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제안으로 발족된 '김상곤 혁신위원회'가 호남 및 486 의원들에 대한 물갈이와 계파등록제를 내세우면서 벌써부터 당내 반발론에 부딪쳤다./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새정치민주연합의 김상곤 혁신위원회가 호남 및 486 의원들에 대한 물갈이와 계파등록제를 내세우면서 벌써부터 당내 반발론에 부딪쳤다. 

특히 27일 공식 출범할 혁신위는 10명 안팎의 위원을 인선할 예정으로 호남지역 출신 국회의원의 대대적 물갈이 등을 주장한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재학원 교수가 공천 개혁을 담당으로 위원에 포함될지 여부도 주목받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김상곤 혁신위의 탄생 자체가 문재인 대표 자신의 방어막으로 제안된 것이라는 점에서 활동성과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됐다.  

우려하는 쪽에선 현재 당 처한 현실이 당무 혁신과 공천 방안 등을 새로 짜야 하는 데다 새 인물 영입에 당세까지 확장해야 하는 상황에서 계파 정리는 이미 너무 무거운 과제가 됐다고 지적한다. 

문 대표가 추진하고 있는 희망 스크럼도 안철수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등 대권주자로 꼽히는 인물들을 성급하게 선정하는 것이어서 비판이 있다. 역시 당 내 계파 갈등이라는 본질적인 문제에서 비껴나 차기집권 준비 차원이라는 점에서 우선순위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사실 여야를 아울러 역대 혁신위원회나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해서 성공한 사례가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2004차떼기 파동을 겪은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무계파의 홍준표 의원을 혁신위원장에 임명했고, 혁신위원장에 공천을 포함한 전권을 넘겨 당이 살아남았던 사례가 있지만 그 또한 지금 새민련의 상황과는 차이가 있다.  

동시에 지금 문 대표의 사퇴 여부와 상관없이 혁신위가 당내 각 계파가 실질적으로 만족할 공간을 확보하고 비로소 정상적인 경쟁구도로 나아갈 수 있게 할 수만 있다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남아 있다.

지금 새민련의 혁신위가 문재인 대표 체제에서 그저 분당을 막기 위한 역할에 그쳐선 안되고 친노 패권주의나 호남 패권주의 모두를 벗어버리는 3의 길을 위한 새로운 당의 이념을 수립하는 데 역할이 모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은 지금 문재인 대표가 물러나는 것은 가장 극단적 처방이지만, 그가 자리를 지키면서 혁신위를 띄웠다는 것은 물러날 의사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으로 그런 점에서 출발부터 혁신위의 한계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동안 당 내 계파갈등이 있었지만 당 내 모든 구성원들의 위기감에서 혁신위가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지적이다.  

박 원장은 지금 새민련의 친노, 비노 갈등을 수습하는 최소한의 기둥도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혁신위를 출범시킨 것이 다소 성급하게 보이지만 혁신위에 전권을 부여하는 각오로 소위 물갈이를 하더라도 그 기준을 명확히 한다면 소기의 성과는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대로 혁신위 자체가 문 대표의 방어막 차원으로 기능하는 한 당 쇄신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다 할 수 없고, 그럴 경우 기존 최고위원회나 비노 세력의 동의를 얻기 힘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박 원장은 친노 패권주의나 호남 패권주의 모두를 벗어버리는 3의 길을 위한 새로운 당의 이념을 수립하는 데 역할이 모아져야 하고, 이를 기준으로 공천 혁신 방안을 만들 수 있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은 지금 새민련의 문제점은 노무현의 후광을 업은 친노의 주도와 이 세력에 야합하는 비노의 침묵에서 기인했다는 격정적인 비판을 제기했다. 

장 대표는 대선용으로 등 떠밀려 이 자리까지 온 문 대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름만 내세운 친노 세력과 거기에 연줄을 대는 비노 세력 모두 국민의 지지를 얻기 힘들다고 일침을 가했다. 

장 대표는 국민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존경하고 인간적인 정을 느끼지만 친노 세력의 재집권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라며 노 전 대통령 집권 당시 지지율이 10% 미만으로 하락했던 일, 그가 결국 열린우리당에서 탈당할 수밖에 없었던 일련의 과정이 이를 증명한다고 했다. 

장 대표는 이어 과거 집권 세력이던 친노입장에서는 기왕 쌓여진 정치 기반이 있으니 재기하고 싶겠지만 그 프레임 안에 갇혀 있는 한 새민련은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한다. 국민들은 대안 없는 투쟁 일변도에 더 이상 지지를 보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문 대표의 사퇴 없는 혁신위는 할 일이 없다면서 당이 이대로 가면 다음 대선에서 정권을 되찾을 수 없다는 것을 뻔히 알고도 그저 국회의원 배지만 좇는 국회의원들에게 무슨 희망이 있겠나라고 비난했다. 

박상철 원장은 지금 야당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자신들의 정치적 소수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데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친노와 비노만 잘 합쳐진다고 문제가 끝나는 게 아니다. 당에 또 다른 세력이 들어와야 하는데 현재 계파만 뭉치면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패권주의가 나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