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에 대한 국민 불신 여전…정치적 외압에서 자유로워야
최근 전 태광그룹 상무가 병세 악화로 형집행정지와 재수감을 반복하다 숨지면서 사법치사(致死)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고령의 나이와 지병으로 정상적인 수감생활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제때 병원치료가 힘들어 결국 사망에 이른 것이다. 대기업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의식한 무리한 법집행이 이를 초래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한편 사법부의 눈치보기식 판결의 문제도 있지만 법률자체의 모호성, 법관의 이념차에 따라 자의적 잣대로 판결이 이뤄지는 상황도 심각하다.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법적 해석을 달리해 서로 다른 판결을 내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법 판단이 일관성을 지켜야 예측 가능한 법치주의 사회를 확립하는데, 현재 대한민국은 사회구성원들이 믿을 만한 법원을 찾아나서야 할 판이다.

수사-판결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사법제도의 실질적인 개선은 지속됐지만 사법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여전하다. 이에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이번 사법치사 논란을 비롯해, 사법부의 과도한 법집행이 가져올 폐해를 짚어보고 동시에 사법부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 개혁 과제가 무엇인지 논의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29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사법의 신뢰성, 어떻게 높일것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아래 글은 발제자로 참석한 김상겸 동국대 법과대학장의 발제문 전문이다. 김상겸 동국대 법과대학장은 발표를 통해 “우리의 현실은 헌법과 달라서 검찰의 수사에서 강압적이고 위협적인 언행이 피의자와 사건관계인을 압박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히면서 “검찰개혁을 위해서는 잘못된 수사관행을 스스로 지속적으로 고쳐나가야 하고, 정치적 외압에 견디면서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편집자주]

 

   
▲ 김상겸 동국대 법과대학장

검찰 개혁의 방향

Ⅰ. 들어가며

검찰은 법원과 더불어 우리나라 형사사법제도를 담당하는 핵심 국가기관이다. 검찰을 구성하는 검사는 헌법 제12조 제3항에 의하여 영장신청권을 갖고 있으며, 형사소송법에 근거하여 형사사건에서 수사권과 공소권을 갖는다. 검사는 국가의 형사사법체계에 있어서 중요한 권한을 행사하기 때문에 검찰청법 제4조 제1항에 의하여 공익의 대표자이며, 헌법 제65조 제1항의 탄핵소추대상의 공무원이 아님에도 검찰청법은 제37조에서 탄핵의 대상이 됨을 밝히고 있다. 또한 검사의 징계에 대해서는 검사징계법을 별도로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검사는 형사절차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국가기관이기 때문에, 이를 오·남용하거나 악용하는 경우 국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우리나라 헌정사에서 과거 검찰은 권력의 도구 내지 시녀라는 오명을 받기도 하였고, 법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을 오용하여 부패집단으로 인식되기도 하였다. 그리고 검사출신들이 변호사활동을 하면서 전관예우를 받음으로 인하여 법조비리의 한 축으로 사법개혁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물론 다수의 검사는 주어진 직무를 성실하게 수행하면서 국가 형사사법체계 구축에 헌신하였지만, 국민의 불신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았다.

과거 얼룩진 역사를 바로잡기 위하여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검찰 자체적으로 검찰개혁이란 이름 하에서 부단한 노력을 경주하였다. 1990년대부터 시작된 검찰개혁은 관련된 법과 제도의 개선뿐만 아니라, 자체적으로 근무환경의 개선과 직무와 관련하여 인식전환을 통하여 국민의 국민을 위한 검찰로 거듭나기 위한 개혁작업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검사의 수사관행이 많은 부분에서 개선되고 있으나, 여전히 무리한 수사로 인하여 인권침해 논란에 휩싸이면서 법원의 무신경한 재판의 진행과 더불어 사법치사라는 용어를 등장시키고 있다. 더구나 과거의 잔재에서 벗어난 지 오래되었음에도 여전히 정권의 그늘에서 헤매면서 정치적 중립의 논란도 일으키고 있다. 이런 이유로 국회는 2014년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기도 하였다.

   
▲ 지난 4월 12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의 성완종리스트 연루자에 대한 과감한 척결의지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김무성 대표는 12일 오전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검찰이 조기에 엄정하게 수사를 해서 국민적 의혹을 해소해달라고 촉구했다. /사진=연합뉴스

검찰의 인권 침해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만은 아니지만, 국민의 인권보호에 앞장서야 할 형사사법당국이 여전히 이런 오명 속에 있다면 국가형벌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정부의 불신을 넘어서 법의 불신으로 이어지면서 법치국가의 근간을 무너뜨릴지도 모른다. 검찰개혁의 바람 속에서 검찰은 피의자의 인권보호를 외쳤지만 현실에서는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였다. 이는 단적으로 검찰의 수사과정에서 자살한 피의자에 대한 통계에서 볼 수 있는데, 자살한 피의자의 수가 2004년 5명에서 2014년에는 22명으로 늘어났으며, 최근 10년 동안 89명이 수사 도중에 자살하였다. 이런 상황에 대하여 검찰은 절차에 따라 수사했을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를 그대로 믿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검찰개혁을 외치면서 법과 제도적 측면에서 상당 부분 개선이 이루어졌다. 또한 검찰 자체적으로도 여러 부분에서 개선된 것도 사실이다. 과거 오랜 기간 형성되었던 구태가 하루아침에 사라지거나 바뀌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렇지만 문제가 있다면 이를 고치는 것이 중요하고 필요하다. 검찰개혁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검찰권의 합헌적 행사와 검찰의 발전을 위해서도 중요한 작업이다.

Ⅱ. 검찰개혁의 역사와 그 내용

최근 다시 거론되는 검찰개혁의 문제는 검찰만의 문제가 아닌 형사사법 전반에 걸쳐 야기된 문제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검찰개혁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1990년대 시작된 검찰개혁의 문제는 관련법들을 개정하는 것만으로는 힘들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동안 검찰은 각종 게이트 사건에서 정치적 상황에 따라 수사태도가 변하면서 정치적 중립논란에 휩싸이기도 하였고, 강압적 수사관행 속에서 현직 검사가 구속되면서 수사방법에 대하여 국민의 지탄을 받기도 하였다. 또한 스폰서 검사사건이 불거지면서 검사윤리문제가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하였다.

과거 검찰개혁의 중심에는 항상 검사동일체의 원칙이 있었다. 검찰동일체의 원칙이란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하여 모든 검사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상명하복의 관계에서 일체불가분의 유기적 조직체로서 활동하는 것을 말한다. 검사동일체의 원칙에 의하여 검찰은 전국적으로 피라미드 구조를 가진 조직체로서 상명하복 관계에 있게 된다. 검찰총장과 검사장 또는 지청장은 각 검찰청 또는 지청의 사무를 관리하고 소속 공무원에 대한 지휘·감독을 행사하였다. 원래 검사동일체의 원칙은 검찰사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통일적으로 처리하여 검사들이 막강한 기소독점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지만, 오히려 검사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검사동일체의 원칙은 2004년 검찰청법 제7조가 개정되면서 일부 폐지되어 검찰사무에 관한 지휘·감독관계로 바뀌었다. 또한 검찰청법 제7조 제2항을 신설하여 검사는 구체적 사건에 관하여 소속 상급자의 지휘ㆍ감독의 적법성 또는 정당성 여부에 대하여 이견이 있는 때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검찰인사가 보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하여 검찰인사위원회를 자문기구에서 심의기구로 변경하였고, 검찰총장을 제외한 모든 검사가 임명된 해부터 7년이 되는 해마다 법무부에 설치되는 검사적격심사위원회에서 적격심사를 받도록 하였다. 2009년 개정에서는 검사의 직급을 검찰총장·고등검사장·검사장·검사로 구분하던 것을 검찰총장과 검사로 단순화 하였다. 특히 2011년 개정에서는 검찰인사위원회의 구성에 변호사나 법학교수뿐만 아니라 법률전문가가 아닌 외부인사까지 포함시킴으로써 검찰인사에 공정성과 객관성을 꾀하는 노력도 기울였다. 그리고 2013년에는 오랜 동안 검찰개혁과 관련하여 논란의 대상이 되었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폐지되기도 하였다.

Ⅲ. 검찰개혁의 방향과 실현의지

검찰개혁은 우리 사회의 민주화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사법개혁의 중심에서 진행되었다. 검찰개혁은 우리 사회에서 정치적·사회적 대형비리사건에 대한 검찰수사와 관련하여 큰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제기되었고, 때로는 검사의 비리나 윤리적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우리 사회에 단골 메뉴가 되었다. 이는 국가조직에 있어서 검찰이 차지하는 위상이나 중요성이 크기 때문에 제기될 수밖에 없는 문제이다.

그동안 검찰개혁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검찰청법을 개정하거나 형사사법체계의 관련 법률들의 개정을 통하여 논란을 불식시켰다. 그렇지만 사회환경이 급속도로 변하는 상황에서 검찰권의 행사도 이에 대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검찰개혁문제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검찰도 변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2003년도 검찰개혁을 요구하면서 제기되었던 문제 중에 검찰청법의 개정에 따라 해결된 것을 제외한 나머지 개혁방안들은 여전히 고려의 대상이다.

   
▲ 통계에 의하면 최근 10년간 검찰 수사 중 자살한 사람은 90명에 이르고, 특히 작년 자살자는 22명으로 2013년보다 2배에 이른다고 한다. 2010년부터 교정시설 내 자살시도자는 월평균 6.4명에 이른다. /사진=연합뉴스

당시 검찰개혁과 관련하여 제기되었던 문제로는 구체적 사건에서 법무부장관의 검찰총장 지휘·감독권이었다. 이는 정치적 사건에서 정치적 공무원이라 할 수 있는 법무부장관이 검찰의 수장인 검찰총장을 지휘·감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사가 정치적 영향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이는 검찰청법 제4조 제2항이 검찰의 중립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하여도 현실에서 행정부의 법무부에 속한 기관으로서 정치적 영향을 벗어난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검찰청법 제12조 제3항에 검찰총장의 임기를 2년으로 명시하여 신분보장을 한다고 하여도 헌법 제78조과 검찰청법 제34조 제2항에 따라 임명권자인 대통령과 제청권자인 법무부장관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장관의 지휘·감독권이 구체적 사건에만 국한된다고 하여도, 그 권한을 삭제하거나 또는 지휘·감독권 행사에 이유를 명기하는 등의 방법으로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해주기 위해서라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다음 검찰개혁에서 문제제기가 많은 것이 검찰의 기소권행사이다. 이는 현행 실정법은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를 채택하고 있는데, 검찰이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는 한 지속적으로 문제화될 수밖에 없다. 검찰의 기소편의주의에 대응하기 위해서 기소법정주의의 부분적 도입이 적극적으로 고려됐었다. 또한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대한 항고제도나 헌법소원심판청구 등 구제제도가 있으나, 불기소처분의 사후심사제도로서 검찰심사회제도도 제기되었었다. 이는 현 시점에서도 적극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문제로 범죄피해자와 국민들이 검사의 독점적인 기소재량에 대하여 불신이 크다면 우리도 사인소추의 길을 열어 주고 이러한 경우에는 검사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방식으로 국민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 그리고 기소 여부에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직접 반영하는 방식 및 국민참여방식을 사법민주화란 측면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검찰개혁과 관련하여 법과제도의 개선은 당연히 필요한 것이기 때문에 그동안 검찰청법을 위시하여 관련 법률들이 지속적으로 개정되었다. 그렇지만 단순히 법과 제도가 바뀐다고 검찰개혁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불완전한 인간이 만든 법과 제도가 완전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법과 제도는 이를 운영하는 인간에 의하여 좌우된다. 그런 점에서 검찰개혁의 중요한 점은 검찰의 의지이고 환경이다. 법무부 훈령으로 검사윤리강령을 만든다고 검사의 윤리가 확립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검찰이 가지고 있는 수사권과 기소권 및 영장청구권 등은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권한이다. 이를 검찰이 잊어서는 안 된다.

그동안 검찰의 수사과정에서 여러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물론 이를 두고 검찰의 잘못으로만 치부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검찰의 수사에 대하여 강압수사, 표적수사, 짜맞추기 수사, 코드 맞추기 수사 등 용어가 난무하고 있다. 이는 검찰뿐만 아니라 국민을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검찰은 부당한 침해로부터 국민의 권리를 보호해야 할 책무를 가지고 있다. 검찰은 형사사건에서 주도적이고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검찰이 스스로 개혁의 선봉에 서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피의자나 사건관계인에 대하여 헌법과 법률에 따르기 보다는 주어진 권한에만 치중하는 것 같다.

헌법은 제27조 제4항에 따라 무죄추정을 천명하고 있다. 이는 형사피고인이 유죄의 최종판결이 내려질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헌법과 달라서 검찰의 수사에서 강압적이고 위협적인 언행이 피의자와 사건관계인을 압박한다. 검찰이 모든 사건에서 고압적인 수사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무죄추정원칙은 헌법에 명문의 규정을 두고 있는 원칙으로 이를 위배하는 것은 인권침해의 논란에 휩싸이게 된다.

헌법 제7조는 전체국민의 봉사자로서 공무원의 책무를 규정하고 있고, 검찰청법 제4조 제1항은 공익의 대표로서 검찰을 언급하고 있으며, 검사윤리강령은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정의의 실현을 검사의 사명이라고 선언하고 있다. 검찰에 대한 통제는 민주적 법치국가의 요청이다. 세상에서 가장 공정한 자는 검사이어야 한다는 격언도 있다. 검찰권은 공정한 행사가 그 생명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검찰의 개혁에는 검찰의 개혁의지가 우선이고, 이를 국민이 뒷받침해야 한다. 윤리의식의 제고를 위한 교육과 홍보도 필요하고, 법과 제도의 지속적 개선도 필요하다. 그렇지만 현실적으로 검찰개혁을 위해서는 잘못된 수사관행을 스스로 지속적으로 고쳐나가야 하고, 정치적 외압에 견디면서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 /김상겸 동국대 법과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