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축구대표팀의 카타르 월드컵 여정이 끝났다. 이제 2026 월드컵을 기약해야 한다.

한국축구 에이스 손흥민(30·토트넘)이 4년 후 월드컵에도 출전할까. 출전한다면 이번 월드컵에서의 메시와 호날두 가운데 누구처럼 될까.

한국 축구대표팀은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의 성과를 내고 7일 귀국했다. 12년만에 16강에 올랐던 한국은 비록 최강 브라질의 벽에 막혀 8강 도전에는 실패했지만, 매 경기 보여준 선수들의 투지는 큰 감동을 안겼다.

4년의 긴 기다림 후에야 월드컵 무대를 뛰는 한국 선수들의 플레이를 볼 수 있다. 그런데 4년 후 월드컵에서도 손흥민의 활약상을 다시 볼 수 있을지가 벌써 관심사로 등장했다. 그만큼 현재 한국축구와 대표팀에서 차지하는 손흥민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2026년 북중미 월드컵(미국·캐나다·멕시코 공동개최)이 열릴 때면 손흥민은 34세가 된다. 적잖은 나이다. 대표팀에서 은퇴를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35세 리오넬 메시도 37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도 이번 월드컵에 출전했다. 단순히 나이만으로 손흥민의 다음 월드컵 출전 여부를 예상하기는 힘들다.

부상 방지와 본인의 의지가 중요하다. 축구선수들은 늘 부상 위험을 안고 뛴다. 기량이 아무리 뛰어나도 부상을 당해 몸이 안 따라주면 뛰지 못한다. '두 개의 심장'으로 불렸던 박지성도 무릎 부상에 시달려 만 29세에 대표팀 은퇴를 했다.

   
▲ 사진=대한축구협회, FIFA 공식 SNS


국가대표로서 손흥민의 의지도 언제까지 대표선수로 뛸 것인지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다. 손흥민은 18세이던 2010년 12월 처음 대표팀에 발탁돼 12년을 태극마크와 함께했다. 그동안 3번의 월드컵에 출전했고, 아시안게임과 아시안컵을 비롯한 각종 국제대회에서 활약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A매치 평가전에도 꼬박 참여했다.

유럽에서 활약하며 대표팀 합류를 위해 매번 장거리 이동을 하고, 휴식기에 열리는 대회에 참가하느라 제대로 쉬지 못하는 강행군을 10년 이상 해왔다. 기량은 유지한다 하더라도 30대의 나이에 이전과 같은 살인적 스케줄을 소화하며 대표팀 활약을 계속한다는 것은 보통의 의지로는 감당하기 힘들다.

손흥민은 7일 귀국 회견에서 '꺾이지 않는 마음'을 강조했다. 꺾이지 않는 마음만 있다면 다시 앞만 보고 달려갈 것이라고 했다. 손흥민의 이런 의지와 남다른 책임감은 4년 후 월드컵을 기대하게 한다.

손흥민은 개인적으로도 월드컵에서의 '라스트 댄스'를 희망할 수 있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이 손흥민으로서는 절정의 시기에 맞이한 대회였다.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오르며 최정상 공격수임을 확인했던 손흥민이기에 세계 최고의 축구 무대인 월드컵에서 마음껏 기량을 뽐내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회 개막을 3주정도 앞두고 손흥민은 안와골절 부상을 당해 수술까지 받았다. 대회 출전 자체가 비관적인 상황이었지만 손흥민은 놀라운 의지로 회복 시기를 앞당겼고, 부상이 완치되지 않은 상태에도 마스크를 쓰고 월드컵에서 한국이 치른 4경기를 풀타임 소화했다.

손흥민이 이끈 대표팀은 16강 성과를 냈지만, 손흥민으로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최상의 컨디션으로 뛸 수 없었기에 매 경기 안타까워했고, 주장으로서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거듭 나타냈다. 포르투갈전에서 70m 이상 환상적인 단독 드리블에 이어 황희찬의 16강 결정 역전골에 도움을 준 것만으로도 손흥민은 충분히 제 역할을 해냈지만, 개인적으로는 온전한 컨디션으로 활약하지 못한 데 대한 미련이 많이 남았을 것이다.

2014 브라질 대회에서 1골, 2018 러시아 대회에서 2골을 넣었던 손흥민은 이번에 카타르에서는 골 맛을 못봤다. 월드컵에서 다시 골을 터뜨려보고 싶은 것은 당연한 욕심일 것이다.

4년 후에도 손흥민이 월드컵에 출전할 경우, 어느 정도 활약을 할 것인지도 궁금해진다. 두 가지 예가 제시됐다. 바로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라스트 댄스'를 추고 있는 메시와 호날두다.

메시의 아르헨티나와 호날두의 포르투갈은 강팀들답게 나란히 8강에 진출했다. 둘은 여전히 전 세계 축구팬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그런데 팀이 8강에 오르는 과정에서 메시와 호날두의 역할과 위상에는 차이가 있었다.

메시는 아르헨티나가 조별리그 1차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1-2로 충격패를 당한 후 2차전 멕시코전에서 1골1도움 활약을 펼치며 2-0 승리를 이끌었다. 사우디전 패배로 탈락 위기까지 몰렸던 아르헨티나의 분위기를 살려낸 것이 메시였다, 메시는 16강전 호주전에서도 선제골을 넣으며 2-1 승리에 앞장섰다. 메시는 사우디전 페널티킥 골까지 3골을 기록하며 여전히 아르헨티나의 중심으로 각광받고 있다.

호날두는 조별리그 1차전 가나전에서 페널티킥 골을 넣어 출발은 좋았지만 이후 별로 보여준 것이 없다. 한국과 3차전에서는 홀로 골 욕심을 내다 번번이 오프사이드에 걸리며 찬스를 무산시켰고, 김영권의 동점골에 등으로 어시스트(?)를 해주며 한국의 2-1 역전승과 16강 진출에 도우미가 됐다. 부진이 이어진 호날두는 결국 스위스와 16강전에서는 선발 제외됐고, 16살 나이 차가 나는 후배 곤살로 하무스(21)의 해트트릭을 벤치에서 지켜봐야 했다.

호날두는 한국전에서 중도 교체됐을 때도 그랬고 스위스전에서 승부가 이미 결정난 후인 5-1 상황에서 교체 투입됐을 때도 노골적으로 불만을 나타냈다. 승리 후 팀 세리머니에서 홀로 빠져나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팀 간판스타의 이런 태도는 포르투갈 선수단 분위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손흥민이 4년 후 월드컵에 출전한다면 메시처럼 될 것이다. 메시만큼 팀 기여도가 높지 않더라도 그동안 손흥민이 보여준 인간적인 면과 리더십이라면 4년 후에도 그는 대표팀의 중심이고 더욱 원숙해진 리더일 것이다.

손흥민은 7일 인터뷰에서 오현규(수원삼성)를 따로 언급했다. 자신의 부상 때문에 대표팀 예비선수로 뽑혀 카타르에 동행했지만 끝내 엔트리에 들지 못해 월드컵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던 오현규다. 손흥민은 오현규에게 각별한 미안함과 애정을 나타내며 감사 인사를 전하고 격려를 했다. 그런 손흥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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