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석주 대표, 임기 4개월여 앞두고 사의 표명
단기간 자금 수혈 집중에 '리스크 현실화' 우려
"자금시장 경색·PF 만기 맞물린 일시적 현상"
[미디어펜=김준희 기자]오랜 기간 롯데건설을 이끌어온 하석주 대표이사가 결국 직을 내려놨다. 롯데건설 재무건전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가운데 실제 상황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부도설’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평가다.

   
▲ 하석주 롯데건설 대표이사./사진=롯데건설


22일 업계에 따르면 하 대표는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일신상 사유로 지난주 사의를 표명했다. 앞서 한 차례 사의를 밝혔고 보류된 바 있으나 재차 사의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하 대표가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게 맞다”며 “다만 (사직이 처리되려면) 이사회는 물론 등기임원인 만큼 주주총회까지 거쳐야 하기 때문에 당분간은 그대로 대표이사직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건설은 최근 계열사 등을 통한 자금 수혈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20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시작으로 같은달 롯데케미칼로부터 5000억원, 이달 롯데정밀화학과 롯데홈쇼핑에서 각각 3000억원과 1000억원을 차입했다.

지난 18일에는 하나은행과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서 총 3500억원을 차입했다. 또 최근에는 서울 서초구 본사 사옥을 담보로 일본의 한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단 대출 규모는 당초 알려진 3000억원대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단기간에 집중된 자금 조달에 대표이사 사의까지 겹치면서 일각에서는 ‘롯데건설 유동성 리스크가 구체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건설업계를 비롯해 롯데그룹 내부적으로는 우려할 수준의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시장이 경색된 가운데 시기적으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만기 도래 등이 맞물리면서 벌어진 ‘일시적 현상’이라는 해석이다.

지난 21일 열린 롯데케미칼 유상증자 컨퍼런스콜에서 김연섭 ESG본부장은 “롯데건설 리스크가 상당한 수준으로 해소됐다고 판단한다”며 “긴급한 상황은 지난 것으로 알고 있으며, 더는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롯데건설이 보유한 사업은 대부분 우량한 사업이었으나 최근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인해 일시적인 자금 경색을 겪고 있다”며 “자금 지원은 롯데건설이 롯데케미칼의 주요 전략적 파트너사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은 롯데건설의 최대주주다.

업계 한 관계자 또한 “롯데건설의 최근 상황이 실제 부도까지 우려될 정도라면 다른 대형 건설사도 이미 자금 마련에 난항을 겪고 있어야 할 것”이라며 “자금시장 경색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만기가 도래한 PF 차환이 어려워지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바라봤다.

신용평가업계도 롯데그룹의 적극적인 지원을 감안해 롯데건설의 리스크 발생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고 있다. 배인해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롯데건설은 최근 그룹 차원의 전방위적 지원을 고려해 통합신용도 하락에 따른 신용도 하방 압력이 이전 대비 경감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설업 업황이 급속도로 하락하는 만큼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상황임은 부정할 수 없다. 하 대표의 사의 표명으로 '수장 교체'가 불가피해진 롯데건설이 위기를 타개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일각에서 후임 인사가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며 “조만간 정기 임원 인사가 발표되면 이사회가 소집돼 후임 대표이사 인선 절차를 거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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