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잡힌 법안 세월만…노동개혁 칼자루 정부가 쥐어야

   
▲ 현진권 자유경제원 원장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청년 일자리 관련 법안이라도 빨리 통과시켜야 함을 강조했다. 한국의 노동정책은 10% 정규직 근로자를 과보호함으로써, 여러 가지 문제가 파생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그 중 가장 피해를 많이 보는 계층이 청년이다. 청년 일자리의 중요성에 대해선 모든 정치인이 공감하지만, 정작 법안통과는 매우 어렵다. 정치구조의 문제 때문이다.

법안처리는 국회의 몫이며, 국민들은 그들의 판단에 위임하였다. 그 이유는 모든 국민이 참여할때보다 행정비용이 적게들고, 상대적으로 전문성을 가진 소수대표의 판단이 더 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현명한 사람들이 판단해도, 만장일치는 본질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적용하는 원칙이 ‘다수결’이다. 그러나 우리 국회는 다수결 원칙보다 만장일치 원칙을 채택했다.

이른바 ‘국회 선진화법’ 때문이다. 만장일치는 외형적으론 멋있고 평화롭게 보이지만, 외형적 멋 뿐이고, 실제론 국민들에게 고통을 준다. 청년일자리 법안은 모든 정치인이 공감하는 법안이지만, 일단 국회란 메카니즘을 통하면, 절대 통과할수 없다.

국회는 청년일자리 법안 뿐아니라, 많은 현안 법안들로 서로 대치하기 때문이다. 개별 법안은 독립적인 사안이고, 평가되야 하지만, 국회 메카니즘을 보면, 많은 법안들이 서로 종속적으로 얼켜져 있다. 그래서 한 법안을 인질로 잡으면, 다른 어떤 법안들도 통과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청년일자리 법안은 청년 세대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법안이다. 정치권에 우선적으로 통과시켜주기를 요청하는 대통령의 바램은 당연하지만, 야당은 절대 따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정치구조가 무서운 것이다. 이미 우리 국회는 ‘정치실패(political failure)’가 일어나고 있는 집단이다. 국민을 위한 국회가 아니고, 정당을 위한 국회가 되었다. 그래서 정치개혁이 필요한 집단이다, 국회 선진화법을 우선적으로 폐기해서, 다수결 원칙이 다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일자리 창출을 위한 중소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국회에 청소년일자리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했지만 여전히 야당에 발목잡혀 있다. 노동개혁은 결과적으로 실패한 노사정위원회에 맡기기보다는 정부가 직접 나서서 풀어야 할 과제이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정치권을 움직이는데 가장 효과적인 사람이 대통령이다. 국무회의에서 국회에 말만 던지는 소극적인 대통령이어선 안된다. 장관들에겐 현장정책을 강조하는데,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개별 국회의원들을 압박하고, 국민들에게 그 과정을 알려서 국회의원들도 국민의 힘을 느끼게 해야 한다. 대통령 비서실엔 모든 분야의 유능한 인재로 짜여 있다. 대통령이 먼저 나서서 현장정치를 하면, 많은 인재들이 대통령 뜻에 맞추어 행동한다. 그래야 국회가 조금씩 움직이게 된다. 정치개혁이란 본질적 해결책이 나오기 전까진 행동으로 말하는 대통령이 돼야 한다.

청년일자리 법안의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진정 청년일자리가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진다면, 이 참에 노동개혁을 해야 한다. 노동개혁이란 깃발은 오래전에 올렸지만, 이후 아무런 행동이 없다. 대통령은 노사정위원회를 통한 합의라는 아름다운 결과에만 의존해서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다. 노동개혁은 합의에 의해 절대 이뤄지지 않는다.

얼마전 한국을 방문한 독일의 노동개혁을 이룬 쉬레더 전총리는 노동개혁은 노사정위원회에 맡기지 말고, 정부가 추진해야 함을 역설하였다. 각 집단의 대표가 어떻게 그 집단의 희생을 요구하는 개혁안에 합의할수 있겠는가.

노동개혁의 핵심은 우리 몸의 피 흐름과 같다. 피가 흐르지 않으면 죽듯이, 노동도 흘려야 한다. 생산성 떨어진 노동은 퇴출되고, 새로운 노동이 들어가는 원리가 작동해야 한다. 생산성 낮으면서도 정규직이란 이름으로 과보호되면, 그만큼 새로운 노동인 청년일자리는 생겨나지 않는다. 청년일자리 창출이 성공하기 위해선, 모든게 대통령의 의지와 행동에 달려 있다. /현진권 자유경제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