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첫 방문 “흡수통일 추구 안해…북 핵위협·도발도 용납 못해”
“북 용기 있는 결단 내려주길…판문점에서 마주하고 논의할 날 기대”
[미디어펜(판문점)=통일부 공동취재단 김소정 기자]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29일 “북한이 대화에 응하고 비핵화 논의를 시작하면 경제적 협력과 외교적 지원은 물론 과감한 정치·군사적 상응조치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 장관은 이날 오후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을 찾아 “우리정부는 지난 8.15 경축사를 통해 ‘담대한 구상’을 제안한 이후 지속적으로 북한의 호응을 촉구하고 있다.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단단한 원칙을 세워놓고 북한과 대화의 문을 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권 장관은 “우리정부는 북한에 대해 적대 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 역대 정부가 그래왔듯이 흡수통일을 추구하지도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북한의 핵위협과 무력도발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제일 중요한 것은 남북관계를 지속 가능하게 발전시키고 비핵·평화·번영의 한반도를 실현해서 우리 모두가 바라는 평화통일의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일관된 노력을 펼쳐갈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처럼 남북이 서로를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우리가 아무리 좋은 제안을 한다고 해도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남북관계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결국 남북관계를 풀어갈 해법은 대화를 통해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남북 간 모든 현안은 결국 대화를 통해 단계적으로 풀어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 “취임 이후 일관되게 밝힌 바와 같이 저는 북한이 지금이라도 대화의 장에 나오기를 바라며, 언제 어디서든 어떤 형식의 대화라도 북한이 원하면 나갈 의지가 있다는 말씀도 드린다”며 “핵 문제뿐만 아니라 정치·군사적 대결 상태를 해소하고, 이산가족 등 인도적 문제를 포함해 남북 간 상호관심사를 허심탄회하게 대화함으로써 함께 해결책을 찾아나갔으면 한다”고 제의했다. 

   
▲ 권영세 통일부 장관./사진=연합뉴스

그러면서 권 장관은 “북한의 도발 행위는 남북관계뿐 아니라 현재 북한이 제기하는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남과 북의 책임 있는 당국이 만나서 현 상황을 타개하고,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용기 있는 결단을 내려주었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더 이상 북한은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우리정부의 진정성을 왜곡하지 말고 우리의 제안에 호응해오기를 바라며, 조만간 바로 이곳 판문점에서 직접 마주해 남북 간 현안들에 대해 논의를 시작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권 장관은 최근 북한이 일련의 무력시위를 벌이면서 9.19 남북군사합의를 위반하고 있는 이유와 내년에도 북한이 이 같은 경향을 이어갈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우리정부가 일관된 통일정책으로 한편으로는 단호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유연한 대북정책을 보이는데, 북한은 단호한 부분에 대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바꾸기를 원하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북한이) 그렇게 해봐야 우리정부나 우리국민들의 단호한 의지가 바뀌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도 당분간 지금과 같은 태도를 쉽사리 바꿀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초조해하지 않고 인내심을 갖고 우리가 원칙으로 정한 부분을 지키면서 북한의 태도 변화를 기다릴 생각”이라고 밝혔다.

권 장관은 이날 오후 제3초소, 2019년 귀순한 북한군 병사 오청성씨 귀순 장소, 중립국감독위원회(T1) 및 군사정전위원회(T2) 등을 방문했다. 통일부 장관의 판문점 방문은 2020년 9월 당시 이인영 장관 이후 약 2년4개월 만이다. 권 장관 개인적으로 판문점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권 장관은 2018년 남북 정상이 함께 심은 식수와 도보다리 등을 둘러본 뒤 자유의 집 2층에서 약식 기자회견을 시작하며 “판문점은 한국전쟁 휴전협상 등이 있었던 전쟁과 대립의 장소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1971년 남북 적십자 접촉을 시작으로 2018년 정상회담을 포함해 총 370여 차례의 회담이 열렸던 대화와 화해의 공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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