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갈등 돌파구 인식 안돼…'비정상의 정상화' 정치해야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를 놓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총리 인준 불가’ 방침을 세우고 ‘인사청문 태스크포스(TF)’까지 꾸려 총공세를 펴겠다고 선언했다.

황교안 총리 후보자는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사퇴한지 25일만인 지난 21일 박근혜 대통령이 새 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다.

청와대가 황교안 법무부장관을 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이유에 대해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대한 이해가 깊고 사회전반의 부정부패를 뿌리뽑아 정치 개혁을 이룰 적임자”라고 밝혔다.

황교안 총리 후보자도 발표 직후 밝힌 소감에서 “‘비정상의 정상화’ 등 나라의 기본을 바로잡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은 다음 달 중순으로 예정된 미국 방문전에 국회인준 절차의 마무리를 희망하고 있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도 “북한의 위협이 계속되는 등 국정이 중요한 국면”이라며 “가급적 박 대통령의 방미 이전에 인사청문회를 마치는 것으로 야당의 협조를 구하겠다”고 말했다.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에 대해 “국민통합형 총리를 바랐던 국민의 기대가 여지없이 무너졌다”며 “대통령의 불통과 독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연일 비판을 일삼고 있다. 문재인 대표는 황교안 총리 후보자에 대한 무차별 공격으로 당 결속의 기회로 삼는 듯한 인상이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야당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국민통합형 총리를 바랐던 국민의 기대가 여지없이 무너졌다”며 “대통령의 불통과 독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날선 비판을 했다.

문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 국민분열의 ‘두 국민 정치’를 하겠다는 명백한 선전포고”라며 황교안 총리 후보자를 향해서는 “법무장관 하는 내내 극심한 이념갈등을 부추기고 공안정치로 야당과 국민을 겁박했고 국민의 목소리가 아닌 대통령의 말만 들은 ‘예스맨’이었다”고 연일 비난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집권 3년차인 지금까지 총 6명의 총리 후보자를 냈다. 이중 김용준, 안대희, 문창극 3명은 청문회 문턱도 밟지 못하고 낙마했다. 정홍원 전 총리는 세월호 참사로, 이완구 전 총리는 성완종 리스트를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다. 그야말로 ‘총리 잔혹사’다.

행정 2인자인 총리의 공백은 국가적으로도 심각한 문제다. 중요 결정이 늦어지는데다 각 부처간 정책조율에서도 ‘영’이 안선다. 박근혜 대통령의 중남미 순방 때 성완종 리스트로 사표를 낸 이완구 전 총리의 공백에서 충분히 겪은 아픔이다.

새 총리 지명과 인사청문회를 앞두면 어김없이 나오는 말이 있다. “우리 사회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게 틀림없다”, “인사청문회제도를 바꾸든지, 현재 구도에선 대통령이 원하는 사람을 쓸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는 자조다.

현재 국회에 쌓여 있는 민생법안은 공무원연금 개혁안, 대학생의 학자금 대출 상환 부담을 덜어주는 '취업후 학자금 상환특별법 개정안', 담뱃갑 경고 그림을 의무화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법(일명 크라우드펀딩법), 하도급법, 산업재해보상법 등 60여개 법안이 무더기로 쌓여 있다.

한 시가 급한 민생법안을 제쳐두고 야당은 또 다시 국무총리 인사청문회에서 ‘총리 잔혹사’의 바통 이어가기에 온통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4ㆍ29재보궐선거 참패로 심각한 내홍위기에 처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황교안 총리 후보자에 대한 무차별 공격으로 당 결속의 기회로 삼는 듯한 인상이다.

감정싸움으로 번진 친노와 비노간 격돌은 문재인 대표의 사퇴론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혁신기구 설치문제는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과의 갈등의 골만 패이게 했다. 비노 수장격인 박지원 의원은 “문재인 대표는 정치를 모른다. 그게 자랑은 아니다”라며 직격탄을 쏘았다. 그야말로 새정치민주연합은 출구가 보이지 않는 어둠속에 빠져 있다.

문재인 대표는 자신의 리더십 부재로 생긴 당내 갈등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한 채 ‘네 탓’만 일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표가 황교안 총리 후보자에 대해 아낌없이(?) 비판의 칼을 들이대는 것은 자신의 책임에 대한 전형적인 물타기의 행보다.

당내 의사 결정기구인 최고위원회조차 분란에 휩싸여 민생법안조차 논의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제 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현주소다.

문재인 대표가 황교안 총리 후보자 지명에 대해 ‘두 국민 정치’라고 비판함은 그야말로 제 눈에 대들보는 안보이고 남의 눈의 티끌만 보는 격이다.

‘한지붕 두 가족’의 현실은 새정치민주연합이다. 제 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제1 과제는 집안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고 건전한 야당의 모습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그리고 국가와 민생에 힘쓰는 것이다.

집안문제를 덮기 위한 애꿎은 화풀이는 안된다. 문재인 대표는 당내 현실과 곤두박질치는 당 지지율에서 국민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 국민의 마음은 ‘총리 잔혹사’가 아닌 ‘비정상의 정상화’를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