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상준 기자]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많은 사람이 정신적인 장애를 호소했다.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 격리 상황, 고용 불안정 등이 원인으로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팬데믹이 깊은 후유증을 남길 것이라고 진단했고, 정신 건강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폭증하고 있다. 고독과 단절이 불러온 혼란을 해결하기 위해 진정으로 알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저자에 따르면 그것은 바로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은 마음, 즉 소속감이다. 

   
▲ [신간]나는 소속되고 싶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을 졸업하고 현재는 아동 청소년 정신과 전문의로 근무하고 있는 저자는 어딘가에 소속되는 것, 이해받는 것, 위로받는 것, 자신의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우리의 정신 건강을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고, 이를 위해 근본적으로 추구해야 할 지향점을 제시하고 있다. 

독자들은 저자가 정신과 의사로서 또 동양계 이민자로서 목격하고 체험한 많은 사례를 살펴보며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고, 타인과 연결되고자 하는 마음을 이해하고, 궁극적으로는 자기 이해와 수용을 배우게 될 것이다. 

이 책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단절되고 고립되어 병들어버린 마음을 어떻게 치유할까?’를 주제로 영국의 아동 청소년 정신과 전문의, 호란 량이 답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예측하지 못한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길어질수록 타인과 만남, 북적거리는 파티, 자유롭고 즐거운 시간에 대한 강한 염원이 생겨났다. 사적 모임 규제가 해제되고 맞이한 첫 핼러윈에는 굉장한 수의 인파가 몰렸고, 시기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못했던 까닭으로 끔찍한 참사가 발생하고 말았다. 

팬데믹의 신조어 중 하나인 ‘코로나 블루(코로나 우울)’. 사회적 거리 두기의 장기화에 따른 고립감, 증가하는 확진자 추이로 인한 불안장애, 경제적 손실로 인해 생기는 분노와 무기력감, 그리고 불면증과 우울증의 정신적 이상을 일컫는 말이다.

‘코로나 블루’라는 단어가 단적으로 보여주듯이, 팬데믹이 정신 건강에 큰 악영향을 끼친 것은 기정사실이다. 만연한 우울감으로부터 딱 하루만이라도 해방감을 느끼고자 했던 열망은, 안타깝게도 더깊은 사회적 트라우마가 돼 돌아왔다. 

취약해진 정신 건강이 회복은커녕 더 심한 고통에 시달리게 되는 악순환을 우리는 매 순간 목격하고 있다. 이렇게나 황폐해진 마음과 심각한 후유증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나는 소속되고 싶다』의 저자 호란 량의 문제의식도 이와 같았다. 영국 아동·청소년 정신과 전문의인 그는, 정신의학적 치료 이상으로 근원적인 문제 해결을 도모하고 그 실마리를 ‘소속감’에서 찾는다.

“문제는 소속감이다!” 저자는 오랜 임상 경험을 토대로 환자들에게서 공통된 특징을 하나 발견한다. 그것은 환자가 느끼는 수치스러움이 과거 누군가가 뱉은 한 마디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인데, 예컨대 ‘넌 미련해’, ‘넌 괴짜야’, ‘넌 뚱뚱하고 못생겼어’, ‘네가 왔던 곳으로 돌아가!’ 등이다. 저자는 이런 말들이 모두 ‘넌 여기 속하지 않아’와 같은 의미라는 점을 짚는다. 

이런 관점에 따르면, 정신적 웰빙에 있어서 유전적 취약성보다 더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우리가 누구인지’ 그리고 ‘우리는 어디에 속하는지’, 즉 정체성에 대한 감각과 소속감이다. 소속감은 어느 장소나 공동체에 속하든 우리 내부에 깊게 뿌리 내리고 있으며, 삶의 모든 면에 영향을 미친다.

본질에서 소속감이란 우리가 중요한 존재라는 것을 증명하고 확인시키기 때문에 인간의 행복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우리는 격리, 고용 불안, 증오 범죄, 가정 내 잦은 마찰 등을 겪었고 사회적 관계의 틀이 변형하는 경험을 했다. 그 결과 상당수에게 정신적인 황폐함이 남았다. 정신 건강 서비스의 수요는 급증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에게 의지하는 것만으로 사람들을 다시 한데 묶어 유대감을 형성할 수는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찾는 것은 물론, 자신이 어디에 속해 있는지 찾을 수 있도록 사회가 돕는 것이다.

이 책에는 친구들에게 바보 취급을 당한 고지능 자폐 소년, 반복된 검문검색으로 편집증에 시 달리게 된 나이지리아 청년, 무관심한 부모를 통제하기 위해 거식증에 걸린 소녀, 알코올 중독과 편집증에 걸린 채 단칸방에 고립된 75세 노인, 그리고 지속적인 인종차별과 성차별로 무력감에 빠졌던 저자 자신까지, 다양한 사람이 등장하고 다채로운 사례가 펼쳐진다. 이러한 서술 방식은 정신 건강에 대해 말하는 것을 다소 터부시하는 독자들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게 한다. 

책에 제시된 여러 가지 사례들이 가리키는 사실은 단순하다. 사람을 자기 자신으로서 온전히 존재할 수 있게 하며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지내면서 소속감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포용적’이고 적절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정신 건강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관점에 따라 포용적인 사회를 주장하는 한편,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수용하고, 과거의 실수를 용서하고 마침내는 자신의 고유한 목소리를 찾음으로써 진정한 소속감을 얻는 길을 설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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