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사법의 공법화 자유민주 질서 위배…과잉범죄화 우려
자유경제원(원장 현진권)은 지난 21일 오전 과잉범죄화 연속토론회를 개최했다. 다섯번째로 진행된 이번 토론회의 주제는 <'사법(私法)의 공법(公法)화’, 대한민국 과잉범죄화 부추긴다>로 국민의 사적 자치를 보호해야 할 법이 과잉입법으로 인해 오히려 자유를 훼손하는 문제에 대한 논의와 제언이 오갔다.

발제를 맡은 전삼현 교수(숭실대학교 법학과)는 경제민주화 이후 대한민국 국회의 입법만능주의와 인기영합주의가 결합하며 국민권익에 대한 핵융합적 침해를 발생시키는 최악의 시너지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부정청탁금지법, 최저임금법 제정이나 생활임금제를 강제하고 법위반시 형사처분을 가하는 것은 헌법 제10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민의 행복추구권과 정면으로 충돌되는 입법, 형사처벌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특별법에 불과해 위헌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래는 전삼현 교수의 발제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경제민주화 열풍 이후 대한민국 국회의 입법만능주의가 우리 사회 전체를 지배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이 정치권의 인기영합주의와 결합되면서 국민 권익에 대한 핵융합적 침해, 즉 대한민국의 과잉범죄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법률로 지난 3월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부정청탁금지법)”과 지난 4월 국회 환노위를 통과한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들 수 있다.

이 법률 및 안의 특징은 범죄사실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고 이와 유사한 행위를 하면 모두 형사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법치주의의 가장 큰 축인 죄형법정주의 원칙 중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는 법률들을 여과없이 생산해 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국민의 자유를 보장하는 사법의 영역들이 국민의 자유와 재산을 통제하는 공법에 의하여 급격히 침해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사법의 공법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과잉범죄화가 우리 사회 전반은 물론이고 헌법 질서마저 위협하고 있다.

이하에서는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발생한 입법들의 과잉범죄화에 대한 문제점을 검토해 보고자 한다.

사법(私法)의 공법화(公法化) 경향

사적 자치에 속하던 법률행위들에 대하여 행정벌이나 형사벌을 가하는 입법작업들이 진행되면서 전통적 의미에 있어서의 공·사법구분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그러나 법위반시 형사벌과 행정벌이 부과되는 입법이 증가하면서 전반적으로 사법이 공법화되어가고 것은 사실이다. 사법과 공법과의 관계는 그 영역 면에서 볼 때 공법이라는 영역 안에 사법이라는 영역이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따라서 공법의 영역이 확대되면 사법의 영역이 축소되고, 사법의 영역이 확대되면 공법의 영역이 축소되는 결과를 갖는다.

따라서 사법 질서는 공법 질서에 의하여 그 고유영역이 변하게 되는 종속적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사법은 사적 자치의 구현 수단인 계약자유의 원칙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에 의거하여 그 영역을 보호받고 있지만, 때로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이를 제한할 수 있다는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지속적으로 공법에 의하여 그 고유영역을 침범 받을 수 있다.

이는 사법의 영역은 전적으로 공법의 영역의 확대와 축소에 따라 좌우되는 것을 의미하며, 사법 질서는 공법 질서와의 관계에서 수동적 지위를 갖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공권력의 지배력이 강하면 강할수록 사법 영역은 축소되고, 사법 영역에 비해 공법 영역의 지배력이 확대되면 확대될수록 전체주의나 권위주의 체제에 더욱 가까워지게 된다. 이를 반대로 표현하면 사법 영역이 확대되면 확대될수록 공법에 의한 통제는 감소하고, 이로 인해 그 사회는 자유주의의 체제에 가까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법질서는 1969년 10월 21일 헌법 제7호 개정 후부터 오늘에 이르기 까지 제119조 제1항 (헌법 제7호 당시 제111조 제1항)에서 보장하고 있는 자유민주적 시장경제질서에 의거하여 사법의 영역을 보다 많이 보장함으로써 개인의 결정과 개인의 의지를 보다 존중하는 체제를 유지해 왔었다.

특히 부의 획득과 처분과 관련하여 대한민국 법률은 사적 소유제도와 물권 우선의 원칙, 계약 자유의 원칙, 과실 책임의 원칙이라는 민법의 3대 기본 원칙을 규정하고, 이를 위반하지 않는 한 재산의 취득과 처분에 대하여 특별한 제한을 가하지 않았다.

그러나 1987년 10월 29일 제9차 헌법 개정 당시 제119조 제2항의 경제민주화 조항을 신설한 이후부터 우리 대한민국의 법률체계는 사법의 영역을 공법의 영역이 자유로이 침범할 수 있는 근거조항을 신설하였고, 이를 통하여 1969년 제7호 헌법 당시부터 보장하였던 자유민주주의적 시장경제질서가 전체주의 내지 사회주의적 통제경제질서에 점차적으로 가까워지는 법체계적 변화를 가져왔다.

이러한 현상은 2012년 대선을 전후하여 정치적으로 더욱 심화되었으며, 2013년 이후부터는 경제민주화입법이라는 이름으로 법제도적으로 정착되어 가고 있다.

사법의 공법화의 대표적 사례

2015년 3월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부정청탁금지법)이 2016년 10월부터 시행되게 되었다.

2014년 투명성 기구가 발표한 대한민국의 부패 인식 지수가 보면 100점 만점에 55점으로서 OECD 회원국 34개국 중 27위라는 점을 감안해보면 불가피한 입법이라는 것이 대세인 듯하다.

그러나 이 법은 공직자와 언론사 임직원, 사립학교와 유치원의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장과 이사의 경우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본인이나 배우자가 100만원을 넘는 금품 또는 향응을 받으면 무조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며, 누구든지 부정청탁만 하면 무조건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하는 형사처벌을 받도록 하였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사법의 공법화현상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또한 지난 2015년 4월 말에는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국민들의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었다는 이유를 들어 국회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생활임금제의 법적 근거를 뒷받침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기로 한 바 있다. 아직 통과되지는 않았지만, 본회의 통과가 유력한 개정안으로 알려지고 있다.

생활임금제란 “근로자의 실질적인 생계유지에 필요한 수준의 임금”을 의미하는 개념을 법적으로나 제도적으로 정립하는 제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까지는 서울시, 부천시 등 18개 지자체들이 상위법의 근거 없이 조례를 통해 이러한 생활임금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는 지방자치단체 소속 근로자 등에게 최저임금 이상의 '생활임금’을 지급하고 있다.

   
▲ 국민의 자유를 보장하는 사법의 영역들이 국민의 자유와 재산을 통제하는 공법에 의하여 급격히 침해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사법의 공법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과잉범죄화가 우리 사회 전반은 물론이고 헌법 질서마져 위협하고 있다. /사진=자유경제원

최저임금법에서 근로자 평균 정액임금 대비 40%를 최저임금으로 정하고 있음을 고려하여 볼 때에, 향후 전체근로자의 생활임금이 근로자평균에 40%에 달하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다. 특히, 생활임금의 개념을 법률로 구체적으로 명시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는 점을 감안해 보면 각 사업장에서 임금협상시 많은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더욱이 생활임금보다 적은 임금을 지급하거나 생활임금을 이유로 종전의 임금을 낮춘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며, 이 경우 징역과 벌금은 병과(倂科)할 수 있다 (최저임금법 제28조 제1항).

또한 도급인에게도 연대책임이 발생하여 근로감독관이 그 연대책임을 이행하도록 시정지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도급인이 시정기한 내에 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법 제28조 제2항). 이 뿐만 아니라 양벌규정이 적용되어 대표자도 처벌을 받도록 하는 등 엄격한 형사처벌이 가해진다 (법 제30조).

이는 생활임금의 개념이 법적으로 명확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사법부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형사처벌이 가능해지는 전형적인 사법의 공법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사법의 공법화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사법의 공법화를 설명함에 있어서는 공공의 이익이라는 보호법익이 존재하지 않거나 과도하게 공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사법의 기본원칙인 사적 자치의 원칙을 침해하는 현상이 문제가 된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정체성은 헌법에 명시된 데로 정치적으로는 자유민주주의이고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에 기반을 두고 있다. 즉, 자유민주주의(Liberal democracy)란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를 기반으로 한 자유주의와 민주주의가 결합된 정치원리 및 정부형태를 말한다. 따라서 대한민국은 인간의 존엄성을 바탕으로 하여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헌법을 세우고 민주적 절차 아래 다수에 의해 선출된 대표자들이 국민주권주의와 입헌주의의 틀 내에서 의사결정을 하는 체제를 근본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사법의 공법화현상이 자본주의의 사적 자치를 기반으로 한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질서에 위해를 가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준다 함은 모든 폭력적 지배와 자의적 지배 즉 반국가단체의 일인독재 내지 일당독재를 배제하고 다수의 의사에 의한 국민의 자치, 자유·평등의 기본원칙에 의한 법치주의적 통치질서의 유지를 어렵게 만드는 것으로서 구체적으로는 기본적 인권의 존중, 권력분립, 의회제도, 복수정당제도, 선거제도, 사유재산과 시장경제를 골간으로 한 경제질서 및 사법권의 독립 등 우리의 내부체제를 파괴·변혁시키려는 것"이라고 설시하고 있다(헌재 1990. 4. 2. 89헌가113; 헌재 2001. 9. 27. 2000헌마238등; 헌재 1994. 4. 28. 89헌마221; 헌재 2005.10.27, 2003헌가3.). 즉, 과도한 사법의 공법화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해한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천명한 것이라고 해석된다.

따라서 부정청탁금지법이나 최저임금법을 통하여 구체적으로 대가성이나 직무관련성이 없어도 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형사처벌을 하거나 생활임금이라는 명확한 개념정의 없이 “근로자의 실질적인 생계유지에 필요한 수준의 임금”을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국가가 과도하게 사적 자치를 통제하는 것으로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는 과잉범죄화라고 할 수 있다.

사법(私法)과 국민의 행복추구권

지난 2012년 9월 17일 박근혜 대선후보의 공약을 마련할 국민행복추진위원회를 출범한 이후 “국민행복 시대”를 실현하는 방안으로 경제민주화를 제시하였으며, 이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2년이 지난 현재에도 우리나라 국가정책에 녹아들어 앞에서 언급한 부정청탁금지법, 생활임금제 법제화 등과 같은 입법에 이념적 기초를 제공하고 있다.

   
▲ 이미 우리 국회는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공직자윤리법 등을 통하여 입법제도상으로는 그 어느 나라보다도 부패방지에 관한 법제도들이 선진화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이번 부정청탁금지법이 피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되는 위헌 가능성이 높은 법률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사진=연합뉴스

물론, 박근혜 정부의 “국민행복 시대”철학은 유엔이 2011년 7월 회원국들이 사회 경제적 발전을 추진할 때 행복을 더 중시하는 조치를 취하도록 촉구하는 결의안과 일맥상통하는 것이어서 시대적으로 적절한 국정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유엔이 2013년 9월 9일에 발표한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156개 국가 중 한국의 국민행복도는 10점 만점에 총 6.267점으로 전체 41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는 앞으로 대한민국 스스로 국민들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대통령을 비롯한 각계각층의 헌신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국민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적절한 방법이 제시되어야 각계각층의 헌신적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경과를 보건대 노력은 하지만 오히려 행복지수가 하락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지금은 국민행복을 실현하는 구체적인 매뉴얼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첫걸음은 대한민국 헌법이 국민의 행복추구를 어떻게 보장하고 있는지를 분석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헌법은 국민이 만든 국가운영체계의 기본 틀이다. 따라서 대한민국 국민들이 행복해 질 수 있다고 믿고 선택한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얼마나 잘 유지되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하여 국민의 행복 정도를 추론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행복추구권에 대한 해석

국민의 행복시대와 관련하여 대한민국 헌법은 다른 나라 헌법과 달리 1980년 제9호 헌법 이래 제10조에서 행복추구권이라는 국민의 기본권을 명문화하고 있다. 물론, 다른 국가들은 명문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지만, 해석상 이를 인정하고 있으며, 일본헌법 제13조에도 명문규정을 두고 있다.

이러한 행복추구권은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 중 하나로 안락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 고통이 없는 상태나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상태를 실현하는 권리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법적 성격은 자연권·포괄적 권리로서 어떠한 이유로든 본질적인 권리를 침해할 수 없는 기본권적 권리에 속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행복추구권의 범위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는 “국가를 상대로 급부를 구하는 적극적 권리의 성격은 없고, 행복추구활동을 국가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할 수 있는 권리”라고 정의함으로써 소극적 권리로 해석한 바 있다.

또한 이러한 행복추구권이 본인의 의사에 따라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들의 효력을 부정할 수 있는 구체적 규범성을 갖는지에 대하여도 부정적인 견해가 지배적이다. 즉, 행복추구권이 일반적 인격권이나 일반적 행동자유권이라는 독자적 기본권을 보호영역으로 하는 기본권조항으로 구체적 규범성이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지만, 오히려 독자적인 기본권으로서의 구체적 규범성이 없다는 것이 일반론이다.

또한 이러한 행복추구권이 독립된 기본권으로서의 효력을 갖는지 여부에 대하여도 부정적인 견해가 지배적이다. 즉, 헌법재판소는 판례에서 행복추구권은 다른 개별적 기본권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에 한하여 보충적으로 적용되는 기본권으로서, 결사의 자유나 재산권이 고려되는 경우에는 그 적용이 배제된다고 보았다.

또한 행복추구권은 독립된 기본권이 아니라 보충적 기본권으로서 행복추구권의 보장내용인 '일반적 행동의 자유’나, 사적 자치의 원리, 계약의 자유 등이 구체화된 '결사의 자유’와 '재산권보장’과 연관성이 있는 경우에는 효력을 갖는다고 보았다.

종합적으로 보면, 행복추구권은 추상적 규범이며, 동시에 기본적 기본권보다는 보충적 기본권에 가까운 소극적 권리라는 것이 일반론이다. 따라서 사적 자치의 원리와 계약자유의 원칙을 근간으로 하는 사법의 영역이 공법에 의하여 침해당하는 경우에도 법리적으로 우리 사회가 큰 문제를 삼지 않았던 것은 이러한 행복추구권에 대한 법리적 해석도 주요한 요인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정책기조가 국민행복시대이고, 유엔의 2011년 7월 결의안을 고려하여 볼 때에 행복추구권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필요하다고 본다. 즉, 행복추구권은 규범력이 있는 구체적 규범이며, 동시에 적극적 권리이며, 국민의 독립적 기본권으로 해석하는 것이 박근혜 정부하에서는 올바른 해석이라고 판단된다.

즉, 행복추구권은 헌법에 열거된 기본권은 아니지만, 인간의 자율성과 존엄성, 이에 기초한 각 개인의 자유로운 인격전개와 실현가능성을 국가가 침해해서는 안 되며 오히려 이를 보장할 의무가 있음을 헌법 제10조는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 하에서는 우리 헌법이 시민생활에서의 사적 자치의 보장을 국가의 존재이유 중 가장 중요한 것의 하나로 삼고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헌법재판소도 판례에서 『헌법 제10조 전문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의 행복추구권 속에 함축된 일반적인 행동자유권과 개성의 자유로운 발현권은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에 반하지 않는 한 입법 기타 국정상 최대의 존중을 필요로 하는 것이라고 볼 것이다.

일반적 행동자유권에는 적극적으로 자유롭게 행동을 하는 것은 물론 소극적으로 행동을 하지 않을 자유 즉 부작위의 자유도 포함되는 것으로, 법률행위의 영역에 있어서는 계약을 체결할 것인가의 여부, 체결한다면 어떠한 내용의, 어떠한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하느냐 하는 것도 당사자 자신이 자기의사로 결정하는 자유 뿐만 아니라 원치 않으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자유 즉 원치 않는 계약의 체결은 법이나 국가에 의하여 강제받지 않을 자유인 이른바 계약자유의 원칙도, 여기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으로부터 파생되는 것이라 할 것이다. 』라고 판시한 바 있다.

그리고 또 다른 헌법재판소 판례에서도 “사적 자치는 계약의 자유·소유권의 자유·결사의 자유·유언의 자유 및 영업의 자유를 그 구성요소로 하고 있으며, 그 중 계약의 자유는 사적 자치가 실현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그리고 이러한 계약의 자유는 다시 계약체결의 자유·상대방선택의 자유·방식의 자유·계약의 변경 또는 해소의 자유를 포함한다.”고 판시 한 바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볼 때에 박근혜 정부가 추구하는 국민행복시대는 전세계적으로 유일하게 헌법에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는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을 구체적 규범으로 해석하여 사적 자치와 계약의 자유를 확대하여 사법의 영역을 확대하고 공법의 영역은 축소하는 방향으로 입법을 추진할 때 비로소 달성될 수 있다고 본다.

형사법 적용확대와 국민행복

앞에서 본 바와 같이 부정청탁금지법 제정이나 생활임금제를 강제하고 법위반시 형사벌을 가하는 것이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것인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범죄는 개인적 법익인 재산권을 침해하는 범죄와 초개인적 법익(사회적 법익), 즉 불특정다수의 법익인 재산권을 침해하는 범죄로 구분하여 볼 수 있다.

전통적으로는 개인적 법익침해 행위는 피해자가 특정되어있기 때문에, 그 입증이 용이하여 형사처벌하는 것이 용이하였다. 그러나 초개인적 법익 침해행위는 불특정다수가 피해자인 경우가 많아 사실상 피해사실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어려워 이 또한 형사처벌하기가 쉽지 않았다. 따라서 부정청탁금지법이나 최저임금법은 형사처벌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특별법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형사처벌의 범위를 확대하고 처벌을 용이하게 하는 것은 헌법상 죄형법정주의에 반하는 것으로서 위헌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이미 1983년 발효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이하 ”특경법“) 등과 같은 경제형법들이 제개정되면서 이러한 초개인적 법익침해행위에 대하여도 용이하게 형사처벌을 하고자 하는 것이 정당화 되어 왔다.

즉, 우리나라의 형사정책은 이러한 사회적 법익침해사범의 경우 구체적으로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고, 피해사실이 불명확하더라도 이를 추상적 위험범으로 보아 형사처벌의 범위를 확대하고, 국민 대다수를 범죄자로 몰아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형사처벌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형법을 비합리적으로 비대화시키고 확장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국민의 사적 자치를 과도하게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으며, 인권침해를 유발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이는 우리 헌법 제10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민의 행복추구권과 정면으로 충돌되는 입법이라고 할 수 있다.

전체주의화에 대한 입법부의 자성 필요

전체주의(totalitarianism)란 개인의 이익보다 집단의 이익을 강조하여 집권자의 정치권력이 국민의 정치생활은 물론, 경제·사회·문화생활의 모든 영역에 걸쳐 전면적이고 실질적인 통제를 가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서 전통적으로 파시즘과 공산주의가 대표적인 예로 거론되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전체주의는 대한민국 헌법이 천명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적 이념과는 정반대된다는 점에서 우리사회가 전체주의화 될 우려가 있는 법제도의 신설과 변화에 대한 심도있는 검토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최근 제정된 부정청탁금지법의 핵심은 일단 일정한 신분에 속한 자가 100만원 이상의 금전 등을 수수하면 일단 범죄가 성립된다는 점에서 국민의 사적자치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공권력 강화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사법(私法)의 공법화(公法化) 심화현상”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 사법의 영역은 전적으로 공법의 영역의 확대와 축소에 따라 좌우되어 왔으며, 사법 질서는 공법 질서와의 관계에서 수동적 지위를 갖게 된다. 따라서 공권력의 지배력이 강하면 강할수록 사법 영역은 축소되고, 사법 영역에 비해 공법 영역의 지배력이 확대되면 확대될수록 전체주의나 권위주의 체제에 더욱 가까워지게 된다.

이는 사법 영역이 확대되면 확대될수록 공법에 의한 통제는 감소하고, 이로 인해 그 사회는 자유주의의 체제에 가까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입법부 스스로 자유민주주적 기본질서가 무엇인지 심도있게 고민하고, 최근 사적 자치를 애매모호한 사회적 보호법익이라는 개념을 앞세워 형사법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입법이 대한민국을 전체주의로 몰아가는 것은 아닌가 자성해 보아야 한다.

과잉금지의 원칙에 의거한 법해석의 제도화

법률을 통하여 과도하게 국민의 사적 자치를 형사법으로 통제하는 경우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를 심도있게 분석한 후 입법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부정청탁금지법의 경우 우리나라의 부패지수가 OECD 회원국 34개국 중 27위라는 사실을 감안하여 볼 때에 이 법률이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하다는 정당성은 인정이 된다고 본다.

그러나 이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는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사적 거래를 통제하는 입법 자체를 위헌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반사회성 정도를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제재를 가하는 것은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의 원칙과 평등원칙을 위반하였다고 보았다(2001. 5. 31. 99헌가18, 99헌바71·111, 2000헌바51· 64·65·85, 2001헌바2).

이러한 시각에서 본다면 부정청탁금지법은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규정하는 기본권제한의 입법적 한계를 벗어 난 것으로서 헌법에 의하여 국민에게 보장되는 사적자치의 원칙과 재산권 보장원칙 등을 희생시킨 대표적인 국가편의적 입법의 하나라고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그리고 이어서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과잉금지의 위헌적 판단을 하는 기준으로서 4가지를 제시하였는데 첫째,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입법목적이 정당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부패지수가 OECD 국가 중 꼴찌수준이라고 한다면 입법목적은 나름대로 정당하다고 할 수 있다.

둘째,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입법이 공공의 복리를 달성할 수 없는 국민의 기본권제한이라면 당해 입법은 위헌이라는 것이다 (방법의 적절성). 부정청탁금지법의 경우 대부분의 국민을 범죄자로 만들 우려가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본권제한방법이 적절하지 않다고 해석된다. 셋째, 보다 덜 기본권 침해적 방법으로 공공복리를 달성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고려하지 않은 기본적 침해적 입법은 위헌이라는 것이다 (피해의 최소성).

이미 우리 국회는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공직자윤리법 등을 통하여 입법제도상으로는 그 어느 나라보다도 부패방지에 관한 법제도들이 선진화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이번 부정청탁금지법이 피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되는 위헌 가능성이 높은 법률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넷째, 사적자치의 원칙과 같은 헌법상의 기본적 가치들에 대한 희생을 무릅쓰면서까지 사적 자치를 제한해야 할 공공의 필요성이 감소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사적 자치를 통제하는 극단적 방법을 여전히 사용하는 것은 공공의 필요에 비하여 지나치게 사인의 재산권행사와 사적자치권을 제한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것이다 (법익의 균형성).

부정청탁금지법의 제정으로 인하여 우리 시장에서 소비활동이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우리사회가 부정청탁금지법을 통하여 얻게되는 공익보다 잃어버리는 사익이 크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정한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되는 사적 자치의 제한은 설령 공공복리의 필요성이 존재하더라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반하는 위헌적 법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부정청탁금지법은 이러한 위헌성 판단에 대한 심도있는 검토를 거치지 않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제도적 결함을 갖고 있는 법률이다.

따라서 향후에는 국회에서 제개정되는 법률에 대하여 심도있는 위헌성 심사를 거치는 절차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즉, 국회법상 상임위원회 구성에 관한 제37조 제1항 제2호의 법제사법위원회의 구성과 업무와 관련하여 법제사법위원회 내에 가칭 “위헌심의소위원회”를 설치하고 위헌심의소위원회가 헌법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후에 본회의에 입법안을 상정하도록 하는 절차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공공복리라는 명분을 앞세워 사적 자치를 범죄시하는 입법이 증가하면 증가할수록 국민들의 과잉범죄화는 가속화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우리 헌법의 기본정신인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본질적 검토가 활발히 진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헌법재판소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정의함에 있어서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를 정의한 내용 중 사법(私法)과 관련된 부분은 “사유재산과 시장경제를 골간으로 한 경제질서”라고 한 바 있다. 따라서 사법(私法)상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위반의 판단기준을 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 헌법은 제23조와 제37조 제2항에서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하고 있다. 그리고 헌법 제119조 제1항에서는 사적자치를 근간으로 하는 경제질서의 기본원리를 규정하고 있으며, 제10조에서는 본인의 의사에 따라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사적인 권리를 공공의 복리를 위하여 어느 정도까지 통제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통제가 우리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최근 입법작업을 통하여 나타난 사법의 공법화 현황을 분석하고, 이러한 현상이 헌법 제119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질서 및 제10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행복추구권에 내재된 사적자치 원칙의 본질에 반하는지 여부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또한 사법의 공법화 논란이 있는 규정들이 헌법 제23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재산권보장 원칙의 본질을 침해하는지 여부, 그리고 그러한 제한이 헌법 제37조 제2항의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대하여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최근 입법이 이뤄지고 부정청탁금지법이나 최저임금법 개정안도 이러한 관점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전삼현 숭실대학교 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