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베넷 “정교한 비행체 아니라도 무기 실어서 도심 공격 가능”
“화기 등 활용해 격추하거나 GPS 재밍 통해 교신 방해했어야”
합참 “격추시키지 못해 송구…타격자산·전파차단 등 확보할 것”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 무인기 5대가 26일 남한을 침투해 파주와 강화는 물론 서울 상공까지 5시간 이상 휘젓고 다녔으나 우리군은 이 무인기를 격추하는데 실패했다. 북한 무인기는 이날 오전 10시 25분쯤 처음 포착됐으며 가장 먼저 포착된 1대는 김포와 파주 사이 한강 중립수역으로 진입해 곧장 서울 북부지역까지 직진했다. 나머지 4대는 강화도 서측으로 진입했다가 소실됐다고 한다. 

군은 우리군 조종사가 북한 무인기 1대를 육안으로 식별했으며, 날개 전장 기준 2m급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우리군의 공군 전투기, 공격헬기, 경공격기 등이 대응에 나서 교동도 서쪽 해안에서 헬기의 20㎜포로 100여발 사격을 했으나 격추에 실패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북한 무인기가 우리쪽 민가 및 도심 상공을 비행해 우리국민의 피해를 발생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응했다”고 말했다.

군은 또 무인기를 포착한 뒤 북측을 향해 경고방송과 함께 경고사격을 가했다. 한편, 북한 무인기 대응을 위해 공군 원주기지에서 출격한 KA-1 경공격기가 오전 11시 39분 이륙 중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으며, 다행히 조종사들은 무사히 탈출했다. 아울러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국제공항에선 오후 1시 이후 항공기 이륙 중단 조치가 내려졌다가 약 1시간 만에 운항이 재개됐다.

북한의 무인기 도발은 2014년과 2017년에도 있었다. 이번에 포착된 무인기는 장시간 비행에도 추락하지 않았으며, 다양한 항적을 그리며 회피 기동도 해 기술적 진화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북한이 러시아에 요원을 파격하는 등 무인기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해왔으며, 이는 드론이 한국에 대해 위협 도구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소리방송에서 미 군사 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최첨단 드론이 아니더라도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북한의 무인기 공격도 주목해야 할 상당히 심각한 위협이다. 북한은 수백개의 드론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며, 고성능 폭발물이나 생화학무기 등을 운반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 북한은 10일 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진행된 열병식에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초대형방사포, 대구경조종방사포 등 여러 종류의 무기를 공개했다. 2020.10.10./사진=뉴스1

미국 공군 준장 출신인 데이비드 스틸웰 전 국무두 동아태 차관보도 “북한 무인기가 한국에 대해 위협적”이라며 “정교한 비행체가 아니더라도 무기를 실어서 도시 안에서 충돌하는 공격을 단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번에 한국군이 북한 무인기를 격추하지 못한 것에 대해 “북한 무인기는 격추됐어야 했다. 무인기가 영토 안이나 민감한 지역에 접근할 경우 화기나 대공포 등을 활용해 격추할 수 있다. 또 통신이나 레이더 체계의 사용을 방해하는 GPS 재밍을 통해 무인기와 지휘소의 교신을 방해함으로써 비행체를 추락하게 하는 것도 군사적으로 정당한 대응 방식”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이번에 탐지와 요격이 힘든 소형 무인기로 재래식 도발을 벌인 것에 대해 우리군이 격추하지 못한 것은 분명 우리의 허점을 드러낸 것이다. 남북한이 국경을 접하고 있기 때문에 소형 무인기도 위협적인 것으로, 무인기에 폭탄이나 생화학무기를 실어 야밤을 틈타 침투시킬 경우 속수무책일 수 있다.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도발 직전에도 북한이 무인기를 띄워 정찰 활동을 했을 것으로 군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27일 “어제 적의 무인기 5대가 대한민국 영공을 침범했고, 우리군은 이를 탐지 추적했으나 격추시키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 3m급 이하의 작은 크기의 정찰용 소형 무인기였으나 결과적으로 군의 대비태세가 부족했던 점으로 인해 국민께 많은 심려를 끼쳐드렸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초기부터 무인기를 탐지하고 타격자산을 공세적으로 투입하겠다. 아울러 민간피해를 주지 않고 격추할 수 있는 전력을 효과적으로 통합 운용하겠으며, 다양한 능력의 ‘드론 부대’를 조기에 창설해 적의 주요 군사시설을 감시정차하고, 물리적·비물리적 타격자산, 스텔스 무인기 등을 확보하겠다. 비물리적 전파차단, 레이저 등 적 무인기를 타격할 수 있는 필수자산을 신속히 획득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합참은 “우리군은 과거 적 무인기 도발 시 탐지, 식별조차 못했으나 이번에는 적 무인기를 탐지 추적했다. 국민안전을 고려해 적시에 효율적으로 격추사격하지 못한 점은 아쉬운 점”이라면서 “한편, 우리군은 어제 MDL 이북으로 정찰자산을 운용해 기술적으로 우위를 확보한 상태에서 정찰작전을 시행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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