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서 젊은이 158명 압사…또 '안전 불감증', 경찰·구청 부실대응 논란
세월호 이어 '참사의 정치화' 재연…여야, 국정조사·이상민 장관 거취 놓고 충돌
2022년 올해는 대한민국 정부에게 분기점이 되는 한 해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0.73%p 차이로 헌정사상 최소 득표차로 승리하면서 정권 교체의 기치를 높이 들었다. 국회 경험이 없는 첫 '0선 대통령' 탄생이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1987 체제 이후 처음으로 5년 만에 정권 교체 당했다. 국회는 이에 따라 '여소야대' 정국이 펼쳐지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쥐고 흔드는 형국이 연출됐다. 여야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검찰 수사 등 곳곳에서 충돌하면서 극한의 대치 정국으로 치달았다. 본보는 이번 연재 기사를 통해 정치 분야의 지난 1년을 요약 정리한다. [편집자주]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살려주세요. 빨리 와 주세요. 빨리 와 주세요. 사람들이 기절하고 있어요." (10월 29일 이태원 사고 현장에서 119에 접수된 시민의 신고 전화)

핼러윈을 앞둔 10월 29일 토요일 밤 10시, 곳곳에서 사람들이 몰려올 정도로 주말 극성수기를 누리던 서울 이태원에서 158명이 압사하고 196명이 다치는 참사가 일어났다. 불과 40분만에 벌어진 참사였다.

당시 이태원동 골목엔 10만 명 이상 인파가 몰렸고, 이태원 골목 중 가장 대표적인 해밀톤 호텔 옆 좁은 골목(폭 4m 및 길이 45m)에 밀집된 인파가 쌓이며 사고가 일어났다.

골목은 경사까지 심한 비탈길로, 어느 순간 위에서 아래로 하중이 실리면서 참극이 발생했다. 20~30대 청년이 사망자의 90%를 차지했고, 여성 사망자는 65%에 달했다.

세월호 사고에도 불구하고 '안전 불감증'이 여전하다는 반증이었다. 해상에서 배가 뒤집힌게 아니라 지상에서 특정 지점에 인파가 몰리다가 밀집도의 임계점을 넘어 일어난 사고였다.

   
▲ 윤석열 대통령이 10월 30일 이태원 압사 사고 현장을 방문해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서울시 번화가 한복판에서 대규모 인명 사고가 일어나면서 올해 한국 사회에 가장 큰 경종을 울렸다. 사고 당일 SNS를 통해 우후죽순 퍼진 영상을 접한 시민들은 심각한 트라우마를 호소했을 정도다.

경찰은 11월 1일 501명 규모의 특별수사본부를 통해 사고 원인 규명과 책임자에 대한 수사에 나섰고, 압사 사고가 날 것 같다는 112 신고가 참사 발생 4시간 전부터 13건 접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상황의 심각성은 이태원 현장 경찰에 이르기까지 적절히 공유되지 못했고, 서울경찰청 112상황실에서 신속히 이뤄져야 할 긴급 상황보고 또한 지연됐다.

특수본 수사를 통해 경찰 내부에서 핼러윈 안전대책 보고서를 임의로 삭제한 사실도 드러났다.

특수본은 여러 국가기관의 오판과 부실 대응이 겹쳐 사고 발생을 미연에 막지 못했다는 법리를 내세우면서, 법적 책임 여부를 가릴 방침이다. 이에 따라 이태원 사고의 진상 규명은 조만간 법정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정치권이 또한번 갈라졌다는 점이다. 바로 이태원 국정조사를 비롯해 사망자 실명 공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거취를 놓고서다.

국회를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은 본회의를 통해 이상민 장관 해임건의안을 단독 통과시켰을 정도다.

일종의 '참사의 정치화'다. 세월호와 마찬가지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

치유와 회복이 아니라 죄책감과 분노를 부추기는 듯한 일부 정치권 발언과 일각의 혐오 발언은 듣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는 12월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성역 없는 국정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사실 이태원 사고와 같은 상황은 평소 서울 시내 출퇴근길 만원 지하철에서도 하루에도 수십차례 반복되어왔다.

9호선 급행이나 1호선 급행 등 일촉즉발의 위기를 안고 달리는 전철 라인은 한두 곳이 아니다.

과밀 상황에 내재한 위험이 이번 이태원 사고를 통해 극명하게 드러난 셈이다.

이태원은 이국적인 상권이 발달해 수많은 이가 방문하는, 서울 시내 대표적 핫플레이스 중 하나다.

이대로 이태원이 사고의 부정적인 이미지에 묻히지 않고 다시 부흥하려면 향후 어떤 대안을 내놓아야 할지 여야 정치권 모두가 고심해야 할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