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물 남은 이유? 각 가정 보유 ‘1호 사진부터 수거 삭제 

[미디어펜=김소정 기자]현영철 북한 인민무력부장이 지난달 30일 반역죄로 처형된 것으로 알려진 지 한달 가까이 북한 TV에서 현영철의 모습이 포착돼 의혹이 일었다.

또 지금까지 북한은 현영철의 숙청이나 해임 사실을 공식 발표하지 않고 있지만 정통한 대북소식통은 이미 북한 군 전체 상좌급 이상 핵심 간부를 대상으로 한 발표가 있었다고 28일 밝혔다.

소식통은 “현영철 처형 소식이 알려진 직후 인민군 상좌급 이상으로 분류되는 고급 군관들을 대상으로 공식 발표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앞서 현영철의 처형 이유에 대해 “김정은이 유난히 군부대를 자주 시찰하면서 부대 병사들과 초급 지휘관들이 군 수뇌부의 명령을 듣지 않는 등 오히려 기강이 해이해졌고, 무력부장으로서 불만을 토로한 것이 화근이 됐다”고 전한 바 있다.

   
북한이 현영철의 숙청이나 해임 사실을 공식 발표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28일 정통한 대북소식통은 이미 북한 군 전체 상좌급 이상 핵심 간부를 대상으로 한 발표가 있었다고 전했.

북한 TV에서 계속 등장하는 현영철은 그가 무력부장직을 수행할 당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수행하던 모습이다. 이런 기록물이 아직 방영되는 이유에 대해서도 이 소식통은 “각 가정이 보유한 관련 사진부터 우선적으로 수거하는 등 절차가 정해져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개 고위급 간부들 집에서 보유하고 있을 만한 김정은과 간부들이 함께 찍은 사진을 모두 수거해 현영철의 모습을 일일이 삭제한 뒤에 다시 사진을 반환하는 절차를 거친다. 이후 TV 등에서 방영되는 이른 바 ‘1호 영상물’ 속 현영철 모습을 삭제한 다음 도서 등에서도 현영철 자료를 삭제하는 작업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숙청 간부의 사진은 물론 이름과 글이 들어간 모든 출판물까지 삭제하는 작업은 당 선전선동부와 군 총정치국이 주도하고 있다.

소식통은 “북한에서 핵심 간부를 숙청 또는 처형시켰을 때 가장 먼저 각 가정마다 걸려있는 사진부터 수거한다”면서 “다음 영상물, 도서 순으로 사진과 기록을 삭제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김정일 집권 당시 농정파탄 책임을 물어 처형시킨 서관희 당 비서의 경우 3개월, 남한으로 망명한 황장엽 비서도 7개월이 걸려 사진 등이 삭제됐다. 김정은 집권 후 첫 숙청 간부인 리영호 전 총참모장의 모습은 해임 발표 후 6일이 지나 삭제됐고, 처형된 리용하와 장수길은 2개월, 김철 인민무력부 부부장은 8개월이 걸렸다.

반면 예외적으로 숙청 전후 신속하게 사진을 삭제한 경우도 있다. 북한 당국이 숙청 사실을 공식적으로 공개한 경우에 해당한다. 화폐개혁 실패의 책임을 지고 2010년 3월 초 총살당한 박남기는 이미 그해 2월 말에 사진이 삭제됐고,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 역시 처형되기 5일 전부터 북한 TV에서 모습이 사라졌다.

북한 매체에서 현영철 사진이 여전히 공개되면서 국정원이 해임 정도의 사실을 숙청·처형으로 성급하게 밝혔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함경북도 군부대 시찰에서도 현영철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조선중앙통신은 수행자 명단으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장창화 군 소장의 이름만 거명했을 뿐이다.

현영철이 북한 매체에 계속 등장하는 이유는 기록물 삭제 절차에 따라 시간이 걸리기 때문일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북한 군의 동요를 차단시키기 위해 당분간 기록물을 계속 내보내고 있다거나 우리 측에 혼란을 주기 위해 고의적으로 삭제를 지연시키고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