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문안 검토 중” 통일부 “남북 간 대화·협력 부정 아냐”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내년 1월에 발간되는 ‘2022 국방백서’에 북한 정권 및 북한군에 대해 ‘적’(敵)으로 규정하는 표현이 부활할 전망이다. 윤석열정부의 첫 국방백서 초안에 이런 표현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2016년 이후 6년만에 북한을 다시 적으로 명시할지 주목된다.   

전하규 국방부 공보담당관 직무대리는 6일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북한의 핵·미사일을 포함한 군사적 도발과 위협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내년 초에 발간할 2022년 국방백서에 북한 정권과 북한군에 대한 분명한 인식이 포함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표현이나 문안은 현재 검토 중에 있고,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지난 5월 3일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에서 “‘북한 정권과 북한군이 우리의 적’임을 분명히 인식할 수 있도록 국방백서 등에 명기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군은 장병 정신전력교재에 ‘북한군과 북한 정권은 우리의 적’이라는 문구를 명시해 배포했다. 

북한을 적으로 표기한 것은 지난 1994년 남북특사교환 실무접촉에서 북한측 대표가 “서울 불바다” 발언을 하면서 1995년 국방백서에 ‘주적’으로 명시됐고 이후 2000년까지 이어졌다. 그러다 첫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된 2000년 이후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2004년 국방백서부터는 ‘직접적 군사위협’ 등의 표현으로 변경됐다. 

   
▲ 2020 국방백서 중 일부. 2020.2.2./사진=연합뉴스

이명박정부가 출범한 2008년에도 국방백서에는 북한에 대해 ‘직접적이고 심각한 위협’이라는 표현이 명시됐지만, 2010년 천안함 및 연평도 사건을 계기로 그해 백서에는 ‘북한정권과 북한군은 적’이라는 표현이 다시 등장했고, 이후 박근혜정부인 2016년 백서까지 이 표현은 이어졌다. 

문재인정부 들어 남북·북미 정상회담으로 화해 분위기가 무르익던 2018년부터 2020년까지는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는 표현이 없어졌다. 대신 ‘주권, 국토, 국민, 재산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을 우리의 적으로 간주한다’는 문구가 사용됐다.

한편, 통일부는 6일 국방백서에서 북한에 대해 ‘적’ 표현의 부활과 관련해 “북한이 현존하는 군사적 위협이자 동시에 대화와 협력 대상이기도 한 이중적인 성격을 종합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을 이해하고 북한에 대한 정책을 수립할 때에는 북한이 가진 이중적 성격을 종합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국방 당국에서 올해 장병 정신교육교재와 국방백서에 적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군이 가질 임무의 특성에 따른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따라서 군이 이런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남북 간 대화와 협력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말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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