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용평가, DL이앤씨 신용등급 A1 유지
주택 경쟁력·유동성 풍부…우발채무 제한적
"대체자금조달력 감안 단기 자금소요 대응"
[미디어펜=김준희 기자]금리 인상, 원가 상승 등 영향으로 건설업황이 부진한 가운데 DL이앤씨가 착실히 쌓아둔 곳간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경기 침체 여파가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보유 유동성을 감안하면 단기적인 현금흐름에는 문제가 없다는 평가다.

   
▲ DL이앤씨 사옥 디타워 돈의문 전경./사진=DL이앤씨


27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DL이앤씨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A1으로 유지했다. 최근 롯데건설, 태영건설, 한신공영 등 건설업계 신용등급 전망이 잇따라 하락한 점을 감안하면 선방한 결과다.

DL이앤씨는 주택사업 경쟁력과 풍부한 유동성을 높게 평가받았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DL이앤씨는 2020년부터 주택부문에서 연간 7조원 내외를 수주하고 있다. 올해 9월 말 기준 수주잔고는 27조1000억원으로 연간 매출 3배를 상회한다.

전지훈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매출 규모는 정비사업 규제와 선별적인 분양 추진으로 주택 신규 착공물량이 감소하면서 다소 정체되고 있으나 수주잔고를 감안하면 중장기적인 매출기반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특히 유동성은 DL이앤씨가 가진 강점 중 하나다. 올해 9월 말 기준 DL이앤씨 현금성자산(장단기금융상품 포함)은 2조3000억원으로 차입금 1조2000억원을 상회하고 있다.

전 연구위원은 “분할 신설 과정에서 분할 전 DL의 건설사업 관련 자산과 부채를 대부분 승계하면서 차입규모를 초과하는 현금성자산을 확보하게 됐다”며 “분할 이후 대여금 증가 등에 따른 운전자금 확대에도 견조한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창출을 바탕으로 잉여현금을 축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우발채무 또한 파주 헤이리 지크레프, 오산 세마, 인천 검단 등 주택부문 장기 미착공 사업장에 대한 PF 지급보증 등이 2020년 중으로 모두 해소되면서 관련 위험이 완화됐다.

최근 금리 인상, 레고랜드 사태 등 건설 및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유동화 시장 자금경색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유동성 수준과 제한적인 PF 우발채무 등은 비우호적인 조달환경에 대응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한국신용평가 분석에 의하면 올해 9월 말 별도기준 DL이앤씨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 단기금융상품 등 약 1조6000억원(사용제한 제외)과 향후 1년간 예상되는 영업부문 현금창출 규모는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752억원 차입금 외에 자본지출(CAPEX), 금융비용, PF 우발채무 관련 자금소요를 크게 상회하는 수준이다.

전 연구위원은 “추가적인 자금 지출이 발생하더라도 미사용 여신한도, 보유 자산가치 등에 기반한 대체자금조달력을 감안하면 단기적인 자금소요에 적정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바라봤다.

다만 분양경기 저하로 인해 사업변동성이 확대된 점, 공사원가 상승·착공물량 감소 등으로 인해 수익성 부담이 증가한 점은 재무안정성을 해칠 만한 변수다.

전 연구위원은 “거시경제 여건 악화로 부동산 경기가 본격적인 침체 국면에 진입하고 있는 점은 주택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확대된 DL이앤씨의 사업안정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자재가격 인상을 비롯한 공사원가 상승과 경기 침체에 따른 주택 공급 속도 조절로 이익창출규모는 당분간 예년 대비 위축된 모습을 나타낼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다만 재무적으로는 올해 하반기 금융시장 경색에도 풍부한 유동성 수준과 제한적인 PF 우발채무 규모를 바탕으로 우수한 재무안정성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우수한 수주경쟁력을 바탕으로 조합원 분양물량이 확보된 정비사업 위주 예정사업장을 보유하고 있어 경기 변동에 대한 대응능력을 갖춘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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