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고재호, 바톤터치 하는 정성립 

[미디어펜=고이란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대우조선해양의 선장이 오는 6월 바뀐다.

3년 임기를 마치고도 후임 사장 인선이 지연돼 한 달 넘게 임시 사장직을 이어가던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이달 말 정성립 내정자에게 바톤을 넘긴다.

정 내정자는 지난달 10일 이사회를 통해 대표이사로 내정됐으며 오는 29일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다음달 1일 공식 취임한다.

   
▲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사장(왼쪽),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 내정자

21일 업계에 따르면 정 내정자는 오는 6월2일부터 5일까지 열리는 세계최대 조선박람회 '노르쉬핑(Nor-Shipping) 2015'에 참석한다. 정 내정자의 취임 후 첫 공식 일정인 셈이다.

정 내정자는 지난 2001년부터 2006년 대우조선해양 사장직을 맡은바 있다. 9년만에 대우조선해양으로 돌아온 정 내정자는 경영공백을 줄이기 위해 이미 취임 한달 전부터 국내외를 오가며 바쁜 일정을 보냈다.

정 내정자는 첫 해외 일정으로 지난 4일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해양기술박람회(Offshore Technology conference)'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고재호 사장이 동행해 정 내정자 지원사격에 나섰다.

고 사장은 서울 본사 사장 집무실도 정 내정자에게 양보하고 정 내정자를 위해 마련된 본사 인근 미래에셋 센터원 빌딩에서 인수인계와 마무리를 하고 있다.

고 사장은 1980년 대우조선해양의 전신 대우조선공업에 입사해 2012년 3월 대표이사자리까지 올랐다.

고 사장은 취임식에서 "내실 경영을 통해 안정 속에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할 것이며 직원들과의 소통으로 최고의 국제경쟁력을 가진 영속기업으로 회사의 가치를 높이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후 3년, 고 사장은 연임설이 유력할 정도로 대우조선해양을 순탄하게 이끌었다.

조선업이 침체기에 접어든 지난 2011년 이후에도 꾸준히 고용을 늘렸다. CEO스코어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대우조선해양의 직원은 1만3602명으로 전년보다 2.3% 증가했다. 2011년에 비해서는 14.1% 증가했다.

또 지난해 조선3사 중에 유일하게 수주목표를 이뤄냈다. 대우조선해양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9.7% 상승한 16조7863억원을, 영업이익은 6.9% 증가한 4711억원을 기록했다.

이런 고 사장의 흐름을 이어 정 내정자는 취임도 전에 그리스 최대 해운선사인 안젤리쿠시스 그룹 내 마란 탱커스 매니지먼트사로부터 15만6000t 급 원유운반선 2척을 수주받았다.

또 경기 용인 써닝포인트 골프장을 보유한 자회사 에프엘씨의 매각을 지시 하는 등 비핵심자산 매각을 통한 구조조정으로 재무구조 개선에 나섰다. 거제 조선소를 방문해 정 내정자의 사장선임을 반대하는 노조의 마음을 돌려놓기도 했다.

경영공백으로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3월 한 달간 신규 수주 ‘0’을 기록했다. 3월의 빈칸과 1분기 실적 부진을 딛고 대우조선해양이 순풍에 돛 단 듯 거침없는 항해를 할 수 있을지 정 내정자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정성립 사장은 기존 대표이사 당시 워크아웃 졸업도 이끌었고 STX조선해양 사장직에 있을 때 적자폭도 대폭 개선하는 등 조선업 능력이 검증된 분이다"며 "앞으로 회사를 잘 이끌어 가실 것이라 내부적으로도 기대감이 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