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법 개정안 시행 시 경영권 '흔들'…투자여력·경쟁력 약화 불가피
"미래 투자 재원 소진하면 직격탄… 특유의 경쟁력을 잃을 수 있는 위기"
[미디어펜=조한진 기자]야당을 중심으로 ‘삼성생명법’으로 알려진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무리하게 진행되면서 삼성전자의 ‘위기론’이 증폭하고 있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불투명한 경영 환경 속에 ‘반도체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가 주인 없는 회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 재계 등에 따르면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매각해야 하는 삼성전자 지분은 약 9%에 달한다.

이 경우 삼성전자 지분 5%를 보유한 삼성물산이 특수관계인 중 1대 주주가 된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삼성전자는 특수관계인 가운데 새로 1대주주가 된 삼성물산의 자회사가 된다.

   
▲ 삼성 서초사옥.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삼성생명법 통과 시 삼성전자 경영권 ‘위기’

삼성전자가 삼성물산의 자회사가 되면,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가치가 추가돼 삼성물산 총자산 대비 자회사의 가치가 50%를 초과하게 된다. 공정거래법상 자회사의 가치가 총자산의 50%를 초과하면 지주회사로 강제 전환된다.

지주회사가 된 삼성물산은 자회사가 된 삼성전자 지분 30%를 취득해야 되는 의무가 생긴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 25%를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약 90조 원이 필요하다.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시나리오라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특수관계인 가운데 1대주주 지위(지주회사) 요건을 피하려면 주식을 매각해야 한다. 2대주주(1.9%) 미만의 주식을 보유하기 위해 3.1% 이상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다.

보험업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삼성은 삼성전자 주식 약 12%를 매각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현재 20%인 경영권 지분이 8%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삼성물산이 매각하는 삼성전자 지분 12%를 삼성전자가 자사주로 매입해 소각할 경우 경영권 지분율은 9.1%에 머물게 된다.

보험업법, 주인 없는 삼성전자 만들 수 있는 ‘위험한 발상’

일부에서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돼도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매각하는 주식을 삼성전자가 자사주로 매입하면 된다는 논리를 편다. 이 경우 경영권 유지에 문제가 없고, 큰 위기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전문가와 재계에서는 보험업법이 ‘위험천만한 발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지배구조를 흔드는 것은 삼성은 물론, 국가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 반도체 생산라인 클린룸. /사진=삼성전자

보험업법이 시행되면 삼성전자의 성장동력 자체를 꺾일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지배구조가 흔들리면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경쟁력이 저하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삼성전자의 5대 외국기관 지분이 13%고, 국민연금이 약 8%인 만큼 보험업법이 시행되면 삼성전자는 주인 없는 회사로 전락할 가능성도 크다.

삼성전자는 보험업법이 통과되면 자사주 12% 소각에 42조 원을 투입해야 한다. 해외 경쟁사들이 공격적으로 투자를 집행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투자 여력은 빠르게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최근 대만의 TSMC가 약 53조 원을 투자해 미국에 최첨단 3나노 공장을 짓겠다고 밝히는 등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투자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과거 삼성전자는 위기에서 과감한 도전을 선택해 시장 경쟁력을 강화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 미래를 내다 본 투자를 단행한 삼성전자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했다. 반면 전문경영인 체제 속에서 투자를 머뭇거렸던 일본 전자 기업들은 시장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글로벌 경제 위기가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미래 투자 재원’을 소진하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며 “전례를 찾기 어려운 복합 위기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주인 없는 회사로 전락해 특유의 경쟁력을 잃을 수 있는 위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