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639조 예산전쟁 돌입했지만 아직도 '윤석열 vs 이재명' 대선정국, 전방위 대치
대통령실 용산 이전·경찰국 신설부터 이태원 공방까지 '전선'…윤, 준예산 카드 만지작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최근 외교순방과 정상회담을 연일 소화하면서 대외 행보에 집중했던 윤석열 대통령에게 올해 넘어야 할 마지막 장벽이 눈 앞에 왔다.

바로 윤석열 새 정부의 첫 예산 처리다. 여야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사수냐 삭감이냐" 예산 항목별 기로에 놓여 있다.

어떻게 처리되느냐에 따라 내년 윤석열 정부의 예산 쓰임새와 정책 방향이 결정된다. 내후년 총선을 앞두고 윤 대통령의 한 해 성과이자 국가살림이 얼추 드러날 전망이다.

국회에서는 집권여당 국민의힘과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이 총 639조원 규모의 예산전쟁에 돌입했지다.

일각에서는 아직도 지난 대선에서의 '윤석열 대 이재명' 구도의 대치정국이 펼쳐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총 299석 중 169석(국회 57%)을 거머쥔 민주당의 비토가 도드라지고 있다. 대치전선은 전방위로 펼쳐지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이 10월 2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취임 후 두번째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2023년도 예산안과 관련해 이번 시정연설을 밝혔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실 용산 이전을 비롯해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 '10.29' 참사에 대한 책임 공방에서부터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검찰 수사에 이르기까지 국회 각 상임위원회에서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앞세워 공세를 펼치고 있다.

내년도 경찰국에 배정된 6억원 규모의 예산을 민주당이 전액 삭감하면서, 정부안에 없던 지역화폐 발행 지원 예산 7050억원을 증액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지역화폐 발행 예산은 민주당 대표공약 중 하나다. 일명 '이재명표' 민생 예산이다.

여야가 상임위 예비심사 단계부터 강하게 충돌하며 파행을 겪어온 만큼, 향후 세부 심의 또한 순탄하지 않을 전망이다.

주 무대는 예결위 예산소위다. 예산소위는 국회 예산심사의 최종 관문이다. 각 상임위에서 넘어온 사업별 예산의 감액과 증액을 정한다.

예결위 전체회의는 오는 30일 열린다. 이를 거쳐 예산안은 법정시한인 12월 2일 내로 본회의를 통과해야 한다. 예결위 전체회의까지 합의가 안되면, 양당 원내지도부가 최종 조율에 나선다.

앞서 새 정부 출범 후 윤 대통령 행정부와 여당이 내놓았던 법률안은 총 82건에 달하지만,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했다. 민주당이 비토권을 행사해서다.

이번 예산 심의에서도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극한의 대치정국이 끝까지 이어질 경우 윤 대통령과 여당이 헌정 최초로 준예산 사태를 염두에 둘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헌법 제54조에 따르면, 새로운 회계연도가 개시될 때까지 예산안이 의결되지 못한 때에는 정부는 국회에서 예산안이 의결될 때까지 다음의 목적을 위한 경비는 전년도 예산에 준하여 집행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은 ①법률상 지출의무 이행, ②이미 예산으로 승인된 사업의 계속, ③헌법이나 법률에 의하여 설치된 기관 및 시설의 유지 운영을 위해 '준예산' 카드를 실행에 옮길 수 있다.

아직 민심은 어느 쪽 편을 들고 있지 않지만, 다수 의석을 앞세운 민주당의 텃세가 도를 넘어 '준예산 사태'에까지 이른다면 국민 여론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여야의 신경전이 어떻게 결론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