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수명 점차 짧아져...규체 최소화하고 제품 차별화 해야

자유경제원은 지난 18일 '기업하기 힘든 나라, 한국'이란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임병인 충북대 경제학과 교수,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류두진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등이 패널로 참여한 이 토론회에서는 한국의 기업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담론들이 오갔다.
토론자로 참석한 류두진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업수명'의 문제에 주목했다. 아무리 거대한 기업이라도 한 순간에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음을 강조한 그는 "기업은 생산 효율성과 제품 차별화를 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류 교수는 이를 위해서 기업의 자율권을 보장해주고, 기업의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주는 등 사회시스템 전반을 "기업하기 쉬운, 그리고 친근한 환경으로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래는 류두진 교수의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비록, 기업재무이론 및 경제학 교과서에서는 기업의 수명이 영속적임을 가정하고 논의를 전개하고 있으나, 세상의 모든 생명에게는 흥망성쇠가 있듯, 기업의 수명도 사실상 유한하다.

우리나라의 기업들 살펴보면 1965년 한국 상위기업들 중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기업은 많지 않다. 비단, 우리나라 뿐 아니라 1900년 미국 증권시장에 상장된 기업들 중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은 기업들의 수도 매우 적음을 알 수 있다.

Kennedy와 Moore는 “100년 기업의 조건”이라는 저서에서 전 세계기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평균 수명은 약 13년 정도이고, 설립 후 30년이 지나면 80%기업이 사라진다고 보고하고 있다. 최근, 세계화가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기업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 지면서, 기업의 평균 수명은 더욱 짧아지는 추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살펴보면, 1965년의 100대 기업을 기준으로 1995년까지 살아남은 기업은 16개에 불과 했으며, 대기업에 속한 기업집단 중에서 살아남은 기업은 삼성과 LG를 비롯한 소수의 기업이다.

   
▲ 기업재무이론 및 경제학 교과서에서는 기업의 수명이 영속적임을 가정하고 논의를 전개하고 있으나, 세상의 모든 생명에게는 흥망성쇠가 있듯, 기업의 수명도 사실상 유한하다.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들의 이름도 끊임없이 변화하게 마련이다. /사진=연합뉴스TV 캡쳐
이 기간 동안, 우리나라는 연간 8%대의 고속성장을 하였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100대 기업의 생존율이 16%에 불과하다는 점은 놀라운 결과이다. 특히,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에 한국경제는 대기업과 재벌들은 망하지 않는다는, 소위 “대마불사”의 공식도 깨져버렸다. 이후에 기업들은 지속가능한 성장과 영속성의 추구는 한국기업들에게도 중요한 이슈로 제기되었다.

통신과 기술의 발달로 세계가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되면서 기업들에게는 위기이자 기회가 되었다. 시장의 변화에 살아남은 기업들에는 급격한 성장이 주어지며 흐름에 뒤처지면 아무리 거대한 기업이라도 한 순간에 시장에 퇴출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애플과 노키아다. 2000년대 초반만 하여도 노키아는 세계 최고의 휴대폰 제조 회사였다. 이에 반해, 애플은 거듭된 실패로 위기에 직면하였다. 그러나 10년도 안 되는 사이에 휴대전화 업계의 최강자인 노키아는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핸드폰 산업에서 철수했고, 스마트 폰 시장을 “조성하여” 새로운 산업을 “창출한” 애플은 이를 기반으로 연간 100조원의 이익을 남기는 기업이 됐다 (코닥과 후지필름도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에 대처하지 못하여 결국 쇠퇴하였다).

비단 위와 같은 사례가 아니더라도 주식시장의 변화를 통해서도 치열해진 경쟁과 기업의 생존의 어려움은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 S&P 500대 기업의 평균 수명을 분석한 맥킨지의 보고서에 따르면 1920~30년대는 연평균 교체율이 1.5%였으나 1998년에는 10%로 상승하였다. 또한 1930년대에는 65년 동안 S&P에 머물렀으나 2000년대에는 10년으로 축소되었다. 이러한 수치는 지금 얼마나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한다면 “기업수명 연구”는 중요한 연구주제이면서,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여러 상황과 조건을 고려하여 조심스럽게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 어려운 연구 주제이다.

특히, 미국이나 유럽에 비하여 기업들의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으며, 많은 기업들이 급격한 성장이나 소멸을 겪으면서, 오랜 기간 생존하는 기업의 조건을 만족시키는 적절한 연구의 대상 및 case를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기업수명 연구”는 그 시도 자체 및 연구 화두의 제시라는 측면에서 일단 큰 의의가 있다고 판단된다.

다만, 기업수명을 연구할 때, 산업별 특성과 현황을 고려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경우, 신생률이 높은 이유 중 하나가 IT 및 서비스업 위주의 상대적으로 손쉬운 창업아이템을 선호하는 현상 때문 일 수 있다.

스타트업 기업 및 벤처기업들의 대다수가 IT 및 단순 서비스기업인 상황에서, 많은 resource가 요구되는 제조업 분야의 신생률 및 이들 스타트업 및 벤처기업들 중 IT와 단순서비스 업을 제외한 회사가 얼마나 되는지, 그리고 산업군별로 생존률이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보다 엄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서비스업과 IT업과 비교하여 제조업의 창업률과 생존률이 유난히 낮은 이유는 다음과 같은 경영환경 탓일 수 있다. 생산실적이 없는 신생 제조업체에 대한 투자는 매우 부족하며, 제조업의 경우 아이디어가 좋아도 안정적인 “자금흐름”이 있어야 사업운영 가능하다.

제조업체는 초기 투자비용이 상대적으로 많이 들고 자금 회전 주기가 대체로 길다. 좋은 아이디어가 인정되어 투자를 받아 생산을 시작해도, 신생업체의 경우 판로확보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정부정책도 단순한 초기 창업지원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창업 후 장기적인 생존을 위한 지원, 즉, 창업에서부터 판로, 그 다음에 자금지원까지 연속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체계가 정책적으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신생 제조업체에 대해 장기간 근속할 수 있는 청년지원자들의 취업을 유도 및 장려하는 대책 또한 시급히 요구될 것이다. 이와 동시에 기존 진입기업들의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한 행정력을 통한 제재는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기업은 경제를 이끄는 주요한 주체이다. 따라서 기업의 성장과 발전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그러나 현재 기업들의 경영환경은 갈수록 악화되며 기업의 성장에도 제약이 있다. 특히, 기업은 국가재정의 주요한 수입원이며, 기업의 성장이 국가의 경쟁력과 연결된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기업에 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가져야 한다.

치열해진 경쟁상황에 따라, 기업의 수명이 점차 짧아지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사회구조적 개혁을 통한, 정부 및 사회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한 것으로 생각된다. 각 기업차원에서도, 치열해진 경쟁을 이기고 장기적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생산의 효율성과 제품의 차별화를 달성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차원에서는 기업의 자율권을 보장해주고 기업의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기업의 사회공헌과 지속가능한 동반성장 대한 논의는 활발하게 이루어 질 수 있는 환경을 계속 조성하되, 불필요한 규제는 폐지 및 축소하고, 사회시스템 전반을 “기업하기 쉬운, 그리고 친근한 환경”으로 조성할 필요가 있다. /류두진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