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스텝' 등 기준금리 인상에 '영끌족' 이자 부담 급증
부동산 시장 침체까지 겹쳐 던지지도 버티지도 못해
"정부 안심전환대출 등 활용…실거주 목적은 버텨야"
코로나19 발발 이후 저금리 정책으로 인해 유례없는 ‘유동성 파티’가 열렸던 한국경제는 지난해 8월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 이후 통화정책 정상화에 나섰다. 그 결과 약 1년 2개월 만에 2.50%포인트가 상승하면서 2012년 이후 10년 만에 기준금리 3%대 시대를 맞게 됐다. 금리가 급속도로 오르는 상황에도 물가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 가운데 금리 인상은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미디어펜은 고금리 시대를 향해가는 현시점 금융과 산업, 부동산 등 경제 전반에 걸쳐 현재 상황을 진단하고 정치권에서 필요한 역할에 대해 가늠해 본다. [편집자주]

[고금리 쇼크⑥부동산]금리 뛰고 집값 하락…잠 못 드는 '영끌족'

[미디어펜=김준희 기자]#.경기도 외곽 지역에 거주 중인 30대 직장인 A씨는 지난해 집값이 급등하자 아파트 매수에 나섰다. 당시 조정대상지역에서 가능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70%를 적용해 대출을 받았다. 매달 나가는 상환금이 부담스럽긴 해도 매수 이후 꾸준히 상승하는 실거래가를 보면서 내심 뿌듯했다. 그러나 몇 달 새에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기준금리가 급속도로 오르면서 A씨의 대출금리도 인상 변동됐다. 실거래가 또한 급매 수준 가격이 찍히면서 집값 하락세를 체감했다. 월급에서 상환금 비중이 커진 A씨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최근 소비를 줄이고 있다.

   
▲ 기준금리가 급속도로 인상되는 가운데 주택시장 침체가 지속되면서 이른바 '영끌족'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영원할 것 같던 ‘유동성 파티’도 끝났다. 유례없는 초저금리 시대에서 끝을 모르고 상승하던 집값은 금리 인상과 맞물려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집값 상승 불안감에 ‘패닉바잉(공황구매)’에 나섰던 이른바 ‘영끌족’들은 늘어나는 이자 부담에 한숨만 내쉬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기준금리가 3.25%로 인상되면서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기준) 상단은 8% 돌파를 눈앞에 뒀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사태 발발 이후 0.50%까지 하락했던 기준금리는 지난해 8월 0.25%포인트 인상을 시작으로 올해 7월과 10월 두 차례 '빅스텝(0.50%포인트 인상)'을 거쳐 3%대까지 상승했다.

그 사이 부동산 시장은 수요자들의 대출이자 부담 증가로 거래가 급감하면서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각 년도 1~9월 누적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2020년 34만2167건에서 올해 7만624건으로 20.6% 감소했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 실거래 가격지수는 하락기가 시작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8월까지 서울이 7.7%, 경기와 인천이 각각 8.9%, 10.5% 내렸다.

집값 하락세는 지속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11월 28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0.56% 떨어져 지난 2012년 5월 시세 조사 이래 최대 폭으로 하락했다. 서울 아파트값은 -0.56%, 수도권은 -0.95%로 낙폭이 1%에 육박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올해는 그동안 경험한 적 없는 빠른 금리 인상이 진행되면서 긴축 발작이 나타난 상황”이라며 “아울러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제도가 같이 시행되면서 수요자들이 거래에 관한 의사결정 시기를 뒤로 미루는 시기였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시름 깊은 '영끌족'…금리 인상 가능성 여전

급격한 금리 인상에 최근 집값 상승기 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 ‘내 집 마련’에 나섰던 영끌족들은 밤잠을 설치고 있다.

이들은 과거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았다가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이자 부담이 급증한 사례다. 주택가격 또한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매도를 통한 차익 실현 등도 불가능해 상대적인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 일명 ‘갭투자’를 통해 집을 마련한 30대 직장인 B씨도 걱정스러운 마음을 토로했다. B씨는 내년 10월 기존 세입자의 전세계약이 만료되면 새로 주택담보대출을 실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B씨는 "어떻게든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보고 있지만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며 “매도하고 싶어도 집값이 워낙 하락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더욱 우려되는 부분은 금리 인상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국이 강도 높은 긴축 정책을 이어가면서 금융당국 또한 따라갈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5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에도 예상보다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WSJ는 연준이 최종 금리를 5%보다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높이는 등 '베이비스텝'을 밟으며 인상 속도를 조절했지만 내년까지는 계속해서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

◆정부 규제 완화 효과도 '글쎄'…전문가 "지켜봐야"

부동산 시장도 언제 다시 기지개를 켤지 장담할 수 없다. 정부가 규제지역을 해제하고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등 경착륙을 막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윤 수석연구원은 “정부 대책 효과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살펴야 한다”며 “만약 추가적으로 조치를 취한다면 DSR 추가 완화 및 임대사업제 등록제 부활 등을 통해 시장에 있는 매물을 소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취득세 완화 내지는 다주택자 대출을 허용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급등한 이자 부담에 속앓이 중인 영끌족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윤 수석연구원은 “정부가 안심전환대출 요건을 9억원까지 확대한다고 발표한 만큼 이러한 상품을 통해 금리 수준을 낮추는 수밖에 없다”고 제언했다.

또 “거주 목적으로 위해 매입한 주택이라면 버텨야 한다”며 “적정 수준에서 샀다는 본인 확신이 있다면 기다리면서 다른 데서 소비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펜=김준희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