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군사 조치, 북미관계 정상화 지원·평화협정 체결·군비통제 추진
“북 협상장으로 이끌어내는 방안도 확장억제 실행력 강화 등 조치”
김태효 “3D 중 대화 빼면 이미 작동…북핵, 南 국론분열 목적 있어”
“북한 경제고 대화 지렛대 활용 가능성” “억제-관여 함께 강화해야”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윤석열정부가 추진 중인 통일·대북정책의 ‘담대한 구상’은 비핵화 단계를 ▲초기조치 ▲실질적 비핵화 ▲완전한 비핵화 3단계로 나누고, 초기조치 때 비핵화 로드맵 합의 도출을 목표로 한다.   

통일부는 21일 ‘비핵·평화·번영의 한반도’를 비전으로 3대 목표, 3대 추진원칙, 5대 중점 추진과제로 구성된 윤석열정부의 통일·대북정책 설명자료를 발간해 배포했다. 통일부는 또 이날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담대한 구상 이행을 위한 공개 세미나’를 개최했다. 담대한 구상에 대한 국민공감대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차원이다.

통일부가 이날 밝힌 자료에 따르면,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복귀만 하면 일단 담대한 구상의 초기조치가 실행된다. 초기조치의 주요 내용은 한반도 자원·식량 교환 프로그램, 북한 민생개선 시범사업이다. 또한 담대한 구상의 초기조치 단계에서 남북 간 ‘비핵화 로드맵’을 마련하게 된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진정성을 갖고 비핵화 협상장에 나오기만 하면 초기조치를 시행하려고 한다”며 “남북 간 대규모의 자원 및 식량을 교환하고, 비핵화의 정의와 목표(엔드 스테이트) 및 로드맵을 합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초기조치에 따라 비핵화 로드맵을 합의한 뒤 협상이 진행돼 비핵화 단계에 들어가면 실질적인 내용으로 상호 조치를 실행하게 된다”면서 “과거 북한과 진행한 핵협상을 보면 최종목표를 도출하지 않아서 중간에 대화가 멈추면 핵협상이 진전되지 못했던 점을 감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21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담대한 구상 이행을 위한 공개 세미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2022.11.21./사진=통일부

그러면서 이 당국자는 “담대한 구상의 특징은 비핵화 단계를 단순화한 것이다. 실질적 비핵화와 완전한 비핵화 단계에서 어떤 것을 주고받을지는 북한과 협상이 시작되면 북측과 협의해서 제시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북한의 실질적·완전한 비핵화 단계에서 제시될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앞서 정부는 담대한 구상에 경제·정치·군사 분야의 포괄적 조치가 동시적·단계적으로 추진된다고 밝힌 바 있다. 

담대한 구상의 남북 간 경제협력에는 발전·송배전 인프라 지원, 항만·공항 현대화 프로젝트, 농업 생산성 제고를 위한 기술 지원 프로그램, 병원과 의료 인프라의 현대화 지원, 국제투자 및 금융 지원 프로그램이 포함된다.

이날 통일부는 정치·군사 조치에 대해 ▲북미관계 정상화 지원 ▲평화협정 체결 등 평화체제 구축 ▲군비통제 추진을 제시했다.    

담대한 구상을 협상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내야 한다. 이 방안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최근 미국과 확장억제 실행력을 강화하고, 한미일 3국간 안보협력을 강화 및 북한의 도발과 관련한 정보를 공유하기로 했다”며 “이처럼 북한을 계속 압박하고 유엔 안보리를 통해서 대북제재 조치를 실행하는 것이 북한을 협상장으로 이끌 수 있는 조치”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공개세미나에 참석해 “강력한 한미동맹을 중심으로 북한의 핵위협을 억제하고(Deterrence), 제재와 압박을 통해 핵개발을 단념시키며(Dissuasion), 외교·대화(Diplomacy)를 통해 비핵화를 추진하겠다”면서 “이 같은 담대한 구상 중 2가지는 이미 작동 중이다. 아직 대화만 안 되고 있으며, 북한이 대화에 나선다면 상호 협력방안을 논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통일부./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그는 또 “최근 북한의 핵무력정책 법제화 내용을 보면 이제 북핵이 미국과 일본뿐 아니라 대한민국과 우리국민을 겨냥하겠다고 직설적으로 표현했다”고 지적하고, “북핵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형 3축체계 구축으로 억제전략을 완성하고, 대한민국의 국론을 통합시켜서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1차장은 “북한이 핵개발을 왜 하려고 할까 생각해볼 때 표면적으로는 북한정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내세우지만 그 이면에는 남북한 체제 및 이념 대결에서 유리한 지렛대를 확보하려는데 있다고 본다”며 “핵위협으로 우리의 국론을 분열시키고 체제를 약화시키려는 의도가 있어보인다”고 말했다.

공개세미나에서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는 “현재 북미대화 및 남북대화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것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과 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 요인을 찾는다면 북한경제의 어려움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현재 북한은 코로나19, 자연재해, 대북제재 3중고에서 벗어날 수 없을 정도로 어럽다. 경제고를 레버리지로 활용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전 교수는 이런 분석 배경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공개행사에서 인민들을 향해 미안하다고 발언하고, 핵보유국을 자축하면서도 경제가 어렵다는 말을 하는가 하면 특히 이례적으로 유엔에 식량 및 방역 상황과 관련한 보고서를 제출한 것을 예로 들었다. 그는 “북한의 속내에 국제사회와 협력을 기대하는 희망도 포함돼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성윤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담대한 구상을 보면 현재 북한의 핵보유 정책과 의지를 거부하고, 좌절시킴으로써 북한 지도부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겠다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서 “현재 북한의 결기가 너무 강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므로 억제전략과 함께 관여까지 2가지 정책을 함께 강화해서 북한의 전략적 선택지를 확 넓혀주는 노력도 필요하다. 즉 북한에 고통과 기회의 창을 더 넓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