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총량제 묶인 합법 사행산업, 불법·해외 시장과 싸움 '3중고'

22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김우남, 경대수 국회의원의 공동 주최로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불법도박 확산방지 국제심포지엄>이 열렸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과 중앙일보가 주관한 자리였다. 김우남, 경대수 의원의 개회사에 이어 참석자들은 전세계 불법베팅현황 및 홍콩의 대응, 불법도박에 점령당한 말레이시아와 불법도박에 위협받는 대한민국 등을 주제로 의견을 나누었다.

홍콩 자키클럽 임원 및 스캇메튜 말레이시아 재결위원, 강석구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등의 발표가 있었다. 이어 천기홍 대검찰청 강력부 검사, 이원희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 소장, 박성기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사무처장, 허태균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이종화 광운대학교 범죄학과 교수, 홍덕화 중독예방시민연대 공동대표가 패널로 나와 열띈 토론을 벌였다. 아래 글은 강석구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발표한 발제문의 요약문이다. 강석구 연구위원은 불법 사설경마, 불법 스포츠베팅, 인터넷․모바일 베팅 등으로 급속히 확산된 불법도박에 맞서 어떠한 근본적 대응방안이 있는지 밝히고 그 대안을 제시했다. [편집자주]

불법도박에 위협받는 대한민국

2006년 이른바 ‘바다이야기’ 사태로 오프라인 사행성 게임업은 철퇴를 맞게 되었는데, 그 후속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함에 따라 불법도박이 온라인으로 도피할 수 있는 여지를 주고 말았다. 당초 합불법을 아울러 사행산업을 감독할 것으로 기대했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는 합법 사행산업의 통제에만 몰두하였고, 정부당국의 정책오판을 틈타 불법시장은 불법 사설경마, 불법 스포츠베팅, 불법 인터넷도박사이트 등 인터넷․모바일 베팅, 불법 카지노 운영, 유사 복권 발매 행위, 사행성게임물로 급속히 확산될 수 있었다.

이제 불법 도박시장은 연간 100조원대를 상회하는 규모로 대한민국을 위협하고 있고, 우리 사회는 지금까지처럼 불법에 합법을 양보하여 우리나라 도박시장을 해외시장과 불법시장에 통째로 내줄 것인지, 아니면 불법도박에 맞설 힘을 합법 사행산업에 실어주어 잃어버린 시장을 되찾을 것인지 결단을 내릴 시가가 되었다. 이러한 인식 아래 이 글은 불법도박에 맞설 근본적 대응방안을 모색하여 건강한 대한민국을 되찾고자 한다.

100조원대 넘어선 불법도박 시장…어떻게 해야 하나

첫째, 이제는 종래 합법시장에만 천착되었던 총량관에서 탈피하여 불법시장까지 아우를 수 있는 합불법 통합 매출총량제를 실시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는 불법도박에 대한 정례적인 실태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불법시장을 합법시장으로 최대한 흡수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정책을 개발하여야 할 것이다.

   
▲ 22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김우남, 경대수 국회의원의 공동 주최로 열린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불법도박 확산방지 국제심포지엄>의 전경.

둘째, 불법시장과 해외시장을 동시에 공략할 수 있도록 우리 합법 사행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불법시장 및 해외시장과 차별화된 전략을 수립하는 한편, 환급률이나 베팅방식 등을 획기적으로 개선해나가야 할 것이다.

셋째, 사행산업 관련 산업의 활성화와 직결되는 방향으로 세제를 개편하는 한편, 주관 기관․단체가 경기․경주와 관련 산업의 활성화라는 본연의 목적에 충실할 수 있도록 마권․국민체육진흥투표권 등의 발매처를 분리․통합함으로써 실질적 공공 기여를 도모하여야 할 것이다.

넷째, 모바일 기반이 약한 합법 사행산업의 현실을 받아들여 모바일 시장 등 변화된 시장환경을 반영한 대응전략을 수립하여야 한다. 특히 법정 제한요건을 충족하는 일부 온라인 불법도박을 양성화하는 방안 도입을 대국적인 차원에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다섯째, 불법도박이 단순한 풍속범죄가 아니라 경제범죄나 조직범죄라는 현실을 직시하여 불법도박을 전담하는 범정부적인 단속체계를 구축하여야 한다. 그 전제로서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단속역량 강화가 필요하다.

여섯째, 여전히 불법에 매몰되어 정부정책에 순응하지 않는 불법도박에 대해서는 징역․벌금과 같은 전통적인 형벌뿐만 아니라 범죄수익 환수제도까지도 최대한 활용하여 전부의 재산을 환수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게 제재하여야 한다.

해외시장과의 경쟁, 불법도박과의 싸움?
매출총량제에 묶여있는 우리나라 합법 사행산업

우리나라 합법 사행산업은 그간 매출총량제에 묶여 합법 사행산업 간의 ‘총량 나눠먹기’ 경쟁에만 몰두해왔지만, 이제는 해외시장과의 경쟁에도 대비하여야 하고, 동시에 기형적으로 비대해진 불법도박과의 싸움에서도 이겨내야 하는 3중고(苦)에 직면해있다.

   
▲ 2006년 이른바 ‘바다이야기’ 사태로 오프라인 사행성 게임업은 철퇴를 맞게 되었는데, 그 후속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함에 따라 불법도박이 온라인으로 도피할 수 있는 여지를 주고 말았다. 사진은 야산서 천막치고 억대 도박판을 벌인 가정주부 사건 이미지. /사진=연합뉴스TV 영상캡처

인정하고 싶지는 않겠지만, 불법도박이 사회의 어두운 이면으로 이미 자리 잡았고, 불법도박에 대한 단속과 처벌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하지만 넘치는 도박수요를 그 저변에 깔린 스포츠와 게임, 관련 산업에 대한 관심으로 유도해낼 수 있다면 불법도박에 대한 대응은 충분히 승산이 있다. 이에 우리 사회의 결단을 제안한다. /강석구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