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유예' 의견에 추경호 동의…국회서도 논쟁 이어져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둘러싼 논란이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증권업계와 전문가들이 금융당국에 금투세 ‘유예’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전달했다. 당국도 이 의견에 공감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유예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모습이다. 다만 이번 유예는 말 그대로 유예일 뿐 결국 수년 내 세금이 도입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나온다.

   
▲ 금투세를 둘러싼 논란이 연일 이어지는 가운데 증권업계와 전문가들이 금융당국에 금투세 ‘유예’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지난 17일 전달했다. /사진=김상문 기자


18일 금융당국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투세 논란을 둘러싼 업계와 당국, 나아가 정치권의 공방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와 관련된 양도소득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주식에 투자해 연간 5000만원이상 소득시 20%의 세율을 적용하고 3억원 초과 소득 시 25%의 양도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원래 내년 1월부터 시행이 예정돼 있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일관되게 세법 개정을 통한 ‘2년 시행 유예’ 입장을 관철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7월 금투세 도입을 2025년까지 2년간 유예하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이 나오기도 했다.

금투세에 대해서는 정부‧여당뿐 아니라 증권업계도 유예 입장에 찬성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7일 오전 금투협 중회의실에서 개최한 간담회에서는 이 현황이 잘 드러났다. 이날 간담회엔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NH투자증권, 대신증권, 신영증권, 한화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등 7개사 리서치·세제 관계자들이 자리했다.

이 자리에서 업계 관계자들은 ‘금투세 도입이 강행될 경우 세금 회피를 위한 매도 물량이 증가해 증시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될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또 금투세로 인해 세후수익률이 낮아지는 만큼 국내증시 거래가 크게 위축될 가능성도 언급됐다. 우리나라 증시가 해외투자에 비해 매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공방전은 여야가 이날(18일) 개최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이어졌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정부 시절에 우리는 끔찍한 부동산 지옥, 전세 지옥을 경험했는데 이제 금투세 때문에 주식 지옥을 경험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조해진 의원 역시 “정부가 금투세를 2년 유예하고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기로 결정 방향을 잡은 것은 잘한 것”이라고 거들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까지 금투세에 대해 "금융세제에 전면적인 변화를 주는 세제"라고 언급하면서 "지금처럼 시장의 불확실성이 크고 변동성 클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이런 제도의 큰 변화는 당분간 유예하고 이후에 여러 취지나 시장 상황을 볼 필요가 있다"고 유예론에 힘을 실었다. 이에 야당인 민주당 소속 기재위원들은 금투세 유예를 ‘부자감세’로 정의하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현재의 분위기는 유예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는 모습이지만, 결국 금투세는 도입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금투세 자체가 증시 선진국에서는 거의 대부분 도입된 체제이기 때문이다. 결국 금투세 도입은 ‘시기’의 문제로 수렴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 7월 나재철 금투협회장의 기자간담회 발언을 다시 짚어보면 이와 같은 견해를 엿볼 수 있다. 당시까지만 해도 나 회장은 금투세에 대해 “선진화된 과세제도”라 말하면서 “거래세를 없애고 금융투자소득세로 양도차익을 과세하는 게 과세원칙에 맞다”고 말했다. 이어서 “(금투세는) 개인투자자들에게 불리한 과세체계가 아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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