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협·도덕적 설득 불가능…전문가 집단에 개혁 맡겨야
자유경제원(원장 현진권)은 27일 오전 노동정책연속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제6차 토론회의 주제는 <2015 노동개혁, 이것만은 꼭 이뤄야 한다>로 대한민국 노동시장의 문제점에 대한 검토와 반드시 이뤄야할 노동개혁 사안에 대한 논의와 제언이 오갔다.

발제를 맡은 박기성 교수(성신여자대학교 경제학과)는 대한민국 노동개혁의 핵심을 '쓰리포인트'로 짚었다. 즉 봉급이 높고 철밥통 일자리를 가지고 있는 300만 명의 ‘정규직 과보호 완화’와 그 외 600만명의 비정규직을 포함한 1600만 명의 임금근로자 및 700만 명의 비임금근로자의 임금 및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매년 수십만 명씩 노동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청년들에게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s)를 제공할 수 있는 법·제도를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대한민국 모든 개혁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강성 노조는 그 조합원 수가 전체 임금근로자의 10%에 지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4,250만 명이라는 생산가능인구 전체에 과도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래는 박기성 교수의 발제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우리나라에서 봉급이 높고 철밥통 일자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대략 300만명으로 추정된다. 대기업 정규직 136만명, 공무원 100만명, 공기업 26만명 등이 이 300만명에 포함한다.

노동개혁은 이 300만명의 과보호를 완화하고 그 외 600만명의 비정규직을 포함한 1,600만명 임금근로자 및 700만명의 비임금근로자의 임금 및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매년 수십만명씩 노동시장에 쏟아져 나오는 청년들에게 괜찮은 일자리(decent jobs)를 제공할 수 있는 법·제도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대체근로 허용과 직장점거파업 금지

우리나라 모든 개혁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노동조합의 막강한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임금근로자의 10%에 지나지 않는 노동조합원이 누리고 있는 영향력은 4,250만명 생산가능인구 전체에 걸쳐 매우 크다. 이런 비대칭적 기형 현상은 다른 나라에서 그 유례를 찾기 힘든 우리나라의 노동법에 기인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용자(employer)가 쟁의행위 기간중 그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하여 당해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없고 그 중단된 업무를 도급 또는 하도급 줄 수 없다.

그러나 고용관계(employment relations)에 있어서는 고용자와 노동조합이 대등한 지위에서 교섭함으로써 임금을 생산성 수준으로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수도・전기・병원 등 필수공익사업장(50%내 대체가능)뿐만 아니라 모든 사업장에서 쟁의행위기간 중 외부인력을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있고 그 업무를 도급・하도급줄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노사관계가 시장기제에 의해 견제되고 균형될 것이다. 이를 위해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43조를 개정해야 한다.

그리고 쟁의행위 기간 중 대체근로가 가능하려면 파업 등 쟁의행위는 사업장 밖에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1997년 노동법 개정 이전에는 쟁의행위를 사업장내에서만 하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외국에서는 파업을 워크아웃(walk out)이라고 하는데 파업을 하면 사업장 밖으로 나가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파업 중인 근로자는 인원수와 장소의 제한을 받으면서 피켓을 들고 사업장 앞에서 시위한다. 파업불참근로자나 대체근로자는 이 피켓선을 가로질러(cross a picket line) 사업장 안으로 들어간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42조에서는 주요 시설에 대한 직장점거파업을 금지하고 있으나 주요시설이 매우 제한적이어서(동법 시행령 21조) 실제로 모든 파업은 직장점거파업이다. 직장내에서 지속적인 시위・농성・소음 등으로 업무를 방해하지만 경찰력 등 공권력은 사용자가 요청을 해도 개입을 꺼리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용자가 취할 수 있는 대응수단은 직장폐쇄뿐이다. 직장폐쇄를 해야만 파업에 참여한 근로자들을 직장 밖으로 내보낼 수 있다. 미국・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직장점거 파업이 불법이므로 실질적으로 직장폐쇄가 파업과 더불어 시작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요건을 충족해야만 사용자가 직장폐쇄를 할 수 있다.

더욱이 직장폐쇄의 적법성은 사법적 판단에 의해서만 확보된다. 동법 46조는 고용자는 노동조합이 쟁의행위를 개시한 이후에만 직장폐쇄를 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지만 노동조합이 직장폐쇄의 적법성을 가려달라고 소송을 하면 판사의 판결에 의해 그 적법성 여부가 결정된다.

만약 직장폐쇄가 적법하지 않은 소위 공격적 직장폐쇄로 판결이 나면 고용자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동법 91조). 고용자가 직장폐쇄를 결정할 때는 각 판사의 재량권에 따라 공격적 직장폐쇄가 되어 징역형이나 벌금형을 받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형을 받게 되면 공무원이나 교원에서 해임된다.

그러므로 고용주가 직장폐쇄를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결정이며, 특히 공무원이나 교원으로서 기관장인 경우 직장폐쇄를 단행한다는 것은 이후 인생을 건 모험이다. 이런 점에서 고용자는 노동조합보다 매우 불리하며 노동조합은 이런 상황을 충분히 활용하여 무리한 요구를 관철시킬 수 있다.

쟁의행위가 직장 밖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파업불참근로자나 대체근로자의 일할 권리를 보장해 주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재산권과 영업권 보호차원에서도 정부가 강력하게 집행해 나아가야 한다.

제조업 파견근로 허용

우리나라 파견법(파견근로자 보호등에 관한 법률)은 32개 업무에 대해서만 파견근로를 허용하고 있다. 그 업무들은 주유원, 주차장 관리원 등과 같은 단순 업무들이 대부분이며 제조업은 포함되지 않는다.

기업의 본질은 관련 업무의 거래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다(Coase 1937). 업무 수행을 위해, 정규직을 채용하던, 다른 기업에 도급을 주던, 도급받은 기업의 종업원이 이 기업에 들어와서 일을 하던(사내도급), 기간제 근로자를 채용하던 거래비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채택하여야 기업의 경쟁력이 유지될 수 있다. 그러나 법원은 파견법에 근거하여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협력업체 근로자를 불법파견근로자로 판결하는 등 사내도급을 불법파견으로 판결함으로써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제조업체의 파견과 사내도급은 일본, 독일 등에서는 보편적인 생산방식이다. 윤기설(2014)에 의하면 2009년 도요타자동차의 비정규직은 기간제근로자 9,200명, 파견근로자가 9,000명으로 18,200명(전체 근로자의 27%)이다. 대부분의 기간제근로자와 일부의 파견근로자가 직접생산공정 업무를 하고 있다.

독일 라이프치히 BMW 공장은 정규직 3,400명, 사내도급근로자 2,400명, 파견근로자 1,200명으로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많다. 제조업을 포함한 거의 모든 업종에 파견을 허용하고 일부 업종에만 파견을 금지하는 네거티브 방식(negative system)으로 파견법을 개정해야 한다.

사무직 면제(white collar exemption)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은 생산직근로자만을 상정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주 40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시간에 대한 초과근로급여이다. 근로기준법 56조는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대해 통상임금의 50%를 가산하여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컨베이어벨트를 따라 일하는 생산직근로자들은 일하는 시간에 비례해서 산출물이 나오지만 관리・사무・연구・영업직근로자들은 근로강도를 본인이 조절할 수 있는 재량권이 있고 성과에 따라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다.

   
▲ 노사정위원회의 대화와 타협과 같은 도덕적 설득(moral suasion)으로는 사회를 운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명확하게 판명된 지금 우리는 어떤 원칙에 따라 사회를 운영할 것인가?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이들에게도 초과근로시간을 계산하여 50% 할증된 급여가 지급되거나 매월 일정 시간의 초과근로시간에 대한 초과근로급여가 지급되고 있다. 이들은 업무의 속도를 조절하여 부당하게 초과근로급여를 받는 등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초과근로시간을 인정해 주는 것은 부당하다(unfair). 실제로 관리사무직의 상당수는 소위 고정오티를 지급받고 저녁 늦게까지 근무한다.

미국의 공정근로기준법(Fair Labor Standards Act)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미국의 근로자는 초과근로급여를 받을 수 없는 자와 받을 수 있는 자(either exempt or nonexempt employees who are entitled to overtime pay)로 대별된다.

대부분의 근로자는 초과근로가 인정되어 그에 따른 급여를 받을 수 있으나(비면제 근로자, nonexempt employees), 일부 근로자는 초과근로가 인정되지 않는다(면제 근로자, exempt employees).

구체적으로 (a) 연봉이 $23,600(주급 $455) 이상, (b) 봉급 베이스(salary basis)로 급여를 받고, (c) 경영・전문・관리적 직무(executive, professional, or administrative job duties)를 수행하는 자나 비육체적 노동을 하는 연봉 $100,000 이상인 자가 초과근로가 인정되지 않는 근로자이다. (b)의 대표적인 특징은 결근을 해도 급여가 줄지 않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근로자를 초과근로 면제 근로자와 인정 근로자로 대별하여 인정 근로자는 초과근로와 관련된 권리와 급여를 철저히 보장해 주고 면제 근로자는 초과근로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남성일(2007)은 구체적으로 모든 관리・감독・사무・영업・연구개발직은 연봉액에 관계없이 면제 근로자로 하고 기타 직종 중에서는 연봉상위 20%의 근로자를 면제 근로자로 하는 것을 제안하였다.

이렇게 되면 면제 근로자의 근로시간이 대폭 단축되어 전체 근로자의 평균근로시간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또한 임금이 시간급과 성과급으로 대별되어 통상임금의 논의도 쉽게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

어떻게 노동개혁을 할 것인가?

노사정위원회의 노동개혁을 위한 지난 6개월간의 지루한 협상은 결국 결렬되었다. 노동시장 유연화로 대표되는 노동개혁에 한국노총은 찬물을 끼얹고 오히려 더욱 경직적인 노동을 주장하고 민주노총은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대부분의 언론과 국민은 노동계를 성토하고 어떤 언론은 파렴치한 행위라고까지 비난하였다. 과연 이런 성토와 비난이 타당한가?

우리의 노동법은 임금, 고용 모든 면에서 이미 취업한 근로자(인사이더)에게 매우 유리하고 아직 직장을 찾고 있는 미래의 근로자(아웃사이더)에게 매우 불리하다. 기득권자인 노동조합원 입장에서 볼 때 백해무익한 노동개혁에 동의하라는 것은 노동조합에게 존재 자체를 부정하라는 것이다.

노・사・정이 한자리에 모여 대화와 타협으로 노동개혁의 합의에 도달한다는 것은 정치적인 자들에게는 매우 매력적일지 모르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지난 17년간 노사정위원회 운영의 결론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조합이 순기능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노사정위원회와 같은 사회적 합의주의(corporatism)를 지양해야 한다.

사회적 합의주의는 사회를 하나의 유기체로 보는 것이다. 세포가 모여 조직을 이루고 조직이 모여 한 유기체를 형성하듯이 개인이 기능적 동질성에 따라 협동체를 이루고 협동체가 모여 사회의 목적을 추구하는 것이다. 근로자의 협동체인 노조의 대표와 사용자 연합체의 대표 그리고 정부의 대표가 모여 원칙을 무시하고 무엇이든지 합의에 의해 결정할 수 있는 場(venue)을 제공하는 것이 노사정위원회이다.

사회적 합의주의에서는 개인의 자유와 의사는 사회의 목적 또는 협동체의 결정에 의해 억압되거나 제한되므로, 사회적 합의주의의 귀결은 전체주의이며 하이예크 말한 개인의 자유가 억압받는 “예종에의 길(road to serfdom)”이다.

이번 협상에서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국가의 정책적 판단에 노총, 경총 등 사적 이익집단들이 직접적으로 참여할 뿐만 아니라 결정의 주체라는 것이다. 국가의 공적 영역과 사적 자치의 영역이 엄격하게 구분되어야 국가가 객관적인 입장에서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는데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두 영역이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이상한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것은 마치 축구 경기에서 양 팀의 선수 대표와 심판이 어우러져서 판정을 하는 것과 진배없다. 더욱이 그 대표도 진정한 의미의 대표가 아니다. 누가 이런 경기를 돈을 내고 관전하겠는가? 우리 국민은 노사정위원회에 연 42억원의 예산, 청사, 파견인력 등의 기회비용을 지불하면서 이런 허망한 결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 소위 사회적 대화를 주장해왔거나 노사정위원회를 이끌었던 인사들은 본인의 생각이 틀렸음을 시인하고 응분의 책임을 진다는 마음으로 자숙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노사정위원회의 대화와 타협과 같은 도덕적 설득(moral suasion)으로는 사회를 운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명확하게 판명된 지금 우리는 어떤 원칙에 따라 사회를 운영할 것인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최대한 존중하면서 시장에 의해 견제되고 조화를 이루는 시장경제 외에는 대안이 없다. 박근혜 정부가 진정으로 노동개혁을 원한다면 전문가위원회에 개혁안의 성안을 일임하고 성안이 되면 정권의 명운을 걸고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한다.

지금까지와 같이 노사정의 타협을 기다리다가는 엉뚱한 괴물이 나오거나 결렬되면서 개혁저항세력의 내성만 키우는 꼴이 될 것이다. 독일의 하르츠개혁은 2002년 2월 22일 위원회가 구성되면서 시작되었다. 이 위원회는 독일 경총, 전경련, 노총, 야당, 여당인 사민당의 전통세력, 노동부를 모두 배제하고 15명의 전문가들로 구성되었다. 불과 10개월만에 개혁안의 확정 및 입법화가 진행되어 2003년 1월 1일 첫 번째와 두 번째 하르츠개혁이 시행되었다.

네 번째 하르츠개혁은 2005년 1월 1일부터 시행되었는데 그해 가을 하르츠개혁을 주도한 슈뢰더 총리의 사민당은 선거에서 져 정권을 내주었다. 정치권과 정부가 노동개혁을 노사정의 타협에 미루는 것은 해야 할 일은 하지 않는 일종의 직무유기이다.

노사정위원회의 협상이 결렬된 지금 대규모의 노동개혁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정부는 우리나라 노동시장과 노사관계에서 파급효과가 가장 크고 상대적으로 쉽게 개정할 수 있는 몇가지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위에서 제시한 세 가지가 그 답이며 따라서 지금부터의 노동개혁은 쓰리포인트 개정(three point revision)이어야 한다. /박기성 성신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