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검찰 수사중 자살자 90명 작년 한해만 22명…인권침해 방치 안돼
최근 전 태광그룹 상무가 병세 악화로 형집행정지와 재수감을 반복하다 숨지면서 사법치사(致死)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고령의 나이와 지병으로 정상적인 수감생활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제때 병원치료가 힘들어 결국 사망에 이른 것이다. 대기업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의식한 무리한 법집행이 이를 초래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편 사법부의 눈치보기식 판결의 문제도 있지만 법률자체의 모호성, 법관의 이념차에 따라 자의적 잣대로 판결이 이뤄지는 상황도 심각하다.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법적 해석을 달리해 서로 다른 판결을 내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법 판단이 일관성을 지켜야 예측 가능한 법치주의 사회를 확립하는데, 현재 대한민국은 사회구성원들이 믿을 만한 법원을 찾아나서야 할 판이다.

수사-판결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사법제도의 실질적인 개선은 지속됐지만 사법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여전하다. 이에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이번 사법치사 논란을 비롯해, 사법부의 과도한 법집행이 가져올 폐해를 짚어보고 동시에 사법부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 개혁 과제가 무엇인지 논의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29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사법의 신뢰성, 어떻게 높일것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아래 글은 발제자로 참석한 이헌 변호사의 발제문 전문이다. 이헌 변호사는 발표를 통해 “여론 의식하거나 대중에 영합하는 사법권의 무리한 행사는 결국 당사자가 자살하는 등의 사법치사를 초래할 수 있고, 반기업적 정서를 낳거나 국민경제를 어렵게 하는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편집자주]

 

   
▲ 이헌 변호사,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 홍익법무법인 구성원변호사

사법치사(致死) 문제

○ 사법치사의 개요

‘사법치사’(司法致死)란 용어가 등장한 것은 횡령죄 등으로 제1심에서 법정구속되어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이선애 전 태광그룹 상무가 지난 7일 사망한 사건이 계기가 되었다. 88세 고령인 이 상무는 고도 치매증상인데도 영남제분 사모님의 ‘호화병실’ 에 따른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검찰과 교정당국이 형 집행정지의 연장을 허락하지 않다가 결국 병세가 악화된 상태에서 석방되었으나 결국 사망하였다.

또 지난 달 9일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자살하면서 검찰의 하명식 밀어붙이기 및 강압 수사, 별건 수사 등 논란도 있어 ‘사법치사’라는 의미는 성 회장과 같이 검찰수사를 받다가 자살하는 사람이 급증하고, 이 상무와 같이 사법기관의 여론 눈치보기 판결과 집행으로 죽음에 이르게 되는 현상을 지칭하는 것이다.

법리적으로 살펴보면, ‘사법살인’(司法殺人)은 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법률이나 재판에 의해 사형을 당하게 한 것을 말하는 반면, ‘사법치사’는 형법 제15조 제2항에서 정한 결과적가중범으로서 고의는 아니지만 사법제도가 사람의 사망이라는 결과를 예견할 수 있었다거나 그 사망에 책임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고 볼 것이다. 형법 제15조 제2항은 “결과로 인하여 형이 중한 죄에 있어서 그 결과의 발생을 예견할 수 없을 때에는 그 중한 죄로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 5월 9일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자살하면서 검찰의 하명식 밀어붙이기 및 강압 수사, 별건 수사 등 논란도 있어 ‘사법치사’라는 의미는 성 회장과 같이 검찰수사를 받다가 자살하는 사람이 급증하고, 이 상무와 같이 사법기관의 여론 눈치보기 판결과 집행으로 죽음에 이르게 되는 현상을 지칭한다. /사진=연합뉴스

통계에 의하면 최근 10년간 검찰 수사 중 자살한 사람은 90명에 이르고, 특히 작년 자살자는 22명으로 2013년보다 2배에 이른다고 한다. 또 2010년부터 교정시설 내 자살시도자는 월평균 6.4명에 이르고, 최근 10년간 형 또는 구속집행정지 신청자 중 허가를 받지 못하거나 결정이 지연되어 사망한 사람은 교정시설 내 사망자 277명의 30%에 해당하는 85명에 이른다고 한다.

○ 사법치사의 헌법상 원리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국가와 국민이 모두 준수하여야할 기본권 보장의 이념적 기초로서 최고원리임을 선언한 것이고 입법이나 행정 등 국가행위는 이를 침해할 수 없음을 선언한 것이다. 헌법의 기본원리인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 및 이를 구현하기 위한 국가의 통치조직도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고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국가의 기본권보호의무는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하여 적절하고 효율적인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취하였는지를 기준으로 그 합헌성을 판단하게 된다(헌재 2008. 7. 31. 2004헌바81).

‘사법치사’와 관련되는 헌법상 기본권인 ‘생명권’은 우리 헌법에 명문의 규정이 없더라도 자연법적인 권리로서 헌법에 규정된 모든 기본권의 전제로서 인정되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다(헌재 1996. 11. 28. 96헌바1). 이에 모든 국민은 국가가 개인의 생명을 침해할 위험이 있는 경우 이를 방지․제거할 것을 요구할 수 있음은 물론이고, 제3자에 의한 생명권의 침해로부터 보호해 줄 것을 국가에 요구할 수 있는 보호청구권을 가지게 된다.

또한 정부나 타인으로부터 신체와 정신을 침해당하지 않을 권리인 ‘인신을 훼손당하지 아니할 권리’도 헌법에 명문 규정이 없으나 생명권과 같이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된다. 여기서 도출되는 정신의 온전성 유지에는 ‘언어적 폭력, 심리적 폭력, 정신적 고문’ 등도 포함된다. 수사를 받던 피의자들이 검찰의 강압적 조사로 인한 모멸감으로 자살하는 식의 사법치사는 인신을 훼손당하지 아니할 권리가 침해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사법치사는 국민의 생명권이나 신체․정신 등 인신을 훼손당하지 아니할 권리 등 헌법상 기본권이 국가 사법제도에 의하여 침해되는 것이고, 국가에게 그 예견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이상, 국가는 국민의 기본권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취할 의무를 다하지 아니한 것으로 볼 것이다.

○ 사법살인과 사법치사

‘사법살인’의 대표적 사건으로 평가되는 인혁당 사건은 유신독재에 반대하는 민주화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박정희 당시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중앙정보부의 조작에 의하여 도예종 등 8명이 1975. 4월 대법원의 사형선고 18시간 만에 사형이 집행된 사건이다. 1995년 MBC방송국의 판사 300여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인혁당 사건의 재판이 '우리나라 사법사상 가장 수치스러운 재판'이었다고 응답하였던 바가 있다.

필자는 오적필화 및 민청학련 사건으로 구속되었다가 바로 이 인혁당 사건의 고문ㆍ용공조작을 옥중수기로 폭로하였다는 사유로 재구속되는 등 수난을 당한 김지하 시인의 과거사 사건 대리인이다. 김 시인이 재구속 이후 정부당국의 대대적인 용공조작에 맞서 그 유명한 ‘양심선언’을 발표하였다는 사유로 정부 당국은 24시간 감사카메라가 작동되고 불이 꺼지지 않는 방에서 외부인의 접견은 물론 물품의 차입도 제한되는 2여년간의 특수감금을 하였고, 김 시인은 이로 인해 석방 이후 10여차례 정신병으로 입원치료를 받기도 하였다. 비록 이에 대한 거액의 국가배상이 인정되었지만 이로써 김 시인 및 그 가족들이 국가권력으로부터 받았던 과거의 피해가 정상적으로 회복될 수는 없을 것이다.

   
▲ 통계에 의하면 최근 10년간 검찰 수사 중 자살한 사람은 90명에 이르고, 특히 작년 자살자는 22명으로 2013년보다 2배에 이른다고 한다. 2010년부터 교정시설 내 자살시도자는 월평균 6.4명에 이른다. /사진=연합뉴스

인혁당이나 김 시인의 사건 등 과거사 사건에서 국가에게 거액의 배상책임을 지게 하면서 법원은 아래와 같이 판단하였다.

“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지니는 국가가 오히려 가해자가 되어 원고들에 대하여 체포ㆍ구속과정에서의 위법, 수사과정에서의 고문 및 가혹행위 등 일련의 위헌적 불법행위를 저질렀다. 국가 공권력을 악용하여 조직적이고 의도적으로 인권침해행위를 자행한 특수한 불법행위로서 다시는 위와 같은 잘못이 반복되지 않도록 함으로써 향후 법치주의나 법의지배를 전면으로 부정하는 비이성적인 폭거에 대한 재발방지를 도모하여야 한다”

사법치사는 독재정부 시절의 과거사 사건과 같은 위헌적 불법행위에 이르지는 않아도 국가가 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게을리한 불법행위에 해당하는 것은 분명할 것이다. 과거 20세기의 ‘사법살인’은 안보나 정권의 합리화를 위하여 인권을 탄압하였던 것이고, 현재 21세기의 ‘사법치사’는 실적이나 실체적 진실을 위하여 인권을 무시한다는 차이만이 있을 뿐이고, 민주화된 시대의 인권침해인 것이다.

○ 검찰 조사와 사법치사(사법치사의 경험)

수사절차, 공판절차 등 형사소송절차에 있어서는 형벌권의 적정하고 신속한 실현이라는 형사소송제도의 목적달성을 위하여 피의자신문, 참고인신문, 증인신문, 구속, 압수․수색․검증 등의 인권제한적 처분이 불가피하게 요청된다. 그러나 형사소송에 있어 인권제한은 형사소송의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도에 국한되어야 하고, 이러한 형사사법권의 행사에 법적 제한을 가함으로써 인권보장을 도모하고 있다. 형사사법의 민주화라는 견지에서 형사소송제도의 인권보장은 무엇보다 강조되는 것으로서, 형사소송제도는 공공질서의 유지라는 공익의 유지와 함께 개인의 기본권 보장이라는 두가지 목적을 동시에 달성하여야 하는 운명을 지니고 있다.

정권의 코드맞추기식 수사로 인한 사법치사의 사례로서 필자가 관련된 사건은 직접적으로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살, 간접적으로 안상영 전 부산시장의 자살이었다.

필자는 2008. 12월 노무현 대통령의 2004. 3월 탄핵 직전 기자회견 시 “좋은 학교 나오시고 크게 성공하신 분들이 시골에 있는 별 볼 일 없는 사람에게 가서 머리 조아리고 돈 주는 일이 이제는 없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등 공개적인 모욕발언을 한 직후 자살한 남 사장의 유가족을 대리하여 노무현 대통령을 명예훼손죄로 고소한 적이 있다. 이 사건은 검찰 조사과정에서 남 사장이 자살한 사건으로 정리되었을 것이지만, 직접적인 자살 원인은 남 사장을 지칭한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이었다. 그래서 필자는 2010. 4월 국회 검찰부분 사법개혁위원회의 공청회 당시 이 사건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책임 문제를 지적하였다가 구 민주당측 의원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결국 회의록에서 그 발언이 삭제되기도 하였다.

필자가 제기한 노무현 대통령의 고소사건은 문재인 현 새민련 대표가 대리인이었다. 문 대표가 ‘운명’이라는 책에서 남 사장의 유족에게 사과하였다고 주장하였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고, 노무현 대통령측은 대리인을 통해 유족측에게 조선일보에서 고소사실을 보도하게 한 것을 비난하고 노무현 대통령을 두둔하는 표현을 하였을 뿐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자살로 이 고소사건은 공소권없음의 결정으로 종결되었으나, 노무현 대통령의 자살은 MB정권에 의한 검찰 수사가 그 원인이라고 하여 정권교체로 폐족을 선언하였던 친노세력이 화려하게 귀환하고 아직까지 그 세력을 유지하는 계기가 되었다.

얼마전 노무현 대통령 6주기 추도식에서 그의 아들이 “권력으로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반성도 안했다”고 하였다는데, 노무현 대통령의 자살을 남다르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필자로서는 이번 기회에 노무현 대통령의 직접적인 자살원인이 정말로 사법치사로서 검찰의 수사로 모멸감을 느꼈기 때문인지, 아니면 가족이나 측근의 문제로 분노하였기 때문인지, 과연 그 전날 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하여 그 구체적인 사실이 밝혀지기를 바란다.

안상영 전 부산시장은 2004. 2월경 당시 뇌물수수 사건으로 부산구치소에 수감중 서울중앙지검에서 추가조사를 받은 후 부산구치소에 돌아가 목을 매어 자살하였다. 당시 안 시장은 노무현 정권의 열린우리당 입당을 거절하여 정치적 보복을 당하였고 서울중앙지검 조사 당일 정권의 의도에 따라 서울구치소에 임시수감되면서 잡범들로부터 수모를 당한 것이 그 자살원인이었다는 소문이 있어 발표자는 당시 서울구치소에 수감중이던 지인에게 이 사실을 확인해달라고 한 적이 있다. 당시 법무부장관은 민변의 강금실, 민정수석비서관은 민변의 문재인 대표이었다. ‘사법치사’는 박근혜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좌우파정부를 막론하고 발생하였다.

○ 검찰 조사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

헌법 제12조 제4항에서 정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변호인을 선임하고 변호인으로부터 충분한 조력을 받을 권리를 말한다. 우리 헌법의 법치국가 원리, 적법절차 원리에서 불구속 피의자에게도 당연히 인정되는 내용이고 헌법 제12조 제4항은 신체구속을 당한 사람에게 그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하여 별도로 명시한 것이다(헌재 2004. 9. 23. 2000헌마138). 헌재는 기결수에 관하여 “변호사와의 접견에 있어서 그 접견내용을 녹음, 기록한 행위는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으로서 위헌임을 확인한다”고 판단하기도 하였다(2013. 9. 26. 2011헌마398).

형사소송법 제243조의2는 ‘변호인의 피의자 접견, 피의자에 대한 신문의 참여’에 관하여 규정하면서 “신문에 참여한 변호인은 신문 후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 다만, 신문 중이라도 부당한 신문방법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승인을 얻어 의견을 진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사건사무규칙‘ 제9조의2는 변호사의 참여로 신문 방해, 수사기밀 누설 등 수사에 현저한 지장이 초래될 우려가 있는 경우에 참여를 제한하고, 검사의 승인 없이 부당하게 신문에 개입하거나 피의자를 대신해 답변하거나 진술 번복을 유도하는 경우 변호인 참여를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다고 하여 변호인 참여권은 사실상 변호인의 배석권 내지 입회권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변호인의 참여권에 관하여 대법원은 “피의자가 변호인의 참여를 원한다는 의사를 명백하게 표시하였음에도 수사기관이 정당한 사유 없이 변호인을 참여하게 하지 아니한 채 피의자를 신문하여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형사소송법 제312조에 정한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위반된 증거일 뿐만 아니라,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에서 정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에 해당하므로 이를 증거로 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고 판단하였던 바가 있다(대법원 2013.03.28. 선고 2010도3359 판결).

필자는 2002년 대선 당시 방송토론에서 노무현 대통령를 비방하는 발언을 하였다는 혐의로 고발당한 어느 교수의 변호인으로 피의자조사에 참여한 적이 있었고, 2009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고소 당시 유족의 참고인 조사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또 2012년 민간인사찰 사건에서 내가 몸통이라던 청와대 비서관의 변호인으로 검찰청사의 프레스라인 앞에 서게 되었고 새벽까지 진행된 영상조사에 참여하는 등 10여차례 조사에 참여하였고, 최근 모 재벌 일가의 분쟁과 관련하여 칼럼을 작성하였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당한 언론인의 변호인으로 피의자조사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필자가 경험한 검찰 조사 참여의 대부분은 검사와 수사관, 피의자나 참고인, 변호인 등이 각자의 입장을 존중하여 고려하여 진행되어 형사소송법과 검찰사건사무규칙에서 정한 범위 내에서 큰 충돌이나 무리 없이 진행되었다. 그러나 최근 참여한 명예훼손 고소사건의 경우에는 검사측이 고소인의 입장에서 신문한다고 하면서 피의자를 윽박지르는 식으로 조사를 진행하여 이러한 부당한 신문방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발표자가 검사실에서 쫓겨나거나 퇴장하여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경험이 있다. 검사는 수사의 주체로서 고소사건의 경우 고소인의 편이 아니라 중립적 지위에서 공정하게 수사해야 한다는 당연한 원칙조차 지켜지지 않았고, 그 때 검사 측의 변호사 참여사실 조차 무색하게 하는 모욕적이고 고압적인 언어폭력으로 인하여 그 언론인은 아직도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맺는 말

수사절차나 공판절차 및 형 집행절차 등 형사제도에 있어 대부분의 관계자들은 본인의 직무에 충실하면서도 피의자 등의 인권보장에 관한 역할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과거와 같은 폭행과 욕설 등 직접적인 강압행위가 사라진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정권에 코드 맞추기 식의 하명수사절차 등에서 인격을 무시하거나 심리적 충격을 주는 모욕행위나 무리하게 심리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상황으로 말미암아 당사자들로 하여금 “죽고 싶다”고 생각하게 되고 ‘사법치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취할 의무를 다하지 아니하고 기본권을 침해하는 등의 중대한 헌법위반의 사안이므로, 이에 따른 국가의 피해당사자에 대한 보상과 더불어 관계자들에 대한 엄정한 문책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 앞으로 이러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하고 시행하는 노력을 다해야 하는 것도 국가의 의무가 아닐 수 없다.

얼마전 조현아 땅콩회항 사건의 제1심 재판부가 그 사건의 공소사실과 관련되지 아니하는 이유로 그 아버지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을 불려 사실상 망신을 주는 일이 있었다. 이와 같이 여론을 의식하거나 대중에 영합하는 사법권의 무리한 행사는 반기업적 정서를 낳고 국민경제를 어렵게 하는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당사자가 자살하는 등의 사법치사의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는 반국가단체인 북한과 뚜렷하게 구분되는 우리 헌법의 최고원리인 것이고, 또 형사제도 등 법과 제도도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고 보장하기 위한 수단인 것이다. 사법치사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일부 몰지각한 사법기관 관계자의 일탈일 수 있으나, 아무쪼록 이 토론회가 사법치사의 결과를 야기하였거나 야기할 위험을 초래한 책임이 있는 사법기관 관계자에게 엄중 경고하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라는 헌법의 최고원리를 되새기도록 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이헌 변호사,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 공동대표, 홍익법무법인 구성원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