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상진 기자] 여행을 떠나기 딱 좋은 날씨였다.

22일 금요일 오전 서울역 공항철도 승차장은 석가탄신일까지 3일로 길어진 주말을 앞두고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열차는 자국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의 서운함과 여행을 앞둔 사람들의 마음이 적절하게 어우러져 푸른 서해바다 위를 붕 떠서 달리는 듯 했다.

   
▲ 인천공항 3층 환전소 / 사진=미디어펜

인천공항은 공항철도에서 빠져나오자마자 탑승동 2층으로 이동할 수 있는 에스컬레이터가 일직선으로 연결돼있다. 여행객들은 주저 없이 에스컬레이터에 몸과 짐을 실었다. 그들에게 환전 여부를 묻자 대부분 미리 하고 왔다는 반응이었지만 “탑승장 앞에도 환전소가 있다. 얼마 안바꿀(환전)거라 거기서 바꿀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공항철도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출국장인 탑승동 3층에 올라서면 탑승수속하는 반대편으로 체크인카운터 C앞에 외환·신한은행 환전소, K앞에 우리·신한은행 환전소가 짝지어 있다. 공항에 입점한 3곳의 은행이 모두 몰려있는 만큼 환율을 비교할 수 있는 최단거리다. 실제로 양쪽을 오가며 꼼꼼하게 환율을 비교해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은행별 환율을 적어가면서 꼼꼼히 비교하던 사람들은 곧 탄식했다. 세 은행이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오전 11시 30분 현재 외환·신한은행의 원·달러 환율은 1134.0원, 우리은행의 원·달러 환율은 1133.0원이었다. 우리은행은 원·유로 환율도 다른 은행보다 0.5원 저렴했다.

환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환율 우대적용’다. 돈을 바꾸려는 사람들 중 3분의 1은 우대범위를 물었다. 계산이 복잡해진 일부 사람들은 지난해 공항 입찰에서 빠지거나 탈락한 국민·하나은행을 찾기도 했다. 일이 마음처럼 안되자 “내 그럴줄 알았다”며 투덜대는 사람도 종종 눈에 띄었다.

따지고 보면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인천공항의 환율이 확실히 비쌌다. 오전 11시 23분 세 은행의 원/달러 ‘사실 때’ 가격은 1133~4원이었다. 반면 그시각 공식 발표된 ‘사실 때’ 환율은 1110.60원이었다. 일반 점포와 공항의 환율은 국가별로 최대 30원까지 차이를 보였다. 김성원(28) 씨는 “큰돈은 이미 바꿔뒀고, 혹시 모를 비상금으로 쓸 소액을 환전하려는데 10만원만 해도 기분이 다르다. 담배 반 값 피웠다고 생각해야겠다”고 말했다.

   
▲ 15일 개장한 우리은행 인천공항영업점. 중국인이 좋아하는 금색으로 간판을 디자인해 눈길을 끈다. / 사진=미디어펜

은행 관계자들은 일제히 공항 환전 수수료가 비쌀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 해 수백억원에 이르는 임대료, 인건비 등을 염두했을 때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인천공항에 입점한 세 은행은 한 명의 고객이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공항청사의 은행 사업권(4년 기한)은 입점위치와 환전소 수에 따라 1~4사업권으로 분류된다. 가장 좋은 위치를 선점하고 환전소를 많이 둘 수 있는 1사업권은 외환은행 몫이다. 2사업권은 우리은행, 3·4사업권은 신한은행으로 점포와 환전소 수는 신한은행이 가장 많다.

인천공항 내부에는 세 은행이 운영하는 점포 4곳이 분산돼 있다. 외환은행과 우리은행 점포는 탑승동 지하1층 좌우측에, 신한은행 점포 2곳은 여객터미널 지하1층에 있다.

신한은행 점포는 공항철도 출구에서 탑승동으로 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지 않고 탑승동으로 이동하면 가장 빨리 만날 수 있다. 그러나 공항철도로 도착한 사람 대다수는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이동해 접근성이 떨어졌다. 탑승동에 있는 버스정류장과도 멀었다. ‘가깝지만 먼 점포’인 셈이다.

외환은행 점포는 탑승동 지하1층 식당가와 맞붙어 있다. 주변 유동인구가 가장 많았다. 일반 점포와 구조면에서는 크게 다를바 없었지만, 태국어, 인도네시아어, 이탈리아어 등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는 직원과 17개 언어로 이용할 수 있는 ATM기가 강점이다. 김성복(42)씨는 “환전할 때는 외환이라는 이름이 주는 신뢰감 때문에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간판을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황금색으로 치장한 우리은행 인천공항영업점은 15일 재오픈했다. 6년 만이다. 고객의 편의성을 앞세운 인테리어가 인상적이었다. 입구 한편에 대형 환율·비행정보·공항정보 등을 제공하는 터치스크린을 뒀고, 주변 방해없이 통화할 수 있는 공간과 고객 휴식공간도 마련했다. 공항에 입점한 은행 중 유일하게 탑승동 2층에 프리미어라운지를 마련해 VIP 고객들을 배려한 점도 눈여겨볼 만 했다.  

   
▲ 공항철도 출구에서 가장 가까운 은행 점포는 신한은행(빨간 동그라미)이나 여행객 대다수가 탑승동 2층으로 연결되는 에스컬레이터를 탔다. / 사진=미디어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