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업계, 판매점 불법 지원금 해결 대책 부재

[미디어펜=이승혜 기자] “이것도 다 깡이 돼야 하는 거예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시행된 지 반년이 넘었으나 아직도 음성적 보조금 경쟁이 행해지고 있었다.

   
▲ 이동통신사가 갤럭시S6 시리즈 출시 일주일 만인 지난달 17일 보조금을 최대치인 33만원에 육박할 만큼 파격적으로 올림에 따라 갤럭시S6와 갤럭시S6엣지를 이용한 이동통신사간 가입자 끌어오기 전쟁이 본격화됐다./연합뉴스
그동안 고객유치를 위해 제 살 깎아먹기 식 지원금 경쟁이 과열되자 정부는 단통법을 발의했다. 이를 통해 법적으로 공시지원금 이상 소비자에게 지원하는 것은 불가능해졌으나 페이백(휴대폰 구매 후 일부 금액을 돌려주던 불법거래 방식)은 더 교묘하고 은밀해졌다.

서울 용산 소재 대형유통센터 상층에는 휴대폰 판매점이 즐비하게 붙어있다. '최저요금제', '최고지원금' 등 자극적인 단어를 상호명보다 더 크게 내걸었다. 판매부스를 지나치자 직원들이 목청껏 호객행위를 했다.

판매점 직원A씨(35)는 휴대폰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을 묻는 질문에 "과거엔 손해를 감안하더라도 페이백이나 위약금을 대신 납부해주는 등 음성적 소비자 혜택이 많았으나 단통법 이후 공시지원금 외에 딱히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부분이 줄었다"며 "어느 판매점이건 비슷한 금액을 제시할 것"라고 말했다.

그러나 발길을 돌리려 하자 그는 말을 돌렸다. 그는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페이백은 사실상 무리라고 해도 위약금 정도는 현금으로 돌려주겠다"라고 덧붙였다.

다른 매장도 사정은 마찬가지. 다른 판매점 직원B씨(29)는 "원하는 금액에 맞춰주겠다"라며 초반부터 초강수를 띄웠다. B씨는 "소비자에 따라 페이백 금액이 다를 수는 있다. 과거에는 휴대폰 한 대를 팔고 직원이 받는 금액에서 구매자에 얼마를 지급하는 방식이었으나 요새는 법을 피하기 위해 다른 방법을 사용한다"라고 귀뜸했다.

그는 "이용자가 쓰던 핸드폰을 시세보다 높게 측정해 그 금액을 돌려주는 게 요즘의 페이백"라며 "갤럭시 S6의 경우 5만~20만원까지 돌려주겠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23~25일 연휴 동안 일부 온라인 유통업자들은 폐쇄형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지인 등을 중심으로 페이백 영업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동통신 3사의 데이터 중심 요금제 출시로 시장이 요금제 위주로 흘러가자 잠잠하던 불법 보조금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통해 번호이동 시장에서 가입자 뺏기 행태가 다시 시작된 것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SK텔레콤은 21일 데이터 중심 요금제 출시 일주일만에 가입자 50만명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순항을 이어가던 SK텔레콤은 암암리에 거래되던 불법 지원금이 연휴를 맞아 급격하게 풀리면서 의외의 복병을 만났다. SK텔레콤은 지난 23일 404명, 25일 1070명을 타 이동통신사에 빼앗겼다. 반면 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394명, 1080명의 순증을 기록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3일 단통법의 눈을 피해 자행되는 위반 행위를 단속하려 '단말기유통조사단'을 신설했으나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통신 업계측은 그러나 이러한 불법 지원금 해결을 위해 명확한 대책을 강구하지 못했다고 일축했다.

SK텔레콤은 "판매점 사정까지 파악하기는 어렵다"며 "단통법 이후 현재 사용자를 위해 자사에서 제공할 수 있는 것은 요금제에 따른 공시지원금이 전부다"라고 말했다. 이어 "갤럭시 S6의 경우 타사의 공시지원금보다 지원 금액이 적지만 지원금 조정에 대한 문제는 추후 논의해봐야 할 영역"이라며 말을 아꼈다.

KT는 "지난 22일 공시지원금을 책정했고 직영점의 경우 그대로 이행되고 있다"며 "단통법 이후 공시지원금은 일주일 단위로 바뀌기 때문에 현재로서 답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이동통신 3사 중 갤럭시 S6에 대해 가장 많은 지원금을 할애하고 있는 LG유플러스의 경우 "판매점과는 별개의 문제"라며 "타 업계와 조율이 필요하겠지만 현재 공시지원금은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단말기 지원금 상한액을 30만원에서 33만원으로 조정했다. 이에 따라 통신사들은 출시 만 15개월 미만 휴대폰은 최대 33만원까지 지원금 지급이 가능하다. 15개월 이상 휴대폰은 규제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