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2년 전 '노쇼' 논란으로 한국 축구팬들에게 미운털이 박혔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가 카타르 월드컵에서 한국의 16강 진출에 특급 도우미가 됐다.

호날두는 3일 새벽(한국시간)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H조 최종 3차전 한국전에 선발 출전했다. 포르투갈은 이미 2승을 거두며 16강 진출이 확정된 상황이어서 호날두의 출전 여부는 불투명했는데, 선발로 나섰다.

현재 월드컵 통산 8골을 기록하고 있는 호날두가 마지막이 될 이번 월드컵에서 포르투갈 역대 최다골 기록을 노리기 위해 한국전 선발로 나섰다고 보는 시각도 있었다. 최다골 기록은 레전드 에우제비오가 갖고 있는 9골이다. 호날두가 이날 한국전에서 한 골을 넣었다면 타이를 이루고, 두 골을 넣었다면 신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 경기 전 인사를 나누고 있는 한국 주장 손흥민과 포르투갈 주장 호날두. /사진=FIFA 공식 SNS


경기 전 몇몇 전문가와 축구팬들은 호날두가 한국전에 선발로 나서는 것이 한국에 유리할 수 있다는 예상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실제 그렇게 됐다.

호날두는 드러내놓고 골 욕심을 부렸고, 포르투갈 선수들은 될 수 있으면 호날두에게 슛 찬스를 주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호날두는 한국 수비진의 오프사이드 트랩에 자주 걸려들며 찬스를 번번이 무산시켰다. 전반 한 차례 전진패스를 받아 위력적인 슛을 쏘기는 했지만 김승규 골키퍼 선방에 걸렸고, 좋은 위치에서 찾아온 헤더슛 기회에서는 빗맞아 골대를 벗어나기도 했다.

호날두는 골을 못 넣어 한국을 도왔을 뿐 아니라 한국의 동점골을 어시스트(?) 하기도 했다.

포르투갈은 전반 5분만에 오르타의 선제골로 리드를 잡았다. 경기 흐름을 되돌려놓은 것이 전반 26분 터진 김영권의 동점골이었다. 코너킥 상황에서 이강인이 문전으로 올린 볼을 조규성이 헤더를 시도했으나 머리에 맞지 않고 뒤로 흘렀다. 이 볼이 수비에 가담해 있던 호날두 쪽으로 왔고, 미처 볼을 피하지 못한 호날두의 어깨 뒤 등쪽에 맞았다. 호날두 맞고 흐른 볼을 문전에 있던 김영권이 차 넣어 동점골을 뽑아냈다.

결국 별다른 활약을 못한 호날두는 후반 19분 교체돼 물러났고, 한국은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의 폭풍질주에 이은 어시스트와 황희찬의 역전골로 2-1 극적인 승리를 거두고 기적같은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호날두는 이날 선발 출전하면서 주장 완장을 차고 나와 한국대표팀 캡틴 손흥민과 마주했다. 호날두는 손흥민의 우상이었고, 손흥민이 등번호 7번을 선택한 것도 호날두 때문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손흥민은 우상 호날두가 교체돼 물러나 벤치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폭중 질주에 이은 완벽한 패스로 황희찬의 역전골을 '어시스트'해 포르투갈 격침과 한국의 16강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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