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동건 기자] 오은영 박사가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의 아동 성추행 논란에 입을 열었다.

오은영 박사는 23일 공식 입장을 통해 "최근 방송된 '고스톱 부부' 편을 보시고 많은 분들이 걱정하시고 또 분노하시는 것을 보았다. 저 역시 이 사안이 매우 중요한 문제이고, 특히 아이의 복지나 안전 등이 굉장히 중요한 주제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해당 방송분에 제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저의 의도와는 다르게 전달된 부분이 있어서 이에 조심스럽게 몇 가지 사실을 말씀드리려고 한다"며 "저는 오래전부터 체벌을 절대 반대해왔다. 아동학대, 폭력, 성추행과 성폭력에 대한 저의 생각은 지금까지 써 온 책들에서도 말씀드렸듯이 대단히 단호하다. 절대로 해서는 안 되며, 절대로 타협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것들이 사람의 영혼에 얼마나 깊은 상처를 입히는 줄 알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그는 "시청자분들이 놀라신 그 사전 촬영된 장면에서 저 또한 많은 우려를 했다. 당연히 출연자의 남편에게도 어떠한 좋은 의도라도 '아이의 몸을 함부로 만지거나 아이의 의사에 반하는 문제 행동들을 하는 것은 절대로 하면 안 된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출연자 남편은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던진 행동으로 인해 아내에 의해 아동 학대 신고가 되어 이후 경찰에서 교육 처분을 받은 상태였다. 그래서 더욱더 촬영 시간 동안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아동 학대 교육의 연장선으로 '아이가 싫어하는 신체 접촉을 강압적으로 하지 말라'는 내용을 여러 번 강조하면서 교육적 지적과 설명들을 많이 해주었다. 이후 실제로 이 출연자 남편이 아이를 대하는 태도에 많은 변화가 일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5시간이 넘는 녹화 분량을 80분에 맞춰 편집하는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이런 많은 내용들이 포함되지 못해 제가 마치 아동 성추행을 방임하는 사람처럼 비춰진 것에 대해 대단히 참담한 심정이다"라고 토로했다.


   
▲ 사진=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포스터


또한 방송에서 '촉각이 예민한 아이'에 대한 언급은 출연자 부부의 딸에 대한 언급이 아니었다며 "일반적으로 촉각이 예민한 아이들의 경우, 스스로 가깝게 생각하는 부모들의 신체 접촉도 불편하고 괴롭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하고, 그래서 아이가 싫다는 표현을 하면 부모라도 하지 말라는 것을 강조하는 설명이었지 출연자 부부의 딸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오은영 박사는 "절대로 출연자 자녀의 탓이라거나 남편의 행동을 옹호한다는 설명은 아니었다. '남편이 가엽다'라고 말한 부분은 과거 어린 시절의 불행한 경험을 했던 것에 대해 '남편의 어린 시절이 가엽다'라고 한 것이다. 현재의 문제 행동과 과거에 있었던 남편의 불행을 연결시켜서 정당화하려고 했던 설명이 아니다. 이렇게 어린 시절을 회상시켰던 것 또한 부모 역할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하게 느끼게 하기 위함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가장 걱정이 되는 건 아이다. 아이가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제가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다. 시청자분들의 아이를 향한 따뜻한 관심과 걱정, 감사드린다. 우려하시는 일이 없도록 저와 '오은영 리포트' 제작팀이 함께 반드시 지속적으로 살피겠다. 더불어 따끔한 지적과 충고들도 다시 한 번 마음 깊이 새기겠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최근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저의 의견을 제시해온 것은 세상에 계신 많은 부모님들이 가장 편리하게 찾아볼 수 있는 수단들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방송으로 여러 가지 염려를 낳았기에 저 역시 매우 참담하며 송구스러운 마음이다. 향후에는 제 의견이 보다 더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더욱더 유념하겠다"고 덧붙였다.


   
▲ 사진=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방송 캡처


지난 19일 방송된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에서는 초혼 남편과 7살 딸이 있는 재혼 아내가 아이 양육 문제로 갈등을 겪는 내용이 전파를 탄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의붓딸에 대한 남편의 신체접촉이 논란이 됐다. 남편은 '가짜 주사 놀이'라면서 아이를 자신의 위에 둔 채 끌어안고 엉덩이를 손가락으로 찔렀다. 또 딸의 가슴 등을 간지럽혔다. 딸이 "안 돼요", "싫어요", "하지 마세요"라며 강하게 거부했으나, 남편은 자신의 행동을 '애정표현'이라고 주장했다. 

방송 후 남편의 행동이 아동 성추행, 아동 학대라는 비판이 쏟아졌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는 '결혼지옥' 관련 민원이 쇄도했다. MBC 시청자 소통센터 게시판에는 프로그램 폐지 요구가 빗발쳤다.

해당 논란은 경찰 수사로도 이어졌다. 전북 익산경찰서는 아동 성추행 관련 신고에 따라 해당 사건을 전북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 수사대로 이송한다고 밝혔다.  

'오은영 리포트' 제작진은 "오 박사는 약 5시간 동안 진행한 녹화 내내 남편의 행동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며 매우 단호하게 비판하고 변화를 촉구했다. 그 내용이 뒷부분에 집중되고 상당 부분 편집돼 오 박사와 MC들이 남편 행동에 온정적인 듯한 인상을 준 것 역시 제작진 불찰"이라며 "앞으로 실제 녹화 현장 분위기를 시청자에게 온전히 전달할 수 있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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