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안전성 비중↓·판정 기준 완화·적정성 검토 무력화
미국발 금리 인상 등 외부 영향, 정책 변화 상쇄 어려워
"향후 시장 상황 바뀔 때 준비해야…규제 완화 바람직"
[미디어펜=김준희 기자]정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지만 주택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다시 호황기가 다가올 것을 대비해 ‘씨앗’을 뿌려놓겠다며 공급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 정부의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 발표에도 주택시장 침체는 지속될 전망이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9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전날 ‘재건축 안전진단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안전진단 기준 핵심으로 평가받는 구조안전성 가중치를 현행 50%에서 30%로 낮췄다. 대신 주거환경과 설비노후도 항목 비중을 기존 15·25%에서 각각 30%로 높였다.

재건축 안전진단 판정 기준도 완화했다. 현행 기준은 △재건축(30점 이하) △조건부재건축(30~55점 이하) △유지보수(55점 초과)로 구분해 재건축 추진 여부를 판정했다. 정부는 조건부재건축 점수 범위를 45~55점으로 조정하고 45점 이하의 경우 재건축 추진이 가능하도록 조정했다.

공공기관 적정성 검토(2차 정밀안전진단) 또한 지방자치단체에 권한을 위임해 제한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규제 완화를 통해 재건축 추진 속도가 빨라지고 안전진단을 신청하거나 통과하는 단지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현재 주택시장 침체를 극복할 수준의 영향은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도심 주택 공급 기반이 마련되면서 수요자가 희망하는 곳에 양질의 주택 공급이 중장기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특히 안전진단 규제가 완화되면 현재 안전진단을 추진하고 있는 서울 양천구 목동과 노원 상계동을 비롯해 1980년 중후반에 지어진 주요 재건축 추진 단지들의 기대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재건축 안전진단이 정비사업 초기 단계에 해당되고 고금리 여파로 매수세와 매수심리가 크게 위축돼있어 거래시장에 온기가 돌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건축 추진 단지의 숙원이었던 안전진단 규제 완화에도 시장이 탄력을 못 받는 이유는 금리 영향이 더욱 강해서다. 미국발 금리 인상이 아직 끝나지 않은 가운데 인상 중단 시점을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기준금리는 지금까지 오른 것보다 앞으로 어디까지 오를지 예상할 수 없다는 불확실성이 문제”라며 “이런 외부 요인 영향을 국내 정책 변화로 상쇄하기는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또 “재건축을 추진하거나 안전진단을 시행하려던 기존 단지에는 호재이지만 가격 급등은 쉽지 않다”며 “안전진단 요건이 변경되더라도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같은 저해 요인은 여전하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고 바라봤다.

실제 지난 8월 여의도 공작아파트 재건축 심의 통과를 비롯해 10월 강남 은마아파트 재건축 정비계획안 통과, 11월 양천 목동지구 재건축 가이드라인 확정 등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들이 자체적으로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시장에서 별다른 움직임은 없는 상황이다.

다만 지금과 같은 불황기가 그간 공급을 가로막았던 규제를 완화하기에는 적당한 시점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호황기와 달리 정책 변화가 바로 시장 가격에 반영되지 않아서다.

이 연구위원은 “지금은 향후 시장 상황이 바뀔 때를 준비하는 시기”라며 “지금처럼 여러 규제 요인을 미리 조정해두는 것이 바람직한 대응”이라고 했다.

정부 또한 '씨앗'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이번 규제 완화 의의를 요약했다. 권혁진 국토부 토지주택실장은 “겨울에는 씨앗을 아무리 뿌려도 발아가 되지 않지만 주택경기는 얼어붙었다가 다시 뜨거운 여름을 맞기도 한다”며 “이럴 때일수록 공급 기반을 만들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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