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이상민 파면' 요구에 여당 '국조 불참' 시작 전부터 파열음
내년 예산안 심의도 속도 못내…'선 예산안·후 국조' 곳곳 암초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10.29참사 국정조사가 첫 발을 내딛기도 전부터 비틀거리고 있다. 여야가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구성을 극적 타결 했지만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 거취와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이견이 발생한 탓이다.

더불어민주당 및 정의당 등 야권은 28일, 이날을 이 장관 파면 시한으로 정하고 정부여당을 거듭 압박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늘이 윤석열 대통령께 요청 드린 이 장관 파면 시한”이라며 “윤 대통령은 더 이상 국민의 인내심을 시험하지 말고 이 장관을 즉각 파면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1월 23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실시에 대한 합의문 서명 후 악수를 하고 있다.(자료사진)/사진=미디어펜


이어 국정조사 특위에 비교섭 단체 몫으로 참여한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SNS를 통해 “원활한 여야 합의 국정조사를 위해 이 장관의 사퇴가 불가결하다”며 투명한 진상 규명 첫 걸음으로 이 장관 파면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태원참사 특별수사본부의 수사가 일선 실무자에 머물자 정치적 책임이 있는 윗선으로까지 책임을 추궁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반면 정부여당은 야당의 요구가 진상 규명보다 정치 공세에 목적이 있다며 ‘수용 불가’라는 입장을 더욱 견고히 했다. 국정조사 계획서가 본회의에서 의결된 지 이틀 만에 장관 해임건의안, 탄핵소추 등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협치 파괴라는 평가다.  

더불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이 장관 파면을 고집하는 배경에는 10.29참사에 윤 대통령 책임론을 제기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함과 동시에 정부 예산안 편성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함이라는 의심을 더하고 있다. 이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정쟁으로 변질된 국정조사를 전면 거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양금희 수석대변인 이날 논평을 통해 “(이 장관 파면 요구는) 민주당에 필요한 건 실체적 진실이 아닌 정치적 구실이었다는 자백과 다름없는 것”이라며 정쟁으로 변질된 국정조사에 협력할 수 없음을 밝혔다.

이 장관의 거취 문제로 국정조사에 파열음이 나오자 윤석열 정부 내년도 예산안도 법정 기한을 넘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선 예산안 후 국정조사’를 조건으로 여야가 진상 규명에 합의한 만큼 여야 힘겨루기 과정에서 연쇄작용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구조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국회 예결소위는 내년도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이 나흘 남았음에도 불구 여당의 반발로 파행을 거듭했다. 예산안 처리가 지연되는 만큼 국정조사 기한이 축소된다는 점을 활용해 역으로 야당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이에 여야가 주도권을 잡기 위해 벼랑 끝 전술에 돌입한 만큼, 정부 예산안은 물론 국정조사 또한 기한을 지키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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