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기부라는 허울속 노동력 착취…취업절벽 청년 악용

   
▲ 송덕진 극동미래연구소장
필자가 대학에서 수 많은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늘 취업문제가 시작이고 끝이없다. 캐나다 연구원 시절에도 그 곳 캐나다 학생들도 한국 학생처럼 취업걱정을 했다. 취업은 지구촌 대학생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구나 실감을 했다. 요즘에도 필자가 만나는 대학생 중에서 “졸업을 연기합니다”라고 말하는 학생들을 만나곤 한다.

소위 스펙이라고 불리는 학점 3.8 이상, 토익 800점대, 어학연수, 기업 인턴, 다수의 자격증 등으로 무장하여도 도무지 본인이 원하는 직업을 구하거나, 들어가고 싶은 기업을 꿈도 못 꿀 정도로 어렵다는 것이다. 필자도 학부부터 박사과정까지 쉬지않고 공부했지만 막상 박사학위를 받고 취업을 하기 위해서 여러 곳에 원서를 넣었던 아련한 경험이 있어서 취업과 관련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으면 퍽이나 측은한 마음이 든다.

졸업을 연기하거나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에게 필자는 늘 하는 말이 있다. “나는 34살에 취업했다. 너무 조급해 하지마라. 취업이 안 된다고 미래가 불안하다고 걱정하기보다는 본인 능력을 어떻게 잘 보일 수 있을까, 그리고 내 능력이 정말 괜찮을까를 점검해야 한다.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연마해야한다고...” 하지만 이런 말도 그저 무용담으로 들릴지도 모른다. 요즘 청년들에게는 취업은 절박하기 때문이다.

대학생활은 온통 스펙쌓기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로 진출하는 청년의 취업률은 저조하다. 이러다 보니 좌성향 진영에서는 청년들을 88만원 세대라며 아프니깐 청춘이라고 칭하면서 희망이 없는 세대로 치부하고 있다. 실제로 중·고등학교 때부터 열심히 공부해 대학에 합격하더라도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대학생활의 낭만을 누리는 것은 현재 대부분의 대학생들에게는 꿈만 같은 이야기라는 것이다.

입학과 함께 학점관리와 인턴쉽과 같은 각종 대외활동 참여, 공모전 수상을 위해 신경 써야 하고, 방학 때는 외국어 성적을 높이기 위해 오전에는 외국어학원에서 공부하고, 필수코스인 어학연수 비용을 모으기 위해 오후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바쁘게 살아간다. 결국 대학생활이 학문연마가 아닌 스펙쌓기가 주가 되어 버린 것이다.

악덕 고용주 횡포와 열정페이

청년들의 취업이 왜 이리 어려운 것인가? 필자는 먼저 경기침체와 기업투자 감소로 일자리가 감소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거기에 기업인이기보다는 악덕 고용주, 일종의 사기성 장사꾼의 횡포가 더해지면서 고용환경을 악화시키면서 부작용이 더해져 청년들의 취업이 어려워지는 것 같다. 특히 기업가정신이 전혀 없이 사업체를 운영하는 악덕 고용주의 횡포가 날이 갈수록 더해지는 현상이 참으로 심각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다 보니 청년부터 지각있는 국민들까지 노동착취에 가까운 열정페이에 분노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대한민국 공동체 내에서 근로에 대한 대가를 제대로 보상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러다 보니 갈등이 생기고, 분쟁이 발생한다.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임금체불에 의한 형사고발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악덕 고용주들은 스펙이 필요한 청년들에게 유급직의 전환 혹은 경력에로의 활용 등을 미끼로 그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다고 한다.

   
▲ 열정페이(열정을 빌미로 한 저임금 노동) 착취를 막기 위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된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19일 서울 서교동 홍대 상상마당에서 알바천국·알바몬, 공인노무사회, 알바신고센터와 함께 기초고용질서 확산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청년들이 교육·실습이라는 목적 아래 낮은 대가를 받고 노동력을 활용당하지 않도록 인턴 활용(체험·학습 등)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사진=고용노동부
열정페이를 재능기부로 포장하는 착취가 만연해

거기에 무급이라도 일해서 취업에 도움을 받고 싶어하는 청년들이 많다는 현실도 한편으로 측은하다. 1500명의 대학생과 대졸자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3분의 2가 경기침체 때문에 무급이라도 일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수많은 청년들이 무급이라도, 비정규직이라도, 인턴이라도 정규직이 된다면 무조건 하겠다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대한민국 공동체에서 열정페이라는 단어가 유행하고 있다.

“당신이 좋아서 하는 일이니, 무급이어도 감사히 여겨라. 다 경험이 다 공부다” 하면서 공짜 점심이 없다는 원칙을 무시한 채 청년들의 노동력을 이용하고 있다. 결국 너의 열정을 높이 사서 일을 시켜주겠다는 열정페이는 결국 시장경제가 번영한 대한민국에서는 노동력 착취라고 치부할 수 밖에 없다.

거기에 열정페이를 재능기부로 아름답게 포장하고 있다. 실제로 국가기관에서 무급인턴을 모집하였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오랫동안 상임이사로 이끌어왔던 희망제작소도 재능기부자를 모집했다. 일을 시키려면 돈을 줘야 하는데 정당한 급료 대신에 열정페이를 받았던 것이다.

전체 기업인을 욕먹이는 악덕업자는 사라져야

“법으로 정한 대한민국 최저시급은 5580원입니다” 라고 아이돌 걸그룹 멤버가 CF에서 외치는 광고를 자주 보았다. 일부 자영업자들이 이 광고를 못마땅해 거세게 항의했다는 언론 보도를 보면서 취업규칙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고용주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곤 한다.

대한민국 경제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늘 필자도 규제를 풀고 투자가 활성화하게 해 달라고 주문한다. 하지만 기업가정신이 박히지 않은 기업인, 고용주가 존재한다면 환경이 좋아봐야 아무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일어탁수( 一魚濁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물고기 한 마리가 큰 물을 흐리게 한다는 말이다. 흔히 미꾸라지 한 마리가 방죽을 흐린다라는 말을 곧잘 쓴다. 한 사람의 악행으로 여러 사람이 그 해를 받게 된다는 것을 경고하는 말이다. 취업규칙부터 지키지 못하는 기업인들 때문에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국가경제에 이바지 하고 있는 훌륭한 기업인들이 다 같이 싸잡아 욕을 먹고 있다. 반기업정서는 확산되고 있는 주 원인 중 하나는 이런 미꾸라지 같은 업자들 때문이 아닌가 싶다. /송덕진 극동미래연구소장, 휴먼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