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상민 해임건의안 강행…‘선 예산, 후 국조’ 차질
여야, 정쟁에 2023년도 정부 예산안 정기국회도 넘길 듯
10.29참사 국조 기간 벌써 1/3지나 진상 규명 실효성 의문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10.29 참사가 발생한지 40일이 지났지만 진상 규명은 여전히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예산안을 둘러싼 정쟁이 심화돼 국정조사 특위가 제대로 된 활동을 하지 못한 탓이다. 더구나 정쟁이 지속될수록 국정조사 기한이 축소돼 진상 규명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여야는 정기국회 종료 하루 남겨둔 8일에도 예산안 감액 규모와 부수 법안을 두고 신경전을 이어갔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비상대책위원회의를 통해 “민주당은 말로만 국민우선 민생제일주의를 외치고 있다. 예산안과 민생을 볼모로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물 타기하고 정쟁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며 “내년도 예산안을 정기국회 마감 전에 통과시킬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2월 8일 국회에서 2023년도 예산안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2023년도 예산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복합경제 위기가 무색할 정도로 민생예산 확충에 관심이 없다”며 “정부여당의 막무가내 발목잡기로 (예산안 협의가)한 발짝 내딛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여야 모두 내년도 정부 예산안 지연에 대해 성찰과 반성보다 책임 전가에 급급한 모습이다. 

더군다나 민주당은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정쟁 격화의 도화선인 ‘이상민 장관 해임건의안’ 보고를 강행했다. 여야가 마찰음을 내고 있는 예산안 협상에 또 다른 변수를 추가한 것이다.

앞서 여야는 10.29참사 국정조사 특위 구성을 위해 ‘선 예산, 후 국조’에 합의했다. 정부 예산안을 우선 처리하고 국정조사를 진행해 진상 규명과 책임을 추궁하자는 내용이 골자였다.

그러나 이 장관 해임건의안이 본회의에 보고됨에 따라 국정조사 여야 합의 조건이던 ‘선 예산’에 논쟁이 발생하게 됐다. 특히 앞서 국민의힘 측이 이 장관 문책과 예산안 처리 문제를 결부시킨 만큼 예산안 협상이 자칫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오른쪽)가 12월 8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에 여야 협의를 통한 예산안 처리가 정기국회마저도 넘길 수 있을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중이다.

문제는 예산안이 지연되는 만큼 10.29참사 국정조사 기간도 축소된다는 것이다. 국정조사특위 활동 기간은 총 45일로 내달 17일 종료될 예정이다. 그러나 지난달 24일 특위 구성 후 현재까지 제대로 된 활동도 못한 채 진상 규명 기간 1/3을 소모한 상황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예산안 정쟁 탓에 국정조사가 물거품 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여야에 따가운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우선 국정운영에 무한 책임을 지고 있는 정부여당은 국정운영에 무심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현재 정부여당이 2023년도 예산안을 이 장관 해임건의안, 국정조사 등과 결부시켜 정쟁 요소로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또한 예산안과 국정조사 지연에 따른 책임에 자유롭지 못하다. 예산안 처리가 지연될수록 10.29참사 국정조사 기간도 축소될 수밖에 없다.

   
▲ 김진표 국회의장이 12월 8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그러나 민주당은 예산안 협의가 난항을 겪고 있음에도, 정쟁을 심화시키는 이 장관 해임건의안 강행에 나섰다. 예산협상은 물론 진상 규명마저 더욱 어렵게 만든 것이다. 이에 진상 규명에 진정성이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표 방탄을 위해 정쟁을 격화 시키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 장관 해임건의안 또는 탄핵소추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낮음에도 불구 여당을 불필요하게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 7일 민주당은 정기국회가 종료되는 다음 날인 10일부터 임시회 개최를 요청했다. 불체포 특권을 활용하기 위해 임시국회를 열고, 예산안 논쟁을 장기화할 수 있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이 경우 민주당이 추진한 국정조사는 사실상 유명무실화될 수밖에 없어 '참사의 정쟁화'라는 질책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치권 관계자는 미디어펜과 만나 이 장관 해임건의안이 본회의에 보고된 것에 대해 “확실한 진상 규명을 위해 국정조사로 책임소재를 가린 후 책임을 추궁하는 것이 더 적절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불필요한 논쟁으로 예산안이 지연돼 진상 규명 기회를 놓칠 경우 유족이 받을 상처를 어떻게 감당하려는지 모르겠다”며 여야 정쟁이 장기화될 경우 10.29참사 국정조사의 실효성이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