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관광객 회복 아직...낙찰 받아도 걱정
[미디어펜=이서우 기자]향후 10년 사업권이 걸린 인천국제공항의 면세점 입찰이 시작됐지만,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해외 관광객수가 회복되지 않은데다 고액의 임대료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 면세점 업체들의 눈치싸움이 치열할 전망이다. 

   
▲ 지난해 4월2일 인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 모습. /사진=김상문 기자


3일 면세점 업계는 “10년짜리 사업권이 걸린 만큼 이번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에 참여는 하겠지만, 사활을 걸지는 않겠다”는 분위기다. 인천공항 측이 코로나19로 어려워진 면세점 업계 사정을 감안해 입찰조건을 일부 조정했지만, 입점 면세점이 져야 하는 ‘부담’은 여전하다는 판단에서다. 

우선 낙찰을 받을 경우 당장 9개월치 임대료, 최대 1000억 원 가량의 ‘임차 보증금’을 현금으로 인천공항 측에 납입해야 한다. 보증금을 내지 못하면 입찰이 취소된다. 

면세점 관계자는 “제 아무리 대기업이라도 1000억 원씩이나 되는 돈을 쌓아두는 곳이 흔치 않다. 결국 낙찰 받으면 대출해야 하지 않겠냐”고 토로했다. 

다른 관계자도 “코로나19 이전 면세점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시절에야 낼 수 있었지만, 지금은 보증금 내려면 대출을 받아야 할 것”이라며 “당장 기업은 고금리 시대에 대출까지 받고 현금유동성이 떨어지는데 공항공사는 보증금 받아서 이자도 벌지 않겠나”라고 하소연 했다.  

변경된 임대료 체계도 전보다 나은 수준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지난 달 29일 인천공항 측은 개항 이후 유지했던 ‘고정 최소보장액’ 형태를 이번 입찰공고에서 ‘여객당 임대료’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여객당 임대료 방식은 공항 여객 수에 사업자가 제안한 여객당 단가를 곱해 임대료를 산정한다. 코로나19 등과 같이 여객이 급격히 변동하는 상황에서 임대료가 즉각 조정될 수 있어 사업자의 운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크게 해소될 수 있다고 인천공항공사는 설명했다. 

면세점 관계자는 “기존 고정 임대료 보다는 여객당 임대료가 낫지만, 업계 부담을 가장 덜어주는 방식은 매출 연동형이다”라며 “중국인 관광객들의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진 게 아닐뿐더러, 코로나19 이전에 공항 면세점 비중이 컸던 내국인들도 최근 들어서는 온라인면세점 이용 비중이 늘었다”고 말했다.  

우리 방역당국은 지난 2일부터 중국에서 항공편이나 배편으로 입국하는 모든 사람은 PCR 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사실상 중국인 입국 금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럼에도 면세점 업체들은 인천공항 입찰 준비에 여념이 없다. 지금은 시장이 어렵지만 사업권을 갖고 있는 10년 안의 변화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롯데와 신라, 신세계 등 주요 면세 업체들은 다음 달 22일까지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제출해야 하는 입찰제안서를 만들고 있다. 제안서 평가 후 관세청 특허심사 등을 거쳐 최종 낙찰 사업자가 결정된다. 일련의 과정을 거쳐 오는 7월부터는 해당 사업자가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을 개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면세점 관계자는 “예전처럼 어떻게든 높은 금액을 써서 공항면세점 사업권을 따 내기엔 여러모로 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업체들 간 눈치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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