 추진, 정치적인 공약 제시, 유권자들의 정치성향에 따른 투표행태 등 모든 면에서 완전히 정치적이다.

그러나 '교육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헌법 제31조 4항을 내세워 정당의 개입을 금지하고, 동 조항의 '전문성’을 근거로 교육 경력자 등으로 피선거권을 제한하고 있다. 이런 내용과 형식의 심한 불일치는 발제자가 정확히 지적하듯이 구조적 결함들을 만들고 있고, 그 피해는 비단 교육 관계자(교사, 학생, 학부모)는 물론이고 납세자인 국민 전체에게 미치고 있다.

교육자치의 허구성

우리의 지방자치제도는 중앙집권과 지방분권의 절충적 형태를 띠고 있다. 5000만이라는 적지 않은 인구규모에도 불구하고, 전국이 일일 생활권화되어 있어 도시국가와 유사한 성격을 가진 한국의 상황에서 전면적 분권화가 바람직하다고 보이지는 않으나, 지방자치를 하고 있는 마당에 교육자치는 보장될 필요가 있다.

교육의 품질을 놓고 벌어지는 지자체간의 경쟁은 주민유치와 직결되어 평가가 용이하고 전반적으로 상향평준화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축제, 국제대회 유치, 공기업 쟁탈전 같은 지자체간의 유치한 낭비적 경쟁을 떠 올려 보면, 교육 품질 경쟁이 장려될 필요성을 쉽게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교육감을 별도로 선출하여 이들은 지자체장이 가지는 주민유치에 대한 책임감이나 이해관계에서 면제되거나 멀어지고, 심지어 일부 교육감은 교육실험을 일삼는 무책임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교육자치의 단위가 광역으로 되어있는 것도 교육생활단위가 기초단체를 중심으로 되어 있는 일부 도지역의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

특히 직선 교육감이 인사권 등 한편에서 권한을 갖고 있기도 하지만, 교육제도 전반이 중앙집권적으로 획일화되어 있어 정책적인 재량권은 극히 제한적이다. 무엇보다도 지방행정을 책임지는 단체장에게 교육자치권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의 공직선거법위반 1심 판결을 계기로 우리는 교육감 직선제의 결함을 재확인 할 수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제도 변화 요구의 정당성을 더 확신하게 되었다. /사진=연합뉴스
정치적 중립의 확장된 적용

교육감 직선제의 논리적 배경인 정치적 중립은 헌법조항이기 때문에 존중되어야 하지만, 적절한 적용이라고 볼 수 없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은 교육내용이 특정 정치세력에 편향되거나 집권세력의 정치적 이익의 도구화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교육감은 교과서의 내용 선정이나, 교사의 교육내용에 대해 개입 할 수 없으며, 어디까지나 교육행정을 담당하는 사람이다.

학생 선발 방식 등의 정책에 대한 재량권이 주어지더라도 교육정책 또한 정치적 중립의 적용대상이 아니다. 만약 교육정책이 정치적 중립의 영역에 속한다면, 특정정당의 지도자이기도 한 대통령은 교육정책에서 손을 떼야 하고, 교육부총리는 무당파 인사를 뽑아야 하며, 당장 정치인의 집합체인 국회부터 교육관련 입법을 그만두어야 한다.

교육감 선출방식의 합리적 전환을 위해서는 선차적으로 '정치적 중립’의 그릇된 인식과 적용에 대해 바로잡아야 한다. 이 논리의 진원지는 교육계로 추정되는바 단순한 무지가 아니라, 교육계 출신이 교육행정도 독점해야 한다는 집단적 기득권의 보호와 관련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제도적 대안과 운동

대안의 핵심은 반드시 지자체장이 교육자치권을 행사하는 제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단체장에 의한 임명제나 러닝메이트제 모두 고려해볼 수 있겠다. 임명제가 가장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선거를 하지 않으면 정실인사로 단정하는 한국적 풍토하에서는 러닝메이트제가 현실적일 수도 있겠다.

제도 변화를 이루려면 이에 소극적인 국회에 대한 시민적 압력이 반드시 조직되어야 한다. 이번 19대국회는 올해가 사실상 마지막 임기이기 때문에, 이번 정기국회를 목표로 시민단체의 연대운동이 모색될 필요가 있다. 19대 국회에서 해결이 안 된다면, 20대 총선에서 후보자들이 교육감 선출제도의 변화를 공약하게 만드는 사전작업부터 할 필요가 있겠다.

참고> 선진국의 사례

1) 미국

50개 주 중 교육감을 선거에 의해 뽑는 주는 13개 주인데, 과거에는 교육감 선거제 시행주가 더 많았지만, 상당수가 임명제로 전환했다. 교육감을 임명하는 주에서는 임명의 주체가 주지사이거나 주교육위원회이다.

2) 영국

의원내각제의 연장선에서 자치단체장이 따로 없이 지방의회가 정책결정 및 집행기능을 동시에 수행한다. 이에 따라 지방의원 중 대표자(의장)가 지방자치단체장 역할을 수행하고, 교육기능을 담당하는 부서(국)를 운영하고 있는데, 교육업무 담당 국장인 수석교육관(교육감) 등은 일반적인 공모절차에 따라 채용된다.

3) 프랑스

교육자치는 일반자치와 분리되어 중앙집권적 행정의 성격이 강하며, 지역별 교육행정단위인 아카데미(Academie: 전국 30개)를 두어, 대통령이 교육감(Recteur)을 직접 임명한다. 이에 따라 교육감은 교육부장관의 지휘를 받게 된다.

4) 독일

분권화가 발달된 연방국가로, 교육은 주정부 책임이며 교육감은 주정부의 교육문화부장관(Minister für Kultur und Bildung)에 해당되므로 주정부 내각의 일원으로 주지사(Ministerpräsident)가 임명하는 제도를 채택한다. /홍진표 시대정신 상임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