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규제'에 발묶인 한국 전기자전거 시장
핵심부품 기업 해외로 달려가는 '불편한 진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으로 대표되는 ‘철의 도시’ 포항은 경사길이 많기로 유명하다. 이곳에서는 자전거를 이용해 출퇴근하는 근로자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다만 여느 도시와는 사뭇 다른 광경을 목격할 수 있는데, 바로 일반 자전거와 함께 전기자전거가 눈에 잘 띈다는 것이다.

   
▲ 산업부 김세헌기자

고갯길이 많은 포항의 지역특성상 평소엔 일반 자전거처럼 작동하다가 경사길에선 전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전기자전거의 인기가 높다.

전기자전거가 도심의 탄소배출을 줄이고 교통 혼잡을 해소하는 교통대안으로 부상하고 있음을 뒤로 하더라도, 이제 전기자전거는 이곳에 둥지를 튼 수많은 일꾼의 교통수단으로 자리잡으며 일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상징성을 갖게 됐다.

전기자전거는 기존 자전거와는 달리 패달로 구르는 방식에 2차전지를 활용한 모터 구동방식이 혼용돼 제작된 것이다. 기존자전거에 비해 탁원한 주행성능을 보이고 있어 자동차를 대체 할 수 있는 운송수단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2008년 유가폭등 당시 기름값이 얼마나 더 오를지 모르고 날이 갈수록 혼잡해지는 교통사정과 공해 문제가 불거지면서, ‘자전거 타기’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회적 과제가 됐으며 그 과정에서 전기자전거 바람이 거세게 몰아쳤다.

전기자전거는 이동시 도심 대기오염 저감을 비롯해 에너지절약, 교통체증 해소 등 많은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이용자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건강 증진에도 도움이 되는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 자전거 인구는 작년 1000만명을 넘어 올해 상반기에 1200만명이 육박할 것으로 점쳐진다. 친환경 이동수단과 레저용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전기자전거에 대한 관심도 가히 폭발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2012년 3206만대였던 세계 전기자전거 판매량은 올해 25%나 증가해 올해 4000만대를 넘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국민은 전기자전거에 대한 정책과 법적 제약으로, 그 이용에 있어 자유롭지 못한 현실이다.

전기자전거는 현행 도로교통법상 ‘원동기장치자전거’로 분류된다. 때문에 원동기면허 또는 1종 보통 운전면허가 있어야 한다. 면허를 따려면 만 16세 이상이 돼야 하는데, 16세 미만 청소년이나 면허증 없는 사람이 이용하게 될 경우 법을 어기게 되는 것이다.

자전거전용도로를 달릴 수 없다는 점도 전기자전거의 맹점으로 꼽힌다. 차도로만 다녀야하는 ‘아킬레스건’을 갖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중국, 일본, 유럽을 비롯한 해외로 눈을 돌리면 전혀 다른 전기자전거 문화에 놀라게 된다. 해외에서는 전기자전거를 자전거와 동등하게 취급한다. 더불어 친환경 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 기술적인 발전이 자연스레 뒷받침되면서 이미 메가톤급 성장을 보이고 있다.

   
▲ 세계 전기자전거 시장 현황 / 한국교통연구원 제공

이런 전기자전거 시장 성장에 힘입어, 삼성SDI는 전기자전거의 심장인 전기자전거용 배터리팩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며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회사는 이 분야에서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최근 5년간 전세계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삼성SDI는 알톤, 삼천리 등 국내 자전거 전문 브랜드를 비롯해 중국, 유럽 등 전기자전거 시장이 발전한 해외 제조사에 공급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B3에 따르면, 삼성SDI는 지난해 4분기 전기자전거용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에서 점유율 1위(25.0%)를 기록했다.

업계는 전기자전거 시장이 오는 2020년까지 연평균 12%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국내시장의 미래 모습은 예상보다 밝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앞서 언급한 전기자전거에 대한 법적 규제가 제동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여론, 시장의 인식과 법·제도가 다른 부분은 충분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전기자전거는 세계적 트렌드인 만큼, 제도적 문제로 이용자가 소외되는 것은 물론, 이용자의 편의 향상과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저해하는 규제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무엇보다 법령 정비와 소비자 인식개선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상품 경쟁력을 높여 세계 전기자전거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는 시각이 보편화되고 있다.

관련 업계는 현재 배터리 제조사인 삼성SDI의 세계적 점유율이 급속도로 상승하고 있는 만큼, 전기자전거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 모터 등의 기술력과 경쟁력을 키워야한다는 주장이다. 또 전기자전거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이 발전하고 IT기술과 접목되는 등 서로 다른 기술 간 융복합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전기자전거에 대한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법령 개정에 신중한 태도다. 하지만 속도와 중량 제한 시 일반자전거와 전기자전거의 위험도 차이는 거의 없다는 조사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전기자전거에 대한 일반 인식도 점차 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유가 불안과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에너지 절약에 대한 관심이 팽배한 지금. 그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전기자전거의 무한성장에 규제라는 이름의 브레이크를 거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전기자전거에 대한 관련법 개정으로 별도 면허 취득이 필요 없고 자전고 도로 통행이 가능해진다면, 소비자의 구입 의향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특히 여성과 20대, 50대 이상의 경우 전기자전거에 대한 기존 인식에 대전환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적으로 전기자전거 시장 성장세가 빠른 시점에서 한국만이 뒷걸음질하는 모습을 상상한다는 것은 무척 안타까운 일이다. [미디어펜=김세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