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이 넘도록 한 우물은 팠지만 결과는... 부실

[미디어펜=김은영 기자] 지난 20여년동안 보험사들은 중국과 동남아권으로 해외 진출을 해왔지만 현지화 실패 등에 따른 이유로 저조한 실적만 남기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현지화 구축을 위한 투자 확대를 주문했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손해보험사의 해외진출 지점은 지난 2013년 54개에서 지난해 말 57개로 증가했다.

   
▲ 장기간 동안 보험사들은 중국과 동남아권으로 해외 진출을 해왔으나 현지화 실패 등에 따른 이유로 저조한 실적을 남겼다./사진=SBSCNBC캡쳐

국내 손보사가 중국과 동남아권에 진출하는 이유는 동남아의 경제성장이 국내를 비롯해 다른 국가보다 빠르고 인구구성 측면에서도 비교적 고령화가 느려 보험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또 국내 대기업의 동남아 진출이 급증하고 있어 해외로 나간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영업을 강화하기 위해 동남아를 진출하기도 한다.

동부화재는 지난 11일 미얀마 양곤 주재사무소 개소식을 진행하고 손보업계 최초 미얀마 보험시장에 진출했다.  동부화재는 지분투자 형태로 중국시장에 진출했으며 베트남에 손보사를 인수하기도 했다.
 
메리츠화재는 인도네시아에 법인을 두고 있고 삼성화재는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의 동남아권에 진출했다. LIG손보는 인도네시아, 중국, 미국 등 3개의 법인이 설립돼 있다.

이처럼 중국과 동남아권으로 보험사들의 해외 진출이 증가하자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8일 금융회사 해외진출과 관련한 실무자들과의 현장간담회에서 보험업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해외진출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손보사의 중국·동남권 진출은 올해로 20여년이 돼 가지만 실적은 그다지 좋지 않다. 중국과 동남아로 진출한 보험사들 가운데 시장점유율도 미미한 수준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으로 지난 2005년 단독법인 형태로 설립한 삼성재산보험이 손해보험시장의 0.09%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해상화재 LIG손해보험의 점유율은 0.01~0.02%로 미미하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박사는 “중국이나 베트남 등 동남아에서 자국 손보시장의 점유율이 아주 높다"며 "국내사들 간의 경쟁뿐만 아니라 동남아로 움직이는 해외 다른 대형 보험사들과도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도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전 박사는 "중국, 인도네시아 등 동아시아 지역의 감독규제가 매우 엄격해 진출에 제약이 있어 보험 산업 인프라 구축하기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실제 중국에서 보험사 법인장이 취임하려면 중국당국의 현지어 면접을 통과해야 하는 등의 규제가 있다.

이와 관련해 전 박사는 "현지화를 하기 위해서는 인적투자, 자본투자 등 인프라 구축을 위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며 “이미 중국과 동남아 시장에 나간 국내 기업들과의 현지 네트워크 구축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가 실적이 부진함에도 해외를 진출하는 이유는 국내에서는 한계가 있어 새로운 시장을 찾아 나서기 위함"이라며 "보험사에도 뚜렷한 목적과 체계적인 준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며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가야할 것"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