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개정과 재무부 가이던스에 한국 의견 반영 위해 전방위 노력
IRA발표 직후부터 정부‧국회 초당적으로 한국차 차별 해소 촉구
9월초 한미정부 협상 채널 합의, 16일 가동…11월 첫 회의한 EU보다 빠른 행보
[미디어펜=김태우 기자]미국 재무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안(IRA) 관련 가이던스 발표가 이달 말로 임박한 가운데, 우리 정부가 국내 산업계 입장을 반영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와 정부에 따르면 지난주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 윤관석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정부‧국회 합동 대표단이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IRA 대응방안을 논의한데 이어 지난 11일에는 외교부 이도훈 2차관도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SED) 참석을 위해 미국 워싱턴DC로 출국했다.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은 "앞으로도 IRA 가이던스에 우리측 의견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해나가는 동시에 업계와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IRA내 다양한 인센티브 혜택을 극대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수출을 위해 평택항에 대기중인 자동차들. /사진=미디어펜


미국 재무부는 8월 발효된 IRA의 세부 규정을 명확히 하기 위한 가이던스를 수립하고 있으며 올해 말까지 발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미국 재무부는 지난 11월초와 12월초 두차례에 걸쳐 각 부문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쳤다.

정부는 '친환경 자동차 세액공제' 항목의 법 개정을 위해 미국 정부와 의회를 대상으로 설득에 총력을 기울여오고 있다. 동시에 재무부 가이던스를 통해 한국 기업들이 최대한의 인센티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투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다.

◇IRA 발표 직후부터 전방위 대응…상하원 보조금 3년 유예 법개정 발의 이끌어내
우리 정부는 IRA의 영향을 받는 주요국 중에서도 가장 빠른 대응으로 주목을 받았다. 지난 8월 IRA가 발표되자마자 모든 채널을 가동해 선제적으로 미국 정부에 법 개정 및 행정조치를 요구했다.

미국 상무부 면담은 물론 미국무역대표부(USRT)에 서한을 보내 한국산 전기차가 세제혜택 대상국에 포함될 수 있도록 요청했고, 법안 발효 직후부터는 국내 경제와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미국 정관계 설득에 나섰다.

9월초 정부는 미국 정부와 한미정부협상단 채널을 구축하기로 합의하고, 같은 달 16일부터 한미 정부 협상단 실무협의체를 가동시켰다. 이는 11월 4일에서야 미국과의 첫 협의를 시작한 EU와 비교하면 매우 신속한 행보로 평가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물론, 산업부 장관, 통상교섭본부장, 외교부 장관 등이 직접 미국 바이든 대통령, 해리스 부통령, 미 행정부 관료들과 미 의회 의원들을 만나 한국차에 대한 차별적 조항을 수정해야 한다는 한국의 입장을 강력하게 피력했다.

국회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8월 말에는 미국을 방문한 여야 국회의원단이 한국의 우려를 전달했고, 9월 1일에는 국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기반한 미국의 한국산 전기차 세제 지원 촉구 결의안'을 초당적으로 가결시켰다.

이같은 한국 정부와 국회의 적극적인 대응에 미국 언론들도 주목했다. 미국 유력 매체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 10월초 "미국 주요 동맹국들은 IRA에 분노하고 있다"며 "(IRA에) 가장 반발하는 국가는 한국"이라고 보도했다.

불룸버그도 10월 "유럽과 일본 등의 전기차 제조업체들도 보조금 차별 조항에 불만을 품고 있지만, 유독 한국이 솔직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내 기업들도 정부의 국내 기업 입장 반영 노력에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지난 11월 29일 열린 'IRA 대응 민‧관 합동 간담회'에서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IRA 발표 이후 정부에서 미국 행정부 및 의회 설득에 발벗고 뛰었다"며 "다른 나라보다 가장 먼저, 또한 제일 적극적으로 미국 측에 문제제기를 하고 동맹국과의 공조를 이끌어 내고 있는 것에 감사를 드린다"고 밝혔다.

정부, 국회는 물론 현대차 등 한국기업들이 원팀으로 힘을 합치며 미국 상원과 하원에서 친환경 자동차 세액 공제 3년 유예를 골자로 하는 법 개정 발의도 이끌어냈다.

라파엘 워녹 조지아주 민주당 상원의원은 9월 말 IRA의 친환경 자동차보조금 지급 관련 조항 적용을 3년 유예하도록 하는 '미국을 위한 합리적인 전기자동차 법안(the Affordable Electric Vehicles for America Act)'을 발의했다.

이어 11월에는 민주당 소속 앨라배마주 테리 스웰 하원의원을 중심으로 같은 내용의 법안이 하원에서도 발의됐다.

미국 정가에 정통한 한 인사는 "올해 내 법 개정은 힘들 수 있지만, 중간선거 및 레임덕 의회라는 정치적인 제약 속에서 한국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미국 의회에서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는 수정 법안 발의를 이끌어냈다는 점 등은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美 가이던스에 우리 입장 반영 노력…상업용 친환경차 세액공제 이슈화
다른 한편으로 정부는 미국 재무부 가이던스에 한국 기업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의견을 반영시키기 위해전방위적 노력을 펼치고 있다.

정부는 자동차‧배터리‧소재‧에너지‧철강 등 관련 업계 간담회, 통상 전문가‧법조계 자문 등 폭넓은 의견 수렴을 거쳐 친환경차 세액공제 이행에 3년의 유예기간 부여, 상업용 친환경차 범위 확대, 배터리 요건 구체화 등 법안의 세세한 부분까지 담은 의견서를 두 차례에 걸쳐 제출했다.

특히 미국 내 생산 조건이 적용되지 않는 '상업용 친환경차 세액공제'를 한국 기업들이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상업용 친환경차'의 범위를 확대하고, 집중적인 세액공제를 제공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의견서 전달에 그치지 않고 미국과의 직접적인 대화를 통해 한국측의 입장을 강하게 피력했다.

11월 1차 의견서 제출 전에는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 행정부의 IRA 집행을 총괄하는 존 포데스타 백악관 국가기후보좌관과 화상 면담을 통해 미국 행정부가 IRA를 이행하기 위한 하위 규정을 제정하는 과정에서 한국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줄 것을 요청했다.

12월 2일 2차 의견서 제출 직후에는 정부와 국회가 합동 대표단을 구성해 지난 5일 미국을 방문, 미국 행정부 및 의회 주요 인사를 만나 한국측 요구를 강하게 전달했다.

미국 의회에는 '친환경 자동차 세액공제'의 3년 유예 내용을 담은 IRA 개정안 통과의 필요성을 적극 제기하고, 미국 행정부에는 한국이 제시한 의견을 재무부 가이던스에 최대한 반영해 줄 것을 요구했다.

미국 내에서도 한국 정부의 '상업용 친환경차' 관련 요구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6일 '자동차회사들과 한국이 상업용 EV 세액공제 적용 촉구'라는 제목의 워싱턴발 기사에서 "많은 자동차회사들과 한국정부가 의회에서 승인된 기후 법안(Climate Bill)에 대한 우려를 완화하는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EV 구매를 촉진하기 위한 방안으로, 바이든 행정부에 상업용 전기 자동차 세금 공제를 적용할 것을 축구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한국 정부는 재무부에 상업용 친환경 자동차'를 광범위하게 해석하여 우버나 리프트 등 차량공유 기업에서 사용하기 위해 구입한 렌터카,리스 차량을 포함할 것을 촉구했다"고 덧붙였다.

산업계 관계자는 "일단 상하원을 통과해 발효된 법안을 개정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미국 정부와 의회를 설득해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며 "지금은 재무부의 가이던스에 집중해 한국 기업들이 최대한의 혜택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중간선거 앞두고 급추진된 IRA…프랑스 대통령 "아무도 내게 알리지 않았다"
IRA는 미국 중간선거 앞두고 정치적 치적이 필요해진 민주당이 당내 비밀 협의를 통해 무리하게 단기간 내 밀어붙인 법안이라는 것이 미국 현지의 중론이다.

9일만에 상원 통과에서 대통령 서명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면서 강력한 동맹국들인 유럽과 일본도 사전에 정확한 내용을 파악조차 할 수 없었다.

미국 하원의원들 사이에서 법안의 세부 내용을 파악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투표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미국 자동차 업계를 대표하는 미국자동차협회(AAI) 회장조차 "의회에서 짧은 기간에 논의돼 우리도 놀랐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지난달 말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방문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미국 상‧하원 의원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IRA가 논의될 때 아무도 내게 알리지 않았다. (대통령인) 내 입장을 생각해 보라. 좋은 친구로서 존중받고 싶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친 바 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